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곽도원 "멜로요? 커피 좀 더주세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2.17 16:54 / 조회 : 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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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진=임성균 기자


곽도원은 내로라하는 충무로의 사랑꾼이다. 연기에 사랑을 바치고, 연인에 사랑을 바쳐왔다. 작품 속에선 때론 권력을 탐하고, 때론 순정을 바쳤다.

'강철비'에선 또 다르다. 그는 이번엔 한반도 핵전쟁을 막는데 온 힘을 쏟는다. 그러면서도 북에서 넘어온 정우성과 사랑 같은 우정을 나눈다. 정우성이 "얘는 나를 너무 사랑한다"고 할 만큼, 영화 속에서 곽도원과 정우성의 호흡은 남다르다. 사랑꾼답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테타가 벌어지고 북한 권력1호가 한국으로 피신을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곽도원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을 맡아, 북에서 온 정예요원 정우성과 한반도 핵전쟁을 막기 위해 애를 쓴다. 그는 '강철비'에서 자칫 희화화 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역할에 중심을 잘 잡았다. 영화와 연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왜 '강철비'를 하게 됐나. 그간 악행이 두드러지는 권력자를 많이 했는데 이미지 변신을 꾀했나.

▶그렇진 않다. 이미지 변신이란 게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철비' 속 캐릭터보다는 영화 엔딩에 끌렸다. '변호인'을 같이 한 양우석 감독에게 설득 당한 것도 있고. 양우석 감독이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만이 핵을 갖고 있을 때 세계 평화가 불안하게나마 유지됐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론 북한에 밑 빠진 독처럼 언제까지 원조를 해야 하나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강철비' 시나리오를 보면서 우리도 핵이 있다면 통일이 더 빨리 되진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가 된다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도 더러 있는데.

▶'강철비'에 북한 앵커로 개그우먼 전영미씨가 캐스팅됐다. 자칫 희화화될 수도 있을텐데란 생각도 들었다. 양우석 감독님은 전영미씨가 가장 북한 사투리를 아나운서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그 분이 연습하는 걸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란 게 결국 허구잖나. 핵을 갖는다는 게 코미디일 수도 있고, 그런 걸 전제로 리얼하게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강철비'에선 그간 맡았던 고위 공직자와는 또 다른 모습인데.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실제 고위 공직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다. 평상시에는 재밌더라. 그런 모습을 이번에는 표현하고 싶었다. '강철비'가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하니 내가 맡은 역할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었다. 딱딱한 이야기를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감독과 웃음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자면.

▶국수집에서 정우성과 밥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는 게 내 아이디어였다. 내가 왼손잡이니깐 옆으로 가서 앉으면 또 다른 재미를 줄 것 같았다. 차 안에서 지드래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원래는 '삐딱하게'가 아니었다. 다른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도 추는 것이었다. 그런데 '삐딱하게'가 이 영화와 맞다고 생각했다.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부를 노래일 것도 같고. 현장에서 양우석 감독을 한참을 설득해 '삐딱하게'로 바꿨다. 마지막에 "잘가, 북쪽 철우"라고 내가 하는 대사도 원래는 "잘가, 강철 같은 친구"였다. 그런데 뉘앙스가 그래서 감독님을 막 설득해서 바꿨다.

-그 왜에 애드리브를 한 경우는.

▶중요한 대사는 양우석 감독님이 토씨 하나 바꾸지 못하게 했다. 말 한마디, 뉘앙스가 다르게 전달될까 조심스럽게 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일단 시나리오에 웃음 포인트가 별로 없었다. 난 웃음 포인트에 욕심이 많았고. 그런 의견을 주고 받았더니 어느날 양우석 감독님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책과 원고지를 주더라. 이 캐릭터는 외로움이 많은 인물이니, 이 책을 필사하면 그 외로움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더라. 필사 안했다. 뜻은 감사해도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강의 장면을 준비할 때도, 내가 잘 모르니 양우석 감독님한테 수업을 받았다. 진보와 보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수업을 들었다. 책도 정말 많이 줬는데 하나도 못 읽었다.

-정우성과 '아수라'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췄는데. 정우성이 곽도원은 "나를 너무 사랑한다"라고 하기도 할 만큼 호흡이 남다르던데.

▶정우성은 많이 기댈 수 있는 존재다. 우성이 눈을 보면 슬퍼보인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감정몰입이 된다. 배우로 너무 존경한다. 요령없이 죽을 것 같이 준비하고 연기하더라. 차 안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는데 눈이 슬프니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정도로 감정이 빠져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정우성은 곽도원을 애칭으로 "꽉꽉이"라고 부른다던데.

▶난 정사장이라고 부른다.

-'강철비'에서 가장 마음에 두는 장면이 있다면.

▶정우성에게 "같이 살자. 너는 살 좀 찌고, 나는 살 좀 빼고"라고 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정우성의 눈을 살짝 쳐다 봤는데 어우 눈빛이 컷을 했는데도 다시 쳐다보게 되더라.

-멘트만 들으면 사랑이 맞는 것 같다. 충무로에 내로라하는 사랑꾼인데, 이제 공개연애는 다시 안하나.

▶미쳤어요? 공개연애를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장가나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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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진=임성균 기자


-극 중 배역의 직업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인데. 대행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걸 하는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밑에 사람 이야기도 잘 들여주지 않겠어요?(웃음) 말 그대로 대행이다. 그래서 원래는 윗사람들 회의에 들어갔다가 끌려나가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런데 다 편집됐더라. 영화 속에서 대행이란 말도 다 편집됐다. 아마도 감독님이 대행이 너무 많을 걸 한다는 그런 지적들이 나올까봐 편집한 게 아닌가 싶다.

-양우석 감독과 '변호인'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췄다. '강철비'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준비하던 작품이다. 불안하거나 걱정은 없었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연극을 할 때 처음 배웠던 게 배우는 무정부주의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색주의자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촛불집회도 나갔지만 그게 어떤 이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건 아니다.

다만 예술이란 단어가 포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 질문들 던져야 하는 게 의무이자 숙명인 것 같다. 연기와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할까. 뭐 털려봤자 별 게 없기도 하고. (웃음)

-제작보고회에서 '강철비'가 '곡성'을 잇는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강철비' 결말이 '곡성' 만큼 충격적이었나.

▶'강철비' 결론을 황당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말이 평화유지의 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TV토론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도 있고. 그래서 이 결말이 세상에 보여 진다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곡성' 만큼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연기 초년병 때는 당연히 있었다. 그런데 배역이란 게 무슨 역할이든 들어오면 감사하게 하는 것이란 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래도 깡패 역할은 한 번도 안해봤다. 그래서 '신세계'에서 황정민 선배가 했던 정청 같은 깡패를 한 번 해보고 싶다. 내가 깡패 역할을 하면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걸 황정민 선배가 하더라.

-멜로는? 이제 아픔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텐데.

▶여기 커피 좀 더 주세요.(웃음)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라면 모를까, 나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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