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장동민의 깊은 탄식 "발전하는 세상, 코미디만 역행"

[☆밥한끼합시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7.12.10 15:17 / 조회 : 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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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재미 없죠. 저도 그래요."

개그맨 장동민(38)은 코미디를 관두려 했다. KBS 2TV '개그 콘서트'가 한자릿대 시청률에 머무는 요즘 그는 "웃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코미디에서 웃기려고 하는 것들은 다 비하라고 하니까요.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바보'가 있어야 되거든요. 역대로 봐도 '영구, 맹구'도 바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장애인 비하'라고 못해요. 그런 구설수를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평범한 국민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지고 있어요."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장본인 중 한 명인 그는 그럼에도 최근 '개그콘서트'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허덕이는 개그맨 후배들이 눈에 밟혀서였다.

최근 tvN 모의 사회 게임쇼 '소사이어티 게임' 시즌2에 도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던 그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남다른 책임감과 승부욕을 꼽기도 했다.

최근 '밥한끼합시다' 코너를 통해 만난 장동민은 방송에서 모습처럼 솔직하고 털털했다. '개그콘서트' 녹화 직전, 점심 식사를 함께한 그에게서 가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대뜸 비속어가 튀어나와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인터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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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이어티 게임2'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더 지니어스' 때보다 기분은 더 좋아요. 주위에선 '거기 나가면 금방 떨어질 거다'고 얘기했어요. '더 지니어스' 2번 우승했으면 이제 기대해 봄 직한데 말이죠. 하하. 심지어 저희 어머니도 걱정했어요. 머리는 돼도, 젊은 애들 사이에서 몸으로 하는 게 되겠느냐고 했죠.

무엇보다 팀 우승이라는 게 좋았어요. 전 처음부터 '높동' 우승을 목표로 출연했거든요. 제가 꼭 '톱3'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해서 팀이 이기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2주간 합숙 촬영을 했잖아요. 어떤 게 제일 힘들었어요?

▶처음으로 금연을 하게 됐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머리 써야 할 일이 많은데, 마치 밤샌 사람처럼 멍했어요. 머릿속 톱니바퀴가 잘 안 돌아가는 것처럼 힘들었죠. 또 힘든 게 있다면 다 제 마음 같지 않다는 거였어요. 하하. 세상 모든 게 다 그렇지만 함께 있으면서 서로 맞춰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합숙하면서 음식은 어떻게 해먹었어요?

▶방송에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곳에 있으면 삼시 세끼를 해먹는 게 업무에 큰 비중을 차지해요. 그 더운 7월에 장작불을 지펴서 가마솥 밥을 해 먹어야 했는데, 보통 힘든 게 아니었죠. 음식은 쌀이랑 콩, 감자, 배추가 있었고, 조미료는 간장, 소금 정도밖에 없어서 스트레스가 더 했죠.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 같겠네요.

▶교도소보다 더 해요. 교도소도 밥을 직접 해먹진 않으니까.

-시즌1에 참가한 권아솔 씨는 군대와 비슷하다고 하던데요.

▶군대로 치면 상병 꺾였을 때 정도? 군대랑 비교해선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자율성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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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출연진끼리 같이 지내면서 '썸' 같은 묘한 기류 같은 건 없던가요?

▶경쟁 상대잖아요. 그런 생각은 별로 안 들걸요? 설렘을 느끼거나 그런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음…끝나고 나선 또 모르겠네요. 촬영 당시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승부욕이 크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요?

-출연진과 많이 친해졌겠어요.

▶같이 생활했으니까 많이 친해졌죠. 방송 끝나고도 훨씬 더 끈끈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소사이어티 게임2'에서 사실상 리더로서 높동을 이끌었죠?

▶저는 그게 병이에요. 당시 아침마다 뽑던 리더는 따로 있었지만 그건 감투일 뿐이지, 진짜 리더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각자 마음속에 리더는 따로 있었죠. 의지하고 기대고 상의하고 싶고 그런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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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장동민 씨가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은 뭔가요?

