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차태현 "'부산행' 결말 보며 엉엉 울었죠"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차태현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12.15 08:30 / 조회 : 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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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의 차태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0일 개봉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덱스터스튜디오)은 줄여 말하자면 저승에 간 소방관 자홍의 이야기다. 함께하는 저승차사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7개의 지옥을 통과하며 그의 지난 삶을 차근히 돌아본다. 숨겨뒀던 어두운 과거와 진심도 하나하나 펼쳐진다.

배우 차태현(41)이 그 자홍이 됐다. 자홍은 두 말할 것 없는 주인공이지만 골 넣는 스트라이커 자리는 다른 이에게 주어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신과 함께'의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을 안 순간 자홍 캐릭터를 맡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는 차태현 또한 이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기꺼이 그 자리를 맡았다. 온전히 1년을 바쳤다. 400억을 들여 화려한 특수효과가 가득한 영화 1·2편을 동시에 완성하는 한국영화의 유래 없는 도전에 더 끌렸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가 여지없는 자홍이라는 걸. 차태현이 지닌 천진하고 선한 기운은 '의로운 망자' 자홍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영화를 든든히 지탱한다. 그 기운은 배우 차태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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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의 차태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회에 아들 수찬 군을 데려와 '신과 함께'를 함께 봤다.

▶'볼만하니?' 계속 물어봤는데 볼만하다고 하더라. 걔는 이야기를 길게 안 하니 잘은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에 물어보니 재밌었다고 하더라. 좀 길긴 한데 힘들지 않았다고. 살짝 눈물을 흘리는 걸 봤는데 더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수찬이가 제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다. 수업 빠지고 보러 왔다고 되게 좋아했다.

-웹툰을 봤는지.

▶전작 영화를 찍으며 세트장에서 우연히 '신과 함께' 만화를 봤다. 당시엔 하정우가 출연한다는 것,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정도만 알았을 때다. 뒷부분을 못 읽었는데, 그 1주일 뒤에 작품이 들어왔다.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아 나에게 자홍 역이 들어왔겠다' 직감했다. 그것 말고는 역할이 없겠구나 했다. 아니나다를까 자홍 역이었다.

-웹툰이 원작인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는 웹툰이랑 내용이 헷갈린다. 시사회 때 그걸 생각하며 보느라 더 집중이 안 됐다. 괜히 그런 것 생각하느라고. (강풀의 웹툰이 원작인) '바보'를 했을 때도 그렇고, 웹툰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는 부담이 있다. 인기 많은 웹툰은 팬들이 원작과 그대로 나오는 걸 좋아한다. '바보'는 거의 그대로 나왔고 그것이 목표나 다름없었다. 승룡이가 살아 움직였으면 했으니까. 다만 그 긴 걸 2시간 분량으로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신과 함께'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웹툰과 많이 바뀌어 있어서 그게 좋았다. 원작 팬들을 생각하지 못해서 죄송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법이 있구나' 했다. 그럼 내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지 않겠나. 그 점이 오히려 새로웠다. 나중에 원작 전부를 읽고 나니 각색한 부분이 많이 있구나 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재미있다. 2부가 또 재미있다. 저는 안 나오지만.(웃음)

-원작에선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자홍이 소방관으로 바뀌었다.

▶저는 합친 캐릭터도, 소방관이 된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만화책을 우연히 본 뒤 갖게 된 선입견이 '원작의 자홍은 보여줄 게 별로 없는데' 하는 것이었다. 너무 평범하게만 그려져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방관으로 바뀌고 여러 상황이 들어간 시나리오를 보고 이 캐릭터가 재미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자홍은 주연이라고는 하는데 많이 나오지만 임팩트는 다른 데 있다. 시나리오에도 다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 배우 개인으로 봤을 땐 캐릭터가 막 돋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의 여러가지 전체적인 것이 좋았다. 두 편을 한꺼번에 만들어 하나씩 개봉하는 것,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CG, 하정우도 그렇고 많은 배우들과 같이 하는 작업이 해보고 싶었다. 전체적 시도가 저에게 매력이었다. 한 편밖에 안 나오지만 온전히 1년 시간을 할애해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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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의 차태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말했다시피 판타지 장르에 CG 분량이 상당하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했고.

▶저는 그런 데 딱히.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현실과 다른 점이 많지 않나. 저는 그런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단지 연기할 때 허공에다 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전우치'란 드라마를 해서 주문을 외우며 장풍도 쏴 봤다. 해 봐서 이번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정우나 이런 친구들의 고충을 안다. 그걸 모른척 해줘야지 민망해 하면 그날 하루가 끝난다.(웃음)

-사막신에서 모래에 파묻히는 연기를 직접 했는데

▶시나리오 보고 저는 다 중국에 가서 찍는 줄 알았다. 해외 로케이션은 얼마나 가냐고 물었으니까. 그런데 하나도 안 가고 다 세트에서 찍는단다. 그렇게 큰 세트가 있는지 몰랐다. 가 보니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그린색으로 칠해놨더라. 그린 매트 외에도 기본 세트가 너무 잘 지어놨다. 너무 멋있었다. CG에 묻혀서 고생한 세트 팀이 안 보일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모래에 빠지는 신은 실제로 제가 점점 모래에 빨려 들어가며 찍었다. 가슴팍까지 갇혔는데 그 때 한 번 죽을 뻔 했다. 모래가 가슴까지 찼을 때 기계가 올라와야 하는데 고장이 난 거다. 스태프들이 다 와서 모래를 파줬다. 이러다 패닉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중성을 위해 신파로 갔다는 평도 있다..

