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스탠튼-저지..양키스의 '핵탄두급' 장밋빛 꿈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2.15 08:49 / 조회 : 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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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입단식에서의 스탠튼. /AFPBBNews=뉴스1

뉴욕 양키스가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해 내셔널리그(NL) MVP이자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핵탄두급 원투펀치’가 완성됐다.

올해 5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에 오르며 AL 신인왕으로 등극한 애런 저지(25)와 59홈런의 주인공 스탠튼(27)은 양키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두 번째로 50홈런 이상을 때린 팀메이트가 됐으며 동시에 어쩌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거구 콤비를 이루게 됐다.

스탠튼은 6피트6인치(198cm)의 키에 체중이 249파운드(113Kg)에 달하는 거인이지만 6피트7인치(2미터), 282파운드(128Kg)이나 되는 저지 옆에 서면 아마도 생애 처음으로 작아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체격과 파워에서 역대 최고의 팀메이트 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체격에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배시 브라더스’로 명성을 달렸던 마크 맥과이어(6피트 5인치)와 호세 캔세코(6피트 4인치) 콤비를 압도한다. 메이저리그보다는 NFL이나 NBA에 더 걸 맞는 덩치들이다.

이 둘은 모두 포지션이 우익수이고 거구의 오른손 거포라는 점 등에서 상당히 흡사한 면이 많다. 물론 딱 하나만 빼고. 바로 이들의 연봉이다. 올해 루키였던 저지는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은 54만4천500달러를 받았다. 반면 스탠튼은 3년 전인 지난 2014년 11월에 13년간 3억2천500만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계약 총액이 3억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앞으로도 10년간 2억9천5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다. 내년의 경우 스탠튼의 연봉은 2천500만달러로 저지의 54만5천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5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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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튼과 핵탄두급 나선을 구축할 애런 저지./AFPBBNews=뉴스1

올해 111개의 홈런을 합작한 이 두 거포가 내년부터 양키스타디움에서 날마다 ‘홈런 폭죽쇼’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에 뉴욕은 벌써부터 흥분으로 들뜬 상태다. 하지만 사실 양키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둘의 거포 조합을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마이애미 구단이 매각이 이뤄지면서 스탠튼이 조만간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양키스의 포커스는 수년 전부터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는 오타니 쇼헤이(23)에 집중돼 있었고 올해야말로 오타니를 잡을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오타니에게 선발투수는 물론 지명타자(DH) 자리까지 제안해 투타 겸업을 보장하고 그를 만나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를 데려올 것이라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런 양키스에게 프레젠테이션 기회조자 주지 않았다. 서부지역에 위치한 스몰마켓 구단에 가고 싶다면서 양키스를 아예 면접 기회도 주지 않고 탈락시켰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오타니에 퇴짜 맞은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토로할 정도로 상당한 충격을 드러냈다. 양키스가 얼마나 오타니를 간절히 원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양키스는 어떻게 갑자기 스탠튼 영입이 가능했을까. 사실 그 시작은 3년전 스탠튼의 계약 협상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스탠튼은 마이애미와 3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고액 계약 협상을 진행하면서부터 ‘양보 불가’ 조건 두 가지를 내세웠다. 바로 100% 트레이드 거부권과 계약 6년차 이후 옵트아웃 조항이었다.

당시 마이애미 구단주였던 제프리 로리아가 언제라도 팀을 공중 분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스탠튼은 이 두 가지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액수에도 계약서에 사인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의 에이전트 조엘 울프에 따르면 당시 마이애미 수뇌부는 이 두 가지만은 절대 안 된다며 계속 버텼지만 스탠튼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눈물을 머금고 스탠튼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탠튼이 싸워서 얻어낸 이 권리는 결과적으로 스탠튼 본인은 물론 양키스의 미래까지도 바꿔놓고 말았다. 로라아로부터 11억달러에 마이애미 구단을 사들인 새 구단주 그룹은 바로 팀의 공중분해 작업을 위한 ‘폭탄세일’에 나섰고 그 첫 단추는 바로 10년간 2억9천5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는 스탠튼을 내보내는 것부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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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튼에게 트레이드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껍데기팀에서 뛰게될 것이라고 협박한 마이애미 데릭 지터 구단주. 하지만 스탠튼은 망설임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AFPBBNews=뉴스1

