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김대환 감독 "'초행' 해외 수상..보편적 감성 공감"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12.06 08:00 / 조회 : 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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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감독/사진제공=인디플러그


2014년 영화 '철원기행'으로 영화계에서 주목 받은 김대환(32) 감독이 신작을 들고 왔다. 감독 특유의 현실 공감 이야기로 또 한 번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7일 개봉을 앞둔 '초행'은 7년 차 커플 수현(조현철 분)과 지영(김새벽 분)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면서 서로의 가정과 마음을 새롭게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결혼을 앞둔, 이미 결혼한 이들이 '그랬지'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다.

현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김대환 감독. '초행'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초행'의 이야기는 현실이다. '철원기행'에 이어 또 한 번 현실을 다뤘는데,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던 것인가.

▶ 어떤 주제 의식을 정하고 시작한 영화는 아니다. 지금 시대, 저희 세대가 같이 겪고 있는 불안의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만들어 낸 이야기는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안한 곳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극 중 남녀 주인공의 심리 묘사나 행동, 그들의 가족의 모습은 흡사 내 이야기 같다.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닌가.

▶ 출발 지점은 사적이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제 이야기가 담겼다. 그러나 가족이나 공간은 영화적 설정일 뿐이다.

-'초행'의 남녀 주인공들의 결혼에 대한 고민이 한 번은 해 봤을 법한 일. 혹시 감독의 경험담은 아니었는가.

▶ 예전부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컸다. 다만, 결혼까지 과정을 돌파하기 싫었다. 여자친구와는 함께 있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한 달 반 전에 결혼했고, 아내는 모 방송국 보도국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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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행'/사진=인디플러그


-왜 하필 7년 차 커플의 고민, 그것도 결혼을 다뤘는가.

▶ 영화에서 7년 차 커플의 결혼 고민을 다룬 것은 현실에서 도무지 희망이라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왜, 선뜻 결혼이라는 결정을 행복하게 못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거기서 영화는 출발했다. 하나 덧붙이자면 영화 아이템이 떠오른 게 7년 째 연애를 하던 중이었다. 그 기간 정도 연애한 커플이 결혼을 두려워 하는 게 맞닿아 있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초행'에서 등장한 수현의 고향 삼척, 지영의 본가 인천은 동서로는 끝과 끝이다. 이 지역을 특별히 선정한 이유가 있는가.

▶ 영화 속 일부는 제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 두 곳이 그 중 하나다. 공간 설정은 제가 경험했거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인천의 경우 제가 어렸을 때 2년 정도 살던 곳이고, 삼척은 제 외가가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일출, 일몰을 맞이하는 동서의 끝이라는 점에 끌렸다. 여기에 삼척을 가기 위해 태백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커플이 넘어야 할 산(고비)이라는 의미심장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어떤 답이 없다. 특히 결혼에 대해 두 사람이 그토록 고민한 것을 하든, 안 하든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유가 있는가.

▶ 시나리오는 결혼에 대해 서로 선택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촬영을 하면서 두 사람이 결혼을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함께 다음 날을 맞이하면서 전과 다른 분위기를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지만,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 현장이 등장이다. 어떤 의도가 담긴 것인가.

▶ 이번 영화를 만들 때 중요했던 게 있다. 바로 지금, 우리 시대라는 것이다. 작년 11월 영화 촬영 중 사회적으로 발생한 거대한 현상을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담게 된 것이다.

-'초행'에서 여자 주인공의 상황 및 심리 묘사가 잘 그려졌다. 특히 모녀 관계와 애인의 어머니를 대하는 행동 등이다. 감독, 여배우 중 누구의 표현력이 더 컸는가.

▶ 대사는 제가 쓴 것도 있지만 배우들이 알아서 살을 붙인 게 많다. 좋은 것은 차용하고, 덜어낼 것은 덜어냈다.

-여주인공 김새벽의 활약도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감정선 그러면서도 굉장히 냉정한 모습이었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떤가.

▶ 좋았다. 새벽 씨는 제가 '철원기행'으로 해외영화제를 다닐 때 몇 번 만남을 가졌다. 선한 사람의 냄새가 풍겼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이번에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건네서 캐스팅 했다.

-이번 '초행'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하는가.

▶ 관객들이 자기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인생에 대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작더라도 그런 용기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볼 영화라고 자신하는가.

▶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위에서 미혼이든, 기혼이든 반응이 뜨겁다. 어떤 친구는 여자친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 영화가 마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런 부분들에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회자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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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감독/사진제공=인디플러그


-올해 해외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되었다. 지난 8월 스위스에서 열렸던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이머징 디렉터상 외에 제32회 마르델 플라타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해외영화제에서 관심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탄탄한 시나리오, 신선함이 해외에서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보편적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초행'에서 다룬 결혼이란 소재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에 한국을 보여주는 게 호기심을 자극한 게 아닐까 싶다.

-'초행' 이후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설 것인가. 또 한 번 현실 공감 이야기인가. 아니면 장편 도전일까.

▶ 구상은 하고 있다. 춘천에서 엄마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고, 우리 현실에 대해 다뤄볼 계획이다. 장편은 시가가 오면 해보려 한다. '지금 당장 해야지'라는 생각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은가.

▶ 지금 바람은 하나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 계속 해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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