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투·타 겸업' LAA 오타니, 부상 피해갈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2.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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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LA 에인절스 팬들에게 2017년 크리스마스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풍성한 선물을 받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실 에인절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그리 큰 전력보강이 기대되지 않았던 팀이었는데 ‘메이저리그판 슈퍼 로또’로 불린 일본의 투타 겸업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3) 영입전에서 뜻밖의 ‘당첨’ 행운을 거머쥐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에인절스는 여세를 몰아 올스타 내야수 이안 킨슬러와 잭 코자트를 각각 트레이드와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영입, 팀 전력이 급상승해 이젠 당당한 플레이오프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거포 저스틴 업튼과도 재계약하면서 이제 현실적으로 가을야구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팀에 대한 기대치가 폭등하면서 사령탑인 마이크 소샤(59) 감독의 부담감도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 18년간 에인절스를 이끈 현 MLB 최장수 사령탑인 소샤 감독은 6차례나 팀을 A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끌고 구단 역사상 유일한 월드시리즈 타이틀(2002년)도 안겨주며 에인절스 역사상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의 계약이 내년 시즌 종료 후 만료되기에 내년 이후를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에인절스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플레이오프에 딱 한 차례 나가(2014년) 3연패로 물러나는 등 8년간 플레이오프서 1승도 없는 극심한 포스트시즌 가뭄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겨울 예상치 못했던 횡재가 계기가 돼 거의 전 포지션에 골드글러브 수상자들이 포진한 라인업을 구축한 상황에서 뭔가 확실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에인절스는 내년 시즌 종료 후 사령탑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소샤 감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대박선물'인 오타니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소샤 감독은 이미 오타니 영입과정에서 그에게 투타에 걸쳐 원하는 만큼 출장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어 그를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 활용할 것은 이미 예상되는 바다.

하지만 오타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오타니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운영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엔 감독으로선 팀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창조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소샤 감독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기본적인 ‘오타니 사용법’ 매뉴얼이 이미 나와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에서 투타 겸업을 한 오타니이기에 그 결과를 토대로 그의 활용 방안을 계획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니혼햄은 시즌 140경기 시즌 동안 오타니를 선발투수로 20경기에 등판시키고 지명타자로 84경기에 내보냈다. 선발로 등판한 뒤 다음 경기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게 했다.

이 결과 오타니는 투수로 20경기에서 140이닝을 던져 선발경기당 7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1.86, WHIP 0.957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고 타자로는 22홈런, 67타점과 함께 타격 슬래시라인 0.322/0.416/0.588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 야구에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00안타·20홈런'을 달성, 팀을 일본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오타니는 NPB 사상 최초로 투수와 지명타자 두 개 부문에서 베스트 나인에 선정됨과 동시에 자신의 첫 리그 MVP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에인절스로선 보기만 해도 즐거운 '오타니 사용법' 매뉴얼이다.

타자 오타니는 지난 2년 간 니혼햄에서 613타석에 나섰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년 풀 시즌을 뛴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기간 중 오타니는 홈런 30개와 2루타 34개를 때리며 타율/출루율/장타율 0.326/0.411/0.570을 기록했고 볼넷 78개를 골라내고 삼진 161개를 당했다. 일본프로야구가 미국의 트리플A급과 비슷한 레벨 또는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오타니가 22세와 23세 시즌에 기록한 성적은 메이저리그 탑5 유망주급이라는 것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평가다.

또 한 가지는 오타니가 이치로나 아오키 노리 같은 교타자가 아니라 당당한 체격(193cm, 97kg)을 앞세워 파워풀한 롱 스윙을 하는 장타자라는 사실이다. 롱 스윙은 필연적으로 높은 삼진비율을 동반하는데 오타니 역시 27%에 달하는 삼진비율은 한 가닥 우려의 대상이다.

MLB 트래킹 데이터에 따르면 오타니의 평균 타구속도는 시속 96.6마일로 메이저리그 상위 9%에 해당하며 최고 타구 구속은 시속 110마일에 달했는데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이보다 빠른 타구를 친 선수는 양대 리그 홈런왕인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애런 저지뿐이었다.

일본에서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오타니라도 최소한 초반에는 적응하는데 있어 한동안 ‘성장통’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지난해 지명타자 포지션이 리그서 가장 약했던 팀이었기에 오타니의 적응기를 흡수할 여지는 충분하다.

물론 오타니의 가치는 타석에서보다 마운드에서가 우선이다. 올해는 부상으로 단 25이닝 밖에는 던지지 못했지만 그 전 2년간 오타니는 합계 300.2이닝을 던지며 단 189안타와 볼넷 91개만을 내주고 삼진 374개를 잡아냈다. 삼진 대 볼넷 비율이 4대1이 넘는다. 특히 NPB의 삼진비율이 18%로 올해 22%였던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타니의 이런 탈삼진 능력은 더욱 인상적이다.

오타니의 최고 주무기는 빠른 볼로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97.5마일(157km)에 달한다. 그의 최고구속은 102.5마일(165km)를 찍어 일본야구 최고 기록을 세운바 있다. 더구나 오타니의 패스트볼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스핀이 걸려 있어 알면서도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은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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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의 무기는 빠른 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뚝 떨어지는 시속 80마일대 중반의 스플리터와 시속 80마일대 후반의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두 종류의 커브볼과 함께 트레버 호프만으로부터 전수받은 스트레이트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질을 구사한다. 이중 체인지업은 아직 실전에서 그리 많이 던진 구종은 아니지만 빠른 볼을 셋업하기 위해 그 빈도를 늘릴 예정이어서 그가 체인지업마저 마스터한다면 이미 위력적인 빠른 볼의 구위는 거의 '언터처블'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오타니가 과연 부상을 피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LA 다저스가 최고 투수 유망주 훌리오 우리야스(21)를 그토록 애지중지 보호하며 키웠지만 어깨부상으로 인한 수술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 말해주듯 젊은 투수들을 부상의 위험에서 완전히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오타니는 투수만이 아니라 타자로도 경기에 나서기에 부상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만약 오타니를 부상으로 잃는다면 에인절스 입장에서 에이스급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를 동시에 잃는 것이니 그를 부상의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은 에인절스로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인절스가 내년에 6인 선발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타니가 아니었더라도 에인절스는 6인 로테이션을 고려해야할 팀 중 하나였다. 사실상 스태프 에이스인 개럿 리처즈를 비롯, 맷 슈메이커, 앤드루 헤이니, 타일러 스캑스, J.C. 라미레스 등 선발투수들이 모두 큰 수술에서 돌아오는 선수들로 6인 로테이션의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는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타니가 일본에서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스케줄을 소화했던 것을 감안하면 6인 로테이션 제도는 에인절스에게 너무나 말이 되는, 딱 들어맞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에인절스의 스케줄에서 가장 경기가 없는 날이 월요일임을 감안해 오타니에게 매주 일요일 경기 선발 등판을 맡기고 월요일에 휴식을 취하게 한다면 그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도 타자로서 빠지는 경기 수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주 일요일에 오타니를 등판시키는 방안이 벌써 에인절스 팬들 사이에선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타니가 매주 일요일 경기에만 등판한다면 내년 시즌에 총 28경기 등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계획이라도 실제 상황에선 예기치 못했던 변수로 인해 틀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이야기이고 지금 에인절스 팬들은 확 달라진 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캠프가 시작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에인절스의 2017 크리스마스 ‘대박 선물’이 2018년 가을야구의 결실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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