▶말이 신파라고 써 놓으면 더 세게 다가오기는 한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하다보니까, 보면 마지막에 한 번 억지로 울리곤 한다. 관객분들이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부분도 있고, 깔끔하고 노멀하게 끝나는 영화들은 뭔가 있어 보이긴 한데 개운하지가 않다고 할까. 저 같은 경우 억지로 상황을 쥐어짜서 만드는 감동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시나리오인 것 같다. 가끔 전혀 감정이 오지 않는데 시나리오에 써 있는 게 있다. 반대로 전혀 울 장면이 아닌데 감정이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도 힘들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뀌기도 한다. 어머니, 아이들을 다루는 내용들은 확실히 감정이 잘 오고 공감이 잘 되는 것 같다. 이 영화 또한 그랬다. 사실 연인끼리 헤어지고 우는 건 죽어도 잘 못하겠다. 너~무 옛날이라 감정 끌어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하나도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부산행' 공유가 그림자로 떨어질 때는 얼마나 울었는지. 엉엉 울고 나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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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의 차태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자홍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을 돌아보게 되는 면이 있다. 혹 비슷한 점은 없었나.

▶저도 어려서 단칸방이랄까, 큰아버지 집에 얹혀살았다. 20평 아파트에 8명이 살았다. 우린 망해서 거기에 살았던 건데 큰아버지 집이 8학군 공무원 아파트라 방송에서는 '8학군 선견지명'이라고 그랬다(웃음). 그 때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 때부터 제가 방송으로 잘 되기 전까지 계속 빚이 있었다. 드라마 '해바라기' 끝나고 신사 CF를 찍고 하며 10년 정도 있던 빚을 갚았는데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셨던 것 같다.

-혹시 사후세계를 믿나

▶오늘 새벽기도를 다녀왔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웃음) 자리가 없어서 돌아오긴 했는데, 사후세계는 뭐…. 원작을 볼 때도 그렇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그렇고, 좀 똑바로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우, 이제 잘 살아야겠다. 통과할 지옥이 없네' 그랬다.

-환생한다면 첫번째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이 아들 수찬, 두번째가 하정우라며 제일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하정우는 워낙에 말을 재미나게 한다. 정우랑 있으면 안 심심하다. 연기는 처음 같이 해봤는데 그래서 하정우 하정우 하는구나 했다. 매끄럽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 욕심낸다거나 그렇지 않고 정확하게 서로 맞춰주고 윈윈 하려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그런지 굉장히 잘 맞았다.

밥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실제로 너무 많이 먹는다. 현장에서 그렇게 먹고 스태프 밥을 또 먹는다. 그런데 그만큼 엄청나게 걷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럴 거면 좀 덜 먹어도 될 것 같은데.(웃음)

정우가 감독으로 만든 '롤러코스터'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하정우는 안 나오는데 다 하정우 같다. 얘 연출도 엄청 잘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능력도 많고 재미있는 아이다. 그림을 그리는 걸 봐도 그렇고 참 재주가 많더라.

-'신과 함께'로 연말 빅3 영화 대전에 동참한 소감은.

▶지금까지 영화를 16편인가 했다. 그런데 '빅3'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여름 성수기 겨울 성수기 이런 시즌에 하는 텐트폴 영화에 들어간 게 처음이다. 어우.(웃음) 개인적으로는 '강철비'가 보고 싶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잖아요. 아 남 좋은 이야기 하고 망했네.(웃음)

-차태현 영화 하면 으레 기대하는 코미디가 없다. 도전일 수도 있다.

▶맞다. 코미디가 하나도 없다. 내가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한 번 두 번 웃겼으면 하는. 제 영화에 하나도 그런 게 안 나오니까 생소하긴 했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운돼 있는 역할이라 그런 톤을 잡으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게 도전일까.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한 도전까지는 아니었다. 악역 외에는 그렇게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악역이 들어오긴 했다. 그런데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은 누가 봐도 제가 범인인 게 티가 나서 어울린다는 생각을 못 했다. 어울리는 악역이 온다면 당연히 할 거다. 요새 드는 생각은 어두운 톤의 영화를 찍는 것도 새로울 수 있겠다는 것이다. 왜 역할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왜 못했나 모르겠다.

-유호진 PD와 함께 '최고의 한방'으로 연출을 경험하는 등 2017년 다양한 도전을 했는데.

▶호진이 덕에 좋은 경험을 했다. 호진이가 시켜주면 할 거다. 호진이에게 드라마가 들어오길 바랄 뿐이다.(웃음) 생각지 않았는데 재미있기는 했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피디님이 연락이 올 것 같지 않다.(웃음) 도전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저에게는 너무 큰 경험이었다. 평소 계획을 잘 짜지 않는다. 내년에는, 다음엔 어떤 작품을 할까, 무슨 작품을 선택해 보여드릴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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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의 차태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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