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한끼합시다]한현민 "난 한국인, '너네 나라 가' 가슴 아파"(인터뷰①)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8.01.15 11:30 / 조회 : 64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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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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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17)은 '국내 1호 흑인 혼혈 모델'로 불린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의 유력 매체 타임(TIME)지가 선정한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꼽히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189cm 훤칠한 키,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그의 겉모습은 '외국인'이지만, 국적은 엄연한 '한국'이다. 다인종, 다문화에 여전히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는 '다름'의 이질감을 '특별함'으로 극복했다.


한현민과의 '밥한끼합시다'는 단출한 순댓국집에서 시작했다.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순댓국 예찬을 펼친 그는 이날 기자에게 "5000원으로 이만한 '뽕'을 뽑을 수 있는 건 흔치 않다"며 다시 엄지를 치켜세웠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시청하기 위해 새벽 단잠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그는 외모만 조금 튈 뿐, 영락없는 한국인 고등학생이었다.



-순댓국 좋아한다고 해서 이 가게로 불렀어요.

▶오~어제도 먹었어요. 그래도 맛있어요.

-아침은 먹고 왔어요?

▶아침은 원래 잘 안 먹어요. 어릴 때부터 습관이 돼서요. 밥 먹는 것 대신 잠을 선택했어요.

-순댓국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한 번 먹었는데, 이 한 그릇에 배가 정말 꽉 차요. 얼큰하고요. 가성비가 정말 좋은 메뉴죠. 5000원으로 이만한 '뽕'을 뽑을 수 있는 건 흔치 않아요. 최근에 어떤 팬 한 분이 제가 순댓국 좋아하는 줄 알고, 순댓국 2박스를 선물해줬어요. 정말 잘 먹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한창 먹을 땐 얼마나 자주 먹어 봤어요?

▶일주일 내내 안 빼 먹고 먹은 적도 있어요. 매일 먹어도 안 질려요. 다만 순대는 빼고 먹어요. 전 국물에 있는 순대보단 내장이 더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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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요즘 인기가 많아진 걸 실감하고 있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외모가 튀니까 쉽게 알아보는 거 아닐까요. 헤어스타일도 특이하잖아요. 그래도 많이 좋아해 주신다니까 감사드리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타임지가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선정되면서 더 많이 알려졌어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까 행운이 온 것 같아요. 가문의 영광이죠. 이런 생김새로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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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최근 그런 관심에 힘입어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모델 일 만큼요. 앞으로도 그런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된다면 나가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MBC '라디오 스타'도 나갔었죠? MC들 직접 만나보니 어떤가요?

▶MC 분들이 저보다 나이도 있으시고, 뭔가 TV로 본 포스도 있으셔서 그런지 처음엔 긴장을 했어요. 그런데 너무 재밌으시더라고요. 녹화 내내 웃다가 간 것 같아요. 특히 김구라, 윤종신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TV에서 정말 많이 봤던 분들이라 궁금하기도 했어요. 만나보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tvN '나의 영어 사춘기'에 고정 출연도 하고 있고, 틈틈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잖아요.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프로그램 나가서 재밌게 웃고 떠들고 오자'는 생각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예능을 하면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오는 것 같아요.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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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한국 사회가 아직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요. 어릴 적엔 현민 씨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게 제일 싫었다고요.

▶만나는 사람마다 '아버지도 흑인이야?', '한국말은 잘해?' 등등…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일일이 답해주기 싫었죠. 고등학생이 되고 여러 가지 일도 경험하다 보니까 지금은 그렇게 물어볼 수 있다 생각이 들어요. 어느 누가 저를 처음 보고 한국 사람인지 알겠어요. 하하. 그런 질문은 옛날에도 받았고, 지금도 많이 받아요.

-들었던 얘기 중 가장 아팠던 말은 뭐가 있을까요?

▶음…'너네 나라로 돌아가.' 놀리는 식의 말이요. 가장 안 좋은 말이죠. 사실 저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제가 겪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들었던 얘기 중 좋았던 말은요?

▶'너는 특별하니까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한국 사람들이 장난식으로 섞어 쓰는 '흑형'이란 호칭도 매우 불쾌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흑인의 우월한 면을 짚어서 '형'을 붙인 거라고 하는데, 흑인 친구들은 정말 싫어하는 말이에요. 은근히 기분 나쁜 말이라서요. 비꼬는 것 같잖아요.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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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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