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첫 주례 류현진, 10승이상 기대.. 자녀 셋은 둬야"

[김재동의 만남]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8.01.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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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결혼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주례에 나선 김인식 전 감독./사진= 허구연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LA다저스)과 배지현(31) 아나운서의 결혼식이 열렸다. 그리고 이 결혼식의 주례는 김인식(71) 전 대표팀 감독이 맡았다. 김인식 감독의 첫 주례였다.

야구계에 명망있는 김인식 감독이 주례를 처음 맡았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 김인식 감독을 첫 주례 다음날인 6일 만났다.


하지만 이날 아침 보도된 일본 국가대표팀 호시노 전 감독의 부음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였다.

“아, 그랬구나... 나랑은 동갑인데... 근데 어쩌다가?”

췌장암 투병중 사망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김감독의 표정은 공허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지난해 2월 오키나와에서 봤을때도 얼굴이 영 안좋았었는데..”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2월 WBC 대표팀을 이끌고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이었고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장에 라쿠텐 이글스 부회장이었던 호시노 감독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호시노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선수로 만났다면 아마 1967년 7회 아시아야구 선수권에서 봤을텐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네. 그때 메이지대 3학년이었는데.. 그리고 뭐 이후에 자주 만났지.”

그는 일본이 우승하고 한국과 자유중국(대만)이 공동 준우승한 67년 대회에 호시노 감독이 선수로 뛰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당시 호시노가 메이지대 3학년이었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맞대결을 벌인 적도 없다. 호시노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었고 당시 우리 대표팀은 김경문 감독이 맡고 있었다.

동갑내기 야구인의 부음으로 울적해진 마음은 애제자 류현진의 결혼식 얘기로 풀어진 듯 보였다. 주례사 내용을 묻는 질문에 김감독은 “금년시즌엔 전화 한 열세번에서 열다섯번 받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랑, 엄마 아빠 유전자가 좋을테니 나라를 위해서라도 자녀는 셋을 둘 것을 권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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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감독은 애제자 류현진의 결혼식에서 올시즌 13승~15승하기를 축원했고 자녀는 셋은 둘것을 권하는 주례사를 남겼다.


전화얘기가 무슨 말인지를 묻자 “현진이가 메이저리그 간 후엔 꼭 경기 이기고나면 나한테 전화를 걸었거든. ‘이겼습니다. 보셨어요? 어땠나요?’ 이런 식으로. 그럼 내가 격려해주고.. 근데 작년엔 그 전화를 다섯 번밖에 못 받았거든. 올시즌엔 13승에서 15승 사이 하란 덕담이지 뭐”라고 설명한다.

김인식 감독과 류현진.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인천동산고출신 류현진은 2학년인 2004년 당시 토미존 수술을 받았지만 2005년 청룡기 우승을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수상해 당연히 SK의 1차지명이 예견됐었다. 하지만 SK는 또다른 ‘빅3’인 포수 이재원을 선택했다. 2차지명 전체 1순위 지명권은 롯데가 가지고 있어 롯데로 가나 했는데 당시 롯데는 나승현을 지명했다. 덕분에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와 류현진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한화감독이 김인식 감독이었다. 데뷔 첫 해 류현진은 다승(18승), 최다탈삼진, 평균자책 1위로 투수3관왕을 차지했고 신인왕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괴물’의 출현을 선언했다.

김인식 감독은 “살면서 감격적인 순간이 많았지. (류)현진이 다저스 계약 소식도 그중 하나였어. 내가 그때 운동중이었거든. 그때 현진이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어. ‘감독님, 현진이 지금 막 계약했습니다.’ 그 전화 참 감동적이고 감격적이더라구.” 2004년 뇌경색후 꾸준히 재활운동에 매진하던 그에게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은 의미있는 활력소였다고 전한다.

배지현 아나운서와의 인연도 전한다. “2012년인가 한화 관두고 서울 올라왔을땐데 코엑스에서 야구박람회가 열렸어. 그때 오픈스튜디오에서 토크쇼를 했는데 배지현 아나운서가 있었지. 그땐 SBS 소속였고. 그때까지 야구에 전문적인 여성 아나운서가 별로 없었는데 잘하더라구. 그때야 류현진이랑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지.”

