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박사' 성기홍, "걷기로 치매 예방과 예측 가능하다"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7.12.13 10:36 / 조회 :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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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박사./사진= 김휘선 기자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

‘걷기예찬’의 저자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다비드 르 브르통 교수가 걷기를 표현한 말이다.

국내 최고의 걷기전문가 성기홍 박사(56)는 그런 걷기가 사색과 사유의 관점에서만 우아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질병인 치매의 예방과 예측에 유효함으로써 삶 자체를 우아하게 만든다고 덧붙인다.

세종대에서 스포츠생리학과 운동처방학으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성기홍박사는 이미 ‘몰입걷기’, ‘걷기혁명 530 마사이족처럼 걸어라’, ‘마사이 힐링워킹’, ‘에코힐링워킹’ 등 4권의 저서와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오시마 기요시)’, ‘걷지않으면 건강은 없다(하타노 요시로우)’등 6권의 번역서를 낸 걷기 관련 전문가. 최근엔 국내 최초로 치매걷기 연구소인 '6th Vital Sign Lab'을 설립, 걷기를 통해 치매를 예측하는 빅데이터를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개인, 가정, 사회,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유발하는 치매에 대한 긍정적인 대처법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성기홍박사가 ‘걷기’에 주목한 계기는 한글학자 고 한갑수선생(2004년 작고)과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1986년 말입니다. 한 주간 스포츠신문사 인턴시절 취재차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님을 뵈러갔어요. 당시 한갑수 선생님은 한국보행연맹이란 단체를 만들어 ‘모든 국민들이 바르게 걷게 하자’고 주창하셨어요. 걷기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선각자셨던거죠”

그 만남 이후 한갑수 선생으로부터 ‘보행연맹을 위해 홍보봉사를 좀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성기홍박사는 그 일환으로 대학원 재학중이던 1987년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히가시마츠야마시에서 열린 ‘일본 3데이 마치(3일간 열리는 걷기 대회)’를 접하게 된다. “당시 참가비가 3000엔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5만여명 이상이 몰렸어요. 그런 열기를 접하면서 걷기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죠”

걷기와 성박사의 인연은 그렇게 깊어갔다. 1990년대 ‘트레킹’이란 개념을 처음 소개해 걷기를 전국적으로 붐업시켰고 2002년 KBS ‘생로병사의 비밀’팀과 만나 만든 파일럿프로그램 ‘걷기도 운동이다’ 의 반응이 좋아 걷기와 관련된 본편 두편을 추가로 만드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2003년 방송된 ‘걷기혁명 530’은 말그대로 걷기열풍을 일으키며 전국 지자체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530’은 당시 WHO의 슬로건으로 ‘일주일에 5일 30분만 걸어도 건강을 지킬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있었다.

성박사에 따르면 ‘하루 10000보’는 모든 연령층에 통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본인 역시 하루 7000~8000보 선을 고수한다고 밝힌다. 20대엔 10000보로 부족하고 30대엔 10000보가 적당하고 40대는 9000보, 50대는 8000보 정도가 맞다는 주장이다. “보통 26세 무렵부터 노화가 진행된다. 특히 50대부터는 노화의 진행속도가 급격하다. 세포와 조직은 노화에 따라 닳게 된다. 그 닳는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를 하면 신체 노화를 재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운동 후 1시간 정도가 지나 졸리고 배고프면 운동이 과해 노동이 된 경우라는 지적도 한다. 1시간 운동 해서 졸리고 허기를 느낄 경우엔 50분정도로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고도 밝힌다.

연령대별로도 맞는 운동을 찾아 해야 된다고도 강조한다. 가령 고교시절부터 25세까지는 심장과 폐기능을 극도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으므로 많이 달려야 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완성된 심장과 폐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되기 때문이란다. 30대부터는 근육 소실현상이 시작되므로 30~40대는 아령, 스쿼트 등 근육운동을 많이 해야되고, 50대는 근육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근육이 짧아지기 때문에 태극권이나 도수체조같이 스트레칭이 포함된 각종 체조가 꼭 필요하며 60대 부터는 근육과 신경을 코디네이션하는 곤지곤지, 잼잼 등을 꾸준히 해줘야한다고 강조한다.

걷기 전도사이자 건강 전도사인 성기홍 박사의 최근 관심사는 치매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18일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구 고령화와 치매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2016년 말 현재 69만명으로 추산되는 치매환자가 2030년에는 1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치매환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2050년이면 43조 2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성기홍 박사는 “뇌를 많이 쓴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많아진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중 치매유병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58년생부터 급속도로 편입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근육을 전체적으로 활용하고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인 걷기가 치매예방에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매의 조기예측에도 걷기가 활용될 수 있다고도 밝힌다. 치매환자의 경우 보폭이 줄고 속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이를 빅데이터와 연계해 조기에 검진을 받아볼 수 있도록 워닝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박사는 실제로 ㈜바이탈 식스 랩이란 회사를 만들어 걷기 속도와 보폭을 측정하는 센서를 운동화에 장착해 보행자료를 스마트폰 앱으로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중에 있으며 성공하면 빅데이터와 앱을 전국의 요양원과 치매센터 등에 무료보급할 계획을 갖고있다고 덧붙였다.

성박사는 “보건복지부가 국가책임제를 천명할만큼 치매는 개인에 국한된 질병이 아닌 사회적 질병이다. 올바른 걷기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걷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양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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