▶개인을 버리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집단을 이용하면 안 되고, 100%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요. 개인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동민 씨는 그런 사람인가요?

▶100%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할 순 없겠죠.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합니다. 선천적으로 그런 성향을 타고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굳이 대장 노릇을 안 해도 어느 집단에서 대표자가 되곤 했죠. 항상 대표로 얘기하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죠. 운명이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보통 리더를 하면 가족들이 힘들고 괴로워요.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두뇌가 정말 뛰어난 개그맨이란 생각이 들어요. IQ가 어떻게 되요?

▶평범해요. 두뇌보다는 책임감이 남들보다 위라서 그런 것 같아요. '더 지니어스' 할 때도 책임감으로 거의 우승한 거예요. 처음 섭외 받았을 때 만해도 회사에서도 반대했어요. '시즌2' 연예인들이 욕먹고 있었거든요. 본성이 다 드러나서 그렇대요. 제 본성이 뭔 줄 알고요. 하하.

인터넷에 떠도는 출연자 명단 '스펙'을 보니까 하버드, 멘사 등등…진짜 다 화려했어요. 저만 '개그맨'도 아니고 '전문대 졸업'이라고 해놨더라고요. 하하. 세상이 얘기하는 '고스펙자'들에 비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되게 조롱하는 듯했어요. 심지어 제작진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전 개인으로 나왔지만 그런 스펙을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의 대표로 나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책임감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사람 두뇌라는 게 평생 2~3%도 못 쓴다고 하잖아요. 집중력이라는 게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그때 딱 그랬던 것 같아요. 승부욕이 남다른 것도 있고요.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못 견딜 정도죠.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집중력으로 뭘 해보고 싶어요?

▶공부를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박사 한번 해보고 싶네요.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일에 도전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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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요즘 '개그콘서트' 현장에서도 주로 후배 개그맨들을 끌어가는 편이겠어요.

▶'개그콘서트'에선 예전과 달리 자제해요. 후배들과 기수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요. 20대 때는 오히려 그랬죠. 선후배, 동기들에게 많이 조언하곤 했어요. 지금은 괜히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굉장히 말을 아끼고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꼰대'가 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어요. 10번은 생각해보고 얘기하죠. 요즘 선배들 많을 때보다 더 눈치를 봐요.

-'개그콘서트'에 복귀한 이유를 직접 여쭤보고 싶었어요.

▶사실 코미디를 다시 하고 싶단 생각은 크게 없었어요. 제작진으로부터 제안이 왔을 때 처음엔 거절했었죠. 그래도 무대에 섰을 때 살아있단 생각이 드는 것 같았어요.

'개그콘서트'가 좋을 때였으면 아마 계속 거절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워낙 힘든 상황이잖아요. 제가 한창 했을 때도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거든요. 최고로 위험하다고 했을 때가 시청률 13% 나왔을 때니까요. 어찌 됐든 예전 멤버들이 함께 복귀했고, 여러 가지로 동화돼서 '즐겁게 해보자'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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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이제 선배니까 책임감도 많이 들겠어요.

▶그렇죠. 함께 복귀한 멤버들도 똑같이 느낄 거예요. 어찌 됐든 돌아왔는데, 시청률 안 오르면 어쩌지라는 근심 걱정이 많이 생기죠. 한편으론 코미디를 하는데 있어서 예전보다 제약이 커진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표현은 자유로워지는데, 코미디만 왜 점점 역행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 누구를 비하하려거나 어떤 타깃을 잡아 욕하려고 코미디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에요.

웃음의 폭을 디테일하게 나눠보면 아무리 재밌는 개그라도 누군가에겐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100%죠. 예를 들면 어떤 개그맨이 논두렁에서 넘어지는 슬랩스틱 개그를 해서 웃겼어요. 그런데 마침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 아버지가 논두렁에 넘어지셔서 다쳤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웃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넘어진 걸로 희화화를 해?'라고 할 수 있죠.

