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on Air] '와신상담' 신태용, 쓸개 핥으며 버티고 벼른 '한일전'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2.13 06:00 / 조회 : 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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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9월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에서 신태용 감독은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이 좋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한 몸에 받던 시점이었다.

당시 공항 의자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신 감독의 머릿속에 맴도는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2016년 1월 31일.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카타르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고 있는 대회였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이미 2위를 확보하면서 대표팀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라이벌' 일본과 최종 결승전이 문제였다. 2골을 먼저 넣고도 후반 22분과 23분 그리고 후반 36분에 총 3골을 내주며 거짓말 같은 충격패를 당했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내고도 신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지난 9월 타슈켄트 공항에서 신 감독은 "올림픽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였는데, 이번에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고도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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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3 축구 대표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 당시 2-3 역전패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만큼 신 감독에게 있어 '2016년 한일전 패배'는 회계지치였다. 그런 그에게 1년 11개월 만에 설욕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신 감독은 와신상담하면서 숙명의 일본전을 기다렸다. 비록 월드컵 본선에서는 일본을 만날 수 없겠지만, 'E-1 챔피언십' 대회에서 일본을 만난다면 꼭 설욕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그였다.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 대표팀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앞서 중국전(2-2 무)에서 비겼던 한국은 1승 1무, 승점 4점으로 2위에 자리했다. 이후 벌어진 경기에서 일본은 중국을 2-1로 제압, 2연승(승점 6점)으로 선두에 자리했다.

이제 한일전만 남았다. 한일전은 오는 16일 오후 7시 15분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경우의 수는 간단하다. 한국이 이기면 대회 우승이다. 하지만 비기거나 지면 일본이 우승하면서 한국의 대회 2연패 꿈은 물거품이 된다.

신태용 감독은 북한전을 마친 뒤 "한일전이다. 여기가 일본의 홈이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겠다. 둘 다 월드컵에 진출한다. 일본과 멋진 경기를 하면서도 승리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 승리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의 할릴호지치 감독은 중국전 승리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때 맞붙은 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 나온 팀들 중 가장 강한 팀이라 생각한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 가장 강한 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승리는 또 다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역대 77차례 한일전에서 상대 전적 40승23무14패로 앞서 있다. 특히 도쿄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는 최영일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철거머리 수비와 서정원-이민성의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2010년에는 허정무호가 동아시아선수권대회서 3-1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도쿄는 다시 한 번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중국전과 북한전에서 비록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할 지라도 한일전은 또 다르다. 한일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면 중국전과 북한전에서 보여준 좋지 않은 내용도 어느 정도 분명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패할 경우에는 또 한 번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 과연 신 감독은 어떤 구상을 하고 일본전에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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