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강철비' 양우석 감독의 위험한 상상력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2.23 10:00 / 조회 : 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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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강철비’는 두 가지 전제를 깔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위험하고, 어쩌면 현실적인 전제입니다. 바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인정과 한국의 핵무장입니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테타가 벌어진 뒤 북한 1호가 한국으로 피신 오면서 핵전쟁 위기로 치닫게 되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변호인’ 이후 중국에서 2년여 동안 유랑생활을 했던 양우석 감독의 신작입니다. 톰 클랜시 영화 같은 박진감 나는 전개로 지난 14일 개봉한 이래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관객으로선 ‘강철비’의 전개를 마냥 할리우드 영화처럼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강철비’가 바로 지금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정세를 냉철하게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철비’에선 북한은 언제라도 핵미사일을 이용해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명백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염두에 둔 북한1호가 군부에 쿠테타를 당하는 이유는 핵미사일을 갖고만 있을 뿐 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양우석 감독이 기자에게 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나오지만 북한 쿠테타 세력은 핵미사일을 일본을 겨냥해서 쏩니다. 미국의 선제 핵공격을 막고자 하기 위해서지만,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다음 수순은 한국을 겨냥합니다. 한국 상공에서 핵미사일을 터뜨려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킨 뒤 땅굴을 통해 그대로 남진한다는 전략입니다. 그리하여 한국과 주한미군을 볼모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강철비’가 그린 북한의 핵전쟁 시나리오는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한편으론 보수 진영에서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진보 진영에선 북한의 핵무기가 그들 나름의 자위용이란 정서가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에 사용하면 공멸할 게 분명하기에 한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구요.

즉 ‘강철비’는 보수 진영의 주장을 영화에 녹여낸 셈입니다. ‘변호인’에 대한 호응을 좌우 프레임으로 나눈다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나눈다면 ‘변호인’은 진보쪽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극우쪽에선 격렬한 비토의 대상이 됐었습니다. 양우석 감독 스스로도 ‘변호인’ 이후 주변에서 피해를 입을 지 모르니 피신하라는 소리를 듣고 중국으로 떠났다고 할 정도였으니깐요. 실제 '변호인'과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으니 그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었을 터 입니다.

그랬던 양우석 감독이기에 ‘강철비’의 전개는 뜻밖입니다. 양우석 감독이 좌우 프레임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란 뜻일 것 같습니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로 북한의 핵전쟁 전략을 짚으며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으로 등장하는 곽도원의 입을 통해 “한국도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직접 말합니다. 남북 양쪽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철비’ 결말에 이런 주장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북한1호를 북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 절반을 한국이 보유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양쪽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서로 쏘면 같이 죽는다는 걸 곽도원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에 전달합니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양우석 감독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대치해 공포의 균형이 이뤄졌다. 그러다가 자칫 핵전쟁이 벌어지면 서로 죽는다는 걸 알기에 SALT협정(전략무기 제한 협정)을 맺으면서 핵전쟁 위기를 줄여나갔다.”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강철비’로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강철비’에선 북한이 결국 전쟁을 도발하자 중국은 북한을 선택합니다. 북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하려던 미국은, 막상 북한이 일본으로 핵미사일을 쏘자 한걸음 물러섭니다. 미국과 공조해 북한 선제공격에 동의했던 한국 대통령은 이런 미국의 결정에 “미국은 한미 동맹보다 미일 동맹이 우선이냐”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입니다. 현실에 깊이 뿌리를 내린 영화적 상상력입니다. 양우석 감독이 ‘강철비’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는, 이런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를 살핀 것도 또 다른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런 장면들을 영화에 녹여낼 이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서 정우성의 입을 통해 “북한 군부에는 핵미사일을 쏘면 다 죽겠지만 이렇게 말라죽을 바에는 쏴야겠다고 하는 의견이 있다”고 한 대사야 말로 영화를 관통하는 진정한 안타고니스트(악역)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핵전쟁 위협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자, 그 대상이 한국이라는 주장입니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 결말을 관객들이 진보로 받아들일지, 보수로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영화를 통해 질문과 생각할거리를 던진 것이라면서요.

양우석 감독이 던진, 어쩌면 위험하고 어쩌면 현실적인 이 질문을 확인하는 것도 올겨울 극장을 찾는 좋은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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