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어쩌면 패해도 괜찮을 '한일전', 그래도 보고싶은 건 '투혼'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2.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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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북한의 축구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1





'E-1 챔피언십' 최종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일본 축구 대표팀을 상대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중국과 1차전서 2-2 무승부, 북한과 2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1승 1무로 승점 4점. 남자부 2위다. 일본은 2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북한에 1-0 신승을 거둔 뒤 중국과 2차전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중국 우한 대회 우승에 이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한국은 무조건 일본전에서 승리해야만 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숙명의 한일전이다. '도쿄의 심장부에서 일본을 무너트리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통쾌한 일이다. 더욱이 한국은 2010년(5/24 친선경기 2-0승) 이후 일본을 상대로 7년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역대 일본과 상대 전적 40승23무14패. 반면 최근 7년 동안 상대 전적은 3무 2패로 열세다.

대회 2연패도 중요하지만, 사실 한국에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다. 과정은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베이스캠프로 선정했다. 로드맵도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13일 훈련을 앞두고 "내년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간다. 3월에는 유럽서 강팀과 부딪혀볼 생각이다. 이 기간 스웨덴과 독일에 초점을 맞춰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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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앞서 중국전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2-2로 비겼다. 신 감독은 "중국을 갖고 놀다시피 했는데 90분 전체로 봤을 때 아쉬웠다. 결국 축구는 70분이 아니라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하는 것"이라며 돌아봤다. 또 북한과는 상대 자책골 덕에 1-0 신승을 거뒀다. 비록 골은 못 넣었지만 큰 위기 상황 없이 경기 운영은 안정적으로 했다. 상대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어떤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중국, 북한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상대를 만난다. 일본이다. 냉정하게 신태용호의 공격 수준은 중국을 3골 차로 완파하고, 북한에 완승을 거둘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이미 지난 두 경기를 통해 확인했다. 사실 현재 아시아 축구의 흐름이 그렇다. 특히 중국은 자국 리그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도 빠르게 좋아졌다. 중국 리피 감독은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2019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언급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일본 역시 해외파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지금 한국 대표팀은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특히 공격 쪽이 그렇다. 손흥민과 기성용, 황희찬, 권창훈, 석현준 등이 결국 본선 무대에서 해줘야 할 자원들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 나서는 공격진은 자연스럽게 플랜B와 플랜C로 초점이 맞춰진다. 신태용 감독에게 있어 이번 대회의 공격 조합은 본선 무대를 위한 실험인 셈이다. 어쩌면 대회가 끝나고 이번 대회 참가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탈락할 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비록 시원한 완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낙제점을 받을 정도의 불안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문전에서의 세밀한 플레이, 공격과 수비의 지나치게 벌어진 간격, 유기적인 팀 전체 움직임 등이 부족했는데, 결국 지금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위한 과정이다. 부족한 점은 분석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 차라리 지금 모자란 부분을 찾아 월드컵 본선에서 그런 실수를 되풀이 안하는 게 더 낫다.

본선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한 경기, 한 경기가 귀하고 소중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길게 봤을 때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조직력과 경기력, 진짜 실력을 짜임새 있게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대회 그리고 한일전 역시 그런 과정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상대가 꼭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건 월드컵 본선 무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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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협회 관계자는 "수비수 정승현이 이번에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 해외파들이 합류할 경우,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누군가 후보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플랜B, 플랜C를 마련하고, 건강한 경쟁 체제가 갖춰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승패보다 본선 무대에 더 초점을 맞춘 생각이다.

한중전과 남북전 이후 팬들의 목소리는 물론 따갑다.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한 경기력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신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생각해 절대 선수 탓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했다'고 언급하며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결국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한일전은 선수들 입장에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구동성으로 '필승'과 '우승'을 말하고 있지만, 일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더욱이 장소는 열렬한 울트라 닛폰의 응원이 펼쳐질 일본 안방 한복판이다.

당연히 완벽한 경기력 속에서 일본을 무너트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지고 싶은 감독과 선수는 아무도 없다. 또 태극마크를 달면 누구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한다. 승패와 관계없이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 붓고 나왔으면 한다. 부담을 뺀 채로 최대한 경직되지 않은 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대회 첫 날인 8일 일본전에서 쏟아지는 '겨울비'를 맞으면서 보여줬던 그 '투혼'을 남자 대표팀에서도 보고 싶다. 최선을 다해 기진맥진한 대표팀을 향해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대표팀을 향한 격려와 응원 그리고 믿음이 필요한 한일전이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꼭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하나라도 얻는다면, 그게 곧 성공적인 한일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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