첫 주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현진이가 주례를 서달라길래 학식있고 덕망있는 분을 찾아봐라 사양했더니 ‘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님만 생각했습니다’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 다행히 몸도 많이 좋아졌고. ” 그렇게 맡은 첫주례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도 한다. “사회보던 유재석씨가 그러더라고 ‘처음이시라면서 잘하시네요’라고. 주례중에 하객들 폭소랑 박수소리 때문에 주례가 3번이나 끊어졌었다니까.” 애제자의 주례를 성공적으로 마친데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비친다.

이 대목에서 또한 그간 주례요청을 고사했던 많은 선수들에게 대한 미안함도 밝힌다. “그간 알다시피 내 건강이 좀 그랬잖아. 그래서 번번히 고사했던거고. 특히 김태균이한텐 정말 미안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땐데 태균이가 공항까지 쫓아오면서 주레를 부탁했었어. 근데 그때 내 몸이 너무 형편없었잖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면서 끝내 고사했었거든.”

결혼한 류현진의 올시즌에 대해 김감독은 “야구선수에게 가정을 갖는다는건 참 중요하지. 특히 현진이처럼 낯선 타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데 가정이란 둥지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수 있거든. 지난해 재활에 성공했고 가정이란 둥지도 꾸렸고 10승 이상은 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 주례사처럼 13승이나 15승 해주면 더 좋고”라며 축원했다.

새롭게 취임한 정운찬 신임 KBO총재에 관해선 “행보를 차분하게 가져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야구를 좋아하시고 많이 아시고 봐오셨을텐데 빨리빨리 급하게 뭔가를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 주위를 차분히 돌아보시고 올바른 정책들을 펼쳐나가셨으면 하지. 근데 뭐 두루두루 얘기를 많이 들어보시는 것 같더라구.” 후임 사무총장에 대해선 “우리나라 야구를 잘 알아야겠지.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바닥까지 다 지켜본 사람들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거야. 야구 외에도 이것저것 두루 경험해본 이력도 있었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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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BC당시 대표팀 덕아웃의 김인식 감독. 국가대표 유니폼이 너무 잘 어울렸던 감독이다. /사진=김동영 기자


야구에 있어서 본인의 바람을 묻는 질문엔 “전체적인 것으로 봐서는 용병을 하나 줄였으면 하는 것 하고, 신인 연봉을 좀더 올리는 방안, 그리고 1년 잘했다고 연봉 급상승시키는 대신 몇 년 에버리지를 기본으로 삼는 그런 시스템이 정착됐으면 싶어. 1년 잘해 몇백프로 올리면 다음해 또 잘했다고 그렇게 올려줄 수 있나? 사실 FA도 많이 받을 수 있어. 그런데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가 그다음 몇 년 그대로 두면서 평가해보고. 다시 올리고 하는 식으로 틀이 잡혀 가야되지 않을까싶네.” 라면서 덧붙여 “아이러니지. 현재 144경기는 우리 실정에선 감픈 게 사실야. 근데 또 연봉인플레 생각하면 그렇게 받으면서 그 경기수 정도는 소화하는 것도 맞고..”라고 개인 생각을 밝혔다.

올시즌 KBO 리그 전망에 대해선 “KIA가 다른데 보다 앞서 있는건 틀림없지. 팍 튀어나올 구단이 따로 안보여. 두산이 좀 잘한다는 수준이고 롯데가 좀 더 나아질 것 같고.. 일단 용병문제 포함해서 정비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지.”

김감독은 이어 다크호스로는 박병호가 돌아오는 넥센을 꼽았다. SK는 돌아오는 김광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역시 어깨부상에서 돌아오는 윤석민에 대해선 “탈없이 돌아온다면 나이가 있으니까 제 역할은 할거야. 현진이 결혼식에도 왔더라구 ‘괜찮냐?’ 했더니 괜찮다고 하는데 실전에서 던져봐야지.” 하고 판단을 유보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연말로 KBO총재특보를 내려놓았다. 개인적인 일정을 묻자 “아무것도 없지. 이제는 아무것도 몰라. 어제 주례 끝났으니까...” 갑작스런 한가함에 낯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류현진 결혼식 주례는 갑자기 한가해진 노감독의 일상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스케줄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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