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박종철로 시작해 이한열로 끝난 1987년의 이야기(종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12.13 17:38 / 조회 :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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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박종철로 시작해 이한열로 마무리된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화려한 스타들이 그려낸 그날의 영화 '1987'이 베일을 벗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는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이 참석했다.

영화는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22살 대학생 박종철의 고문치사사건으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의 사망, 그리고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온 1987년의 6월 항쟁까지를 그려냈다. 뜨거웠던 당시의 이야기를 사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촘촘히 재구성해냈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 이어 '1987'을 선보인 장준환 감독에게 가장 많은 질문이 쏠렸다. "배우들과 같이 보는데 옆에서 훌쩍이시니까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라"며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한 장준환 감독은 "창피하다", "부끄럽다"고 푸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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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 / 사진=홍봉진 기자


장준환 감독은 "박종철 열사로 시작해 이한열 열사, 6월 항쟁으로 마무리짓는 구조를 생각했다"며 "상업영화는 뭔가를 판다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파는 데도 여러가지 태도가 있다. 사과나무에 거름만 주고 10년 20년을 기다려 사과 열매를 얻는 마음이었다. 상업영화의 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 그렇게 정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팔릴 것이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화려한 스타 군단을 기용해 1987년의 여러 군상, 풍경들을 재현해낸 장준환 감독은 "포스터 카피에도 있지만,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1987년을 바라봤을 때,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그 한마디라도 내뱉어야 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저에게도 용기가 되고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의 열전, 각기 다른 캐릭터가 다 주인공이 되는, 그래서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준환 감독은 또 1987년 이후 30년이 지난 2017년의 촛불시위에 대해 언급하면서 "2017년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던 뜨거움과 1987년의 최루탄에 맞서서 구호를 외쳤던 국민들의 뜨거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987년이 미묘하게 2017년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이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가 힘있는 국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살면서 지치고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뭔가를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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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들의 소감 역시 뜨거웠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배우였을 거다. 가장 잘 안 맡으려고 했을 것 같은 역할을 가장 먼저 내미셨다"면서 "'탁 치니까 억'이라는 대사를 내가 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윤석은 "저는 '탁 치니까 억'이라는 말이 일간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도배된 것을 본 세대"라며 "정말 이것을 가지고, 30년 뒤에 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초고부터 '1987'의 시나리오를 읽었다는 김윤석은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큐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느냐. 희극적 재미가 아니라 영화적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마지막 수정고가 나왔을 때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흔쾌히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박종철의 부검을 밀어붙인 최검사로 분한 하정우는 "1987년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강 건너 대학생 형들이 뭔가를 하는데 왜 이렇게 운동장에서 최루탄 냄새가 나지 하면서 하교길을 맞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야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지만 굉장히 그럴싸했다. 이야기를 읽어내려갔을 때 놀라웠다. 어떻게 현실이 이렇게 영화같을 수 있을까. 어떤 시나리오보다 어떤 소설보다도 이 시나리오의 밀도가 높았다. 사실이기 때문에 재미란 말을 감히 하기가 어렵다. 그저 충격이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유해진은 사건의 진상을 전하려 애쓴 교도관 한병용으로 분했다. 그는 "저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공감이 된 게, 밀도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마지막 부분 시나리오를 넘길 때 우리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끝내는 희망을 보게 하는 시나리오구나 하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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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 사진=홍봉진 기자


한병용의 조카 연희 역을 맡은 김태리는 "겉핥기로 알던 지식, 몰랐던 사건 때문인지 재미라 하긴 뭐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상황과 말에 속도가 붙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잘 보여주는 시나리오였다. 전반부는 그렇게 속도감과 이것이 실화이기에 실소가 터질 만큼 참담해 봤다면 후반부는 지금 우리와 맞닿아 있고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다. 30년 전 이야기지만 내 또래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에 가담한 조반장으로 분한 박희순은 "과거는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1987년도에 일어난 일이지만 현재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잊고 싶은 과거지만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었기에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왕이면 용기있는 시민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가해자 역을 하게 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보도에 뛰어든 윤기자로 분한 이희준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바로 읽고 덮고 1987년도에 과연 뭐가 있었던 거야 검색도 하고 자료조사를 하다가 밤에 막 울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단 말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가 한창 촛불집회를 할 때인데 드라마 하는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못 나갔다. 바로 집회부터 나갔다. 눈 감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1987년의 이야기는 2017년의 관객에게 과연 어떻게 다가갈까. 영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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