모든 게 다 그래요. 안 걸리는 게 없죠. 요즘엔 코미디의 의도를 떠나 '뭐를 비하했네' 이게 너무 심하니까요. 코미디를 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요. 정말 코미디가 침체예요. 이러다 보면 국민들도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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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그런 의미에서 코미디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개그도 하나의 창작물이에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걸 다루며 와 진짜 '리얼하다'고 하는데, 코미디에서 하면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중적인 잣대가 아닌가 생각이 커요. 그러다 보니 코미디가 경시되는 사회에서 굳이 코미디를 해야 하나 생각이 들죠. 앞으로 코미디를 할 후배들이 짊어질 짐이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고민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요즘 기가 차서 웃긴 게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미디가 약해지고 있어요. 실제 상황에선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코미디는 되려 하면 안 되는 게 많아졌으니까요.

-옹달샘 멤버들이 모두 '개그콘서트'에 컴백하면 힘이 될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힘들어요. (유)세윤이는 스케줄이 바쁘고, (유)상무는 아시다시피 몸을 추스르는 중이고요. 저도 옹달샘으로 코미디 할 때 제일 즐겁고 재밌었어요. 화합도 제일 잘되는 친구들이고, 든든하고요. 글쎄요. 다시 함께하는 날이 또 올까요? 저도 왔으면 좋겠어요.

-'개그콘서트' 복귀한다고 했을 때 옹달샘 멤버들은 뭐라던가요?

▶'그래 형, 코미디 해라.' 응원의 메시지가 많았죠. 상황을 잘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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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봉진 기자


-유상무 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의 대장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요.

▶전 베트남 해외 촬영 가 있을 때 처음 들었어요. 사실 촬영가기 전날 상무랑 같이 있었는데, 상무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 다음 날 해외 갈 채비를 해야 하니까 '급한 거 아니면 갔다 와서 하자'고 말하고 떠났죠.

알고 보니 몸이 좀 안 좋아서 다음날 검진 결과가 나오는데, 혼자 가기 무서워서 같이 가려고 했던 거래요. 제가 해외 간다니까 세윤이랑 갔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친구한테 먼저 연락이 와서 상무가 대장암인 걸 알았어요.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죠.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뜬 걸 봤는데, 세윤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암이라고 밝혔더라고요. '정말 별 장난을 다쳤구나', '이런 거로 장난을 치다니 이제 우린 끝이다' 생각했어요.

바로 상무에게 전화해서 '이런 장난을 치면 어떡하느냐'며 버럭 뭐라 했죠. 그런데 상무가 '기사 거짓말 아니냐, 나 지금 엄마한테도 처음 얘기해서 혼나고 있어 그러니까 끊어'라고 하더군요. 너무 황당했어요. 같이 종합검진 받은 게 2년 전인데, 그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이게 말이 되나 싶었죠. 그동안 상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러다 보니 저도 많은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건가요?

▶항암 치료는 잘 됐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관리 잘해야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상무가 이번 일 겪으면서 '죽으면 다 끝이다' 생각이 처음 들었대요. 3기 암이란 얘길 들었을 때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요. 죽을 고비를 경험한 친구가 그런 얘길 하니까 더 실감 나더라고요.

-한 해를 돌아보면 얻은 것과 아쉬운 것이 있나요?

▶올해는 특별하고 뜻깊은 해였어요. 30대의 마지막 해였으니까…아~이제 40대네요. 그래도 나이에 조금 무뎌진 것 같아요. 30이 될 때는 뭔가 두려웠어요. 이젠 앞으로 계획이 서지는 것 같아서요.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30대는 열심히 일하면서 달려왔다면 40대는 뿌린 걸 거두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 와중에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한 번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계기도 됐어요. '나 아직 안 죽었어'라는 자기 위안을 했죠. 다시 코미디에도 발을 들였고요. 30대의 마무리지만 좋은 에너지를 얻고 40대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40대의 스타트를 끊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보다 성숙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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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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