[★FULL인터뷰]서출구 "출구 없던 나, 박재범이 자극"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8.01.16 16:40 / 조회 : 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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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서출구 /사진=임성균 기자


"그때 제가 드릴 만한 소식이 없었던 것 같네요. 하하."

래퍼 서출구(26)와 연락이 다시 닿게 되기까지 1년 6개월이나 걸렸다. 지난 2016년 7월 더웠던 어느 날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5' 출연 직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어느 순간 서출구와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이 지나 서출구는 문자메시지로 새 앨범과 함께 기자에게 안부를 물었다.

1년 넘게 서출구의 행적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17년 3월 엠넷 '고등래퍼'에 멘토로 출연한 이후에도 서출구는 새 앨범 활동 없이 공연, 행사 스케줄에만 집중했다. 래퍼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서출구는 지난 15일 완성된 새 미니앨범 '코스튬즈'를 들고 16일 다시 마주했다.

서출구는 먼저 "아예 잠수를 타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 중순"이라고 운을 뗐다. 서출구는 "그때 SNS도 아예 안 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근황의 아이콘'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웃기도 했다. 서출구가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분들이 래퍼로서, 아티스트로서 제 랩과 앨범을 좋아해 주시고 SNS를 통해 마주하면서 반응들을 보여주셨어요. 하지만 잠수를 타기 시작했던 그때는 정말 팬들에게 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러웠어요. 이렇게 가면 제게 더 부끄러운 일이 될 것 같아서 잠시 동안 떠나 있었어요. 다시 새 앨범으로 돌아왔을 때 당당하게 돌아오고 싶었어요. 저만의 노력으로 대중의 저를 향한 시선을 바꾸고 싶었고요. 작업물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SNS를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연락도 제게 중요한 사람 말고는 거의 끊었고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공백 기간은 1년을 넘었다. 앨범 활동은 없었지만 공연 스케줄은 한 달에 3~4번 정도 소화하며 실력을 유지해나갔다. 서울, 경기권은 물론 지방 행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쇼미더머니5' 출연으로 주가가 올랐던 시기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이지만 서출구는 낙심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쇼미더머니5' 이후 새로운 경연 랩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지금으로선 크지 않아요. 그때는 정말 비난도 많이 받기도 했죠. 제가 했던 랩 자체도 경연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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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서출구 /사진=임성균 기자


서출구에게 2017년은 기다림과 초조함의 해였다. 서출구는 "새 앨범이 언제 나오는 지 주위에서도 많이 물어봤고 나 자신도 궁금했다"며 "기다림이 계속 되다 보니 불안감과 불확실성도 커져 갔다. 앨범을 못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을 정도"라고 말을 이었다.

'코스튬즈'라는 타이틀의 이 앨범이 완성된 건 지난 2017년 말이었다. '코스튬즈'는 잘 어울리는 복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의미를 담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요구되는 상황에 따라 코스튬을 입는 느낌을 묘사한 앨범. 마이크로닷, 이바다, 크루셜스타 등이 앨범 피쳐링에 나섰고 프로듀서 스탈리(Stally)가 총 프로듀싱을 맡았다.

앨범에는 총 6곡이 담겼는데 이 곡들은 서출구가 차례차례 만들지 않았다. 서출구가 4년 전부터 이미 만들어갔던 곡들을 지금에서야 완성하는 등 다 만들어진 시기가 제각각이었다. 서출구는 이 앨범에 대해 "내 고민의 흔적들을 담아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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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서출구 /사진=임성균 기자


"음악적인 고민과 함께 개인적인 내 삶의 모습에 대한 고민도 담았죠.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길로 향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새우잠'이라는 트랙에서는 현재 제 상황을 보며 제가 봤던 이 업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씁쓸함을 표현했고 '챕터'라는 트랙은 성공만을 쫓느라 중요한 사람을 놓치며 요동치게 되는 감정 선을 최대한 자제한 채 덤덤하게 가사로 표현해봤어요."

서출구는 혼자서 지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면서도 혼자 방향을 잡고 일을 계획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는 득이 됐지만, 서출구는 이런 상황들이 마냥 쉽지도, 즐겁지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몇몇 기획사에서 영입 제의가 왔었지만 신생 회사이거나 마니아 층에게 더 알려진 곳이어서 선뜻 응할 수도 없었다고. 서출구는 "회사에 소속되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보여주고 나서 소속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무거운 것들을 느꼈던 과거의 나를 짚고 넘어가는 의미가 담긴 앨범이에요. 개인적으로 만족하기도 해요. 팬들이 이 앨범을 듣고 '서출구도 이제 시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팬들은 공백 기간 동안 저보다 더 많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줬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가 있기에 더 많이, 자주 새로운 곡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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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서출구 /사진=임성균 기자


공백 기간 동안 다른 뮤지션들의 활동을 지켜본 소감은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DPR LIVE와 박재범의 활동을 보며 많은 자극을 얻었어요. 특히 박재범은 정말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고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그리고 개인적으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도 정말 좋아하는데 유튜브에 출연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보면서도 자극을 받았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작업물을 예술로 보긴 어렵다고들 하지만 독창적인 콘텐츠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면 아티스트인 저로서도 많은 자극이 돼죠."

밝지 않았던 터널을 지나 이제 2018년을 맞이한 서출구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일단 작업물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이고요. 어렸을 때 유학길에 올랐던 미국도 다시 가는 게 목표예요. 지난해 중순 공연 때문에 미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미국은 꼭 다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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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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