구단 회장으로 취임한 전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는 스탠튼에게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팀의 다른 스타들을 모조리 내보낼 것이며 이 경우 그는 다음 10년간을 껍데기만 남은 팀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협박까지 하면서 구단의 트레이드를 수용할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스탠튼이 LA 다저스와 양키스,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트레이드를 받아들일 4개 구단 리스트를 알려줬음에도 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관심을 보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및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구체적인 트레이드 협상을 했다. 결국은 스탠튼이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는 현 시점에서 우승과는 거리가 먼 구단들로 스탠튼은 지터의 압박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큰 고민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스탠튼의 의사에 반한 트레이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이애미로서는 그의 트레이드 허가 리스트에 있는 팀 가운데 한 팀을 고르는 것 외엔 길이 없음을 깨달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양키스와 바로 협상에 들어갔다. 마침 양키스는 오타니에게 퇴짜를 맞았기에 스탠튼에게 시선을 돌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당초 스탠튼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은 포지션이 겹치는 저지와 스탠튼을 한 팀에 두려면 이중 한 명은 DH로 나설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타니를 영입한다면 그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오타니가 양키스로 왔더라면 스탠튼의 양키스행을 불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캐시먼 단장도 “오타니가 미시시피 동쪽에 있는 팀들을 후보에서 제외시킨 후에야 스탠튼 트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단 양키스가 나서자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저스와 컵스, 휴스턴은 모두 스탠튼의 엄청난 계약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스탠튼을 껍데기만 남은 팀에서 뛰게 하겠다는 협박이 애당초 엄포에 불과했던 지터는 사실상 양키스의 오퍼를 받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한편 양키스의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처음엔 엄청난 잔여계약 때문에 스탠튼 영입을 주저했으나 지난 수년간 양키스의 페이롤 감축 노력으로 스탠튼을 영입해도 구단 페이롤이 메이저리그 사치세 부과기준 1억9천7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오자 이를 승인했다. 또 스탠튼으로 늘어나는 연봉부담은 그로 늘어나는 입장권과 기타 수입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전망도 결정을 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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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AFPBBNews=뉴스1

스탠튼 트레이드를 위한 양키스의 마지막 절차는 올해 25세 루키였지만 이미 팀 리더 위치로 올라선 저지로부터 OK를 받는 것이었다. 캐시먼 단장은 지난 2004년 시즌 시작 전 MVP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트레이드해 왔을 때 그와 기존 팀의 간판스타였던 지터간의 냉랭했던 분위기를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로드리게스가 지터를 고려해 3루로 포지션을 옮겼음에도 그와 로드리게스의 어색한 관계는 상당히 오래 기간 계속됐고 양키스는 이 두 슈퍼스타가 함께 한 뒤 5년이 지나서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캐시먼 단장에겐 스탠튼과 포지션이 겹치는 저지가 스탠튼의 합류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저지는 캐시먼 단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디. 그는 스탠튼과 함께 팀을 이룬다는 것에 쌍수를 들어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났고 스탠튼 트레이드는 현실이 됐다. 스탠튼은 입단기자회견에서 저지와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면 자신이 어느 포지션에서 뛰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키스 팬들은 이제 역대 최고의 홈런쇼를 기대하며 들뜨기 시작한 반면 같은 AL 동부지구 소속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내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로 풀리는 슈퍼스타 3루수 매니 마차도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저지와 스탠튼의 양키스가 막강한 전력을 구축해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마차도를 계속 붙잡고 있느니 차라리 그가 FA자격을 얻기 전에 트레이드하는 것이 한결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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