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죄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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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안전하고 안락한 지옥테마파크 여행기①

[리뷰] 신과 함께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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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영화화하는 건 쉽지 않다. 방대한 호흡을 2시간 안에 갈무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림으로 풀어낸 큰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기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신과 함께' 영화화는 모험이었다. 영화 '신과 함께'는 그래서 모험이다. 영화화가 모험이고, 이야기가 모험이다. 망자가 7개 지옥의 심판을 거치는 모험극이다.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소방관 자홍(차태현).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과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가 19년만에 나타난 귀인이라며 자홍을 저승으로 안내한다. 저승에선 49일 동안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다.


강림 등 삼차사는 염라대왕에게 1000년 전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자신들도 인간으로 환생시켜준다는 약속을 받은 터. 마침 48번째 환생할 만한 귀인을 만나 기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 귀인 자홍은 뭔가 이상하다. 귀인이라고, 의인이라고 칭송받는 걸 마뜩찮아 한다. 이런 자홍을 저승의 판관들 앞에서 변호해야 하는 저승 삼차사들 처지도 점차 난감해진다. 그런 차에 자홍과 삼차사가 걷는 저승길이 혼란해진다. 귀인이 걷는 저승길이라면 편안해야 할 터인데, 요괴가 날뛰고 난리가 벌어진다. 이는 귀인의 가족 중에서 원귀가 나왔기 때문. 강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해원맥과 덕춘은 자홍을 보호하고 변호하며 49일 만에 모든 재판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

'신과 함께'는 지옥테마파크에서 벌어지는 액션 어드벤쳐다. 7개의 지옥으로 자홍과 관객을 안내한다. 모든 사람이 처음 가볼 저승으로 관객을 이끈다. 때문에 저승과 각 지옥을 매번 설명한다. 그리고 그곳을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때로는 워터슬라이드를 타듯, 때로는 케이블카를 타듯, 넘어간다. 7번의 재판마다 망자의 죄를 묻고 변호하고 판결한다.


김용화 감독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 구조를 이승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교차해 벗어나려 했다. 이런 원작의 각색은 영화적으로 주효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신과 함께'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웹툰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원작에서 망자의 변호사 역할을 저승 삼차사에게 같이 맡겼다. 이 방법으로 변호사와 저승삼차사, 둘이었던 원작의 주인공을 하나로 합쳤다. 원작은 저승에서 망자의 심판과 이승에서 탈영병 일화, 두 가지 이야기가 각각 진행됐다. 결이 다른 두 이야기를, 자홍의 가족 이야기로 합친 각색도 영화화에 적합했다.

이런 현명한 각색으로 '신과 함께'는 두 시간 안에 원작의 정서를 품으며 영화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냈다. 그렇게 영화 '신과 함께'는 웹툰 '신과 함께'와 같으면서 다르게 만들어졌다.

다만 '신과 함께'도 웹툰 영화화의 벽을 완전히 타고넘지는 못했다. 각 지옥마다 벌어지는 여러 드라마와 갈등을, 짧은 시간 안에 녹여내기는 무리였을 터. 겉보기로 즐기며 예상가능하고 안전한 스릴을 보장하는 지옥테마파크 여행기가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이 지옥테마파크 여행은 볼거리는 가득하지만 서스펜스는 적다. 각 지옥마다 짧고 안전하고 예정된 스릴인 탓이다.

CG로 재현된 삼도천 등 저승의 풍광과 각 지옥들의 정경은 충분한 볼거리다. 여느 판타지 영화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 염라대왕을 비롯한 각 지옥을 담당하는 판관인 대왕들의 캐릭터도 이채롭다. 처음 테마파크를 갔을 때 느끼는 설렘을 준다. 스토리가 가미된 놀이기구와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퍼레이드. '신과 함께'는 이 목적은 충족시킨다.

차태현이 맡은 자홍은 영화와 웹툰의 가장 큰 차이다. 저승에선 귀인이요, 이승에선 의인이었을 사람의 삶을 통해 관객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느 것이 죄요, 어느 것이 죄가 아닐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이 귀결이 신파로 흐르는 건, 지극히 상업적이다. 안전하다. 지옥테마파크를 관람하고 눈물로 마무리한다. 이 안전하고 보장된 결말은 위험천만한 활극을 기대했을 사람이라면 실망하기 쉽다. 이 안전하고 보장된 결말은 저승테마파크여행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사람에겐 예정된 만족을 줄 것 같다.

코미디의 활용은 아쉽다. 2000년대 중반 코미디에서 멈춘 것 같다. 원작의 과묵한 캐릭터와 달리 대책 없는 캐릭터로 바뀐 해원맥은 특히 아쉽다. 주지훈의 재능을 낭비했다.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까닭에 각 등장인물들이 전부 전형적이고 도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쉽다. 그나마 관심사병 역의 도경수 정도가 눈여겨 볼만하다.

죽는다는 말을 유명을 달리한다라고도 한다. 유명(幽明)의 유는 저승이요, 명은 이승이다. 그러니 죽는다는 건 저승과 이승이 바뀔 뿐이란 뜻이다. '신과 함께'는 유명을 달리한다는 말처럼 저승과 이승이 바뀌는 순간과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볼거리인 건 분명하다.

12월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신과 함께'는 두 편을 연속으로 찍고 차례로 개봉한다. 내년 상반기에 두 번째 이야기가 관객과 만난다. 1편 곳곳에 2편과 연결고리가 숨겨져있다. 엔딩 이후 등장하는 2편 예고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시작부터 먹방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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