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거인의 어깨', 오늘 듣고 내일 써먹는 인문학 탐구생활이 맞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12.22 14:59 / 조회 : 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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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채널A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 말은 뉴턴이 경쟁자였던 과학자 로버트 후크와 언쟁을 벌이는 편지에서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뉴턴은 이 말을 1651년 조지 허버트가 쓴 문장에서 빌려왔고, 허버트는 1621년 로버트 버튼에게 빌려왔다고 하고, 버튼은 신학자 디에고 데 에스텔라에게 빌려왔다고 하는데,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130년 사르트르가 쓴 글까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이 문장을 직접 만들었는지, 얻어왔는지까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최초의 시작이 누구이든 간에, 뉴턴이 인용했던 이 문장은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이룩해 낸 업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말이 어디 뉴턴에게만 해당하는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적용된다. 어디서 무엇을 배우던지, 경험하던지, 사던지, 이 모두가 누군가 이루어놓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의 지식을 받아들이자는 취지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채널A의 ‘거인의 어깨’이다. 실제 거인 서장훈이 진행하는 ‘거인의 어깨’는 인문학 탐구생활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미학, 뇌과학, 사회학, 심리학, 세계문화 등 매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인문학 지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렇듯 최근 방송가에는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다. 예를 들면 O tvN의 ‘어쩌다 어른’이나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뜰신잡’)이 이런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어쩌다 어른’의 경우는 전문가의 강연 형태로 진행이 되고, ‘알뜰신잡’은 전문가들이 여행을 함께 하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나 사건, 관련 지식들을 대화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이 형식은 다르지만, 어렵고 따분할 것 같은 지식을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성공을 통해서, 예능 프로그램은 무조건 웃겨야 한다거나 교양 프로그램은 정보 전달을 해야 한다는 경계가 무너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예능이지만 교양같고, 교양이지만 예능같은, 서로 혼합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거인의 어깨’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고 말로만 설명을 들으면 ‘결국 또 비슷한 인문학 지식 전달 프로그램이구나’ 하는 평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거인의 어깨’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바로 ‘같은 주제, 다른 시각’이라는 것이다. 매회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한다. 예를 들면, ‘사이코패스’가 주제일 때는 프로파일러, 정신과 의사, 영화잡지 편집장 등이 출연을 해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각자의 다른 지식을 전달한다. 쉽게 설명하면 프로파일러는 ‘범죄형 사이코패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달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만나는 ‘일상형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루고, 영화잡지 편집장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영화들’을 이야기한다. 마치 소고기를 불고기로, 스테이크로, 갈비찜으로 다양하게 변화시켜 먹는 것처럼, 같은 테마를 가진 지식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여 알려주고 있다.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는 재미. 그래서, ‘거인의 어깨’가 흥미롭다.

‘거인의 어깨’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정말로 거인의 어깨를 탄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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