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LA 토박이 스탠튼 다저스 입성?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1.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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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카를로 스탠튼./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팬들에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드림 시나리오지만 다저스의 경쟁 팀들에겐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지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시즌 59홈런과 39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순위 1, 2위를 차지한 지안카를로 스탠튼(28)과 코디 벨린저(22)가 LA에서 뭉쳐 가공할 파워의 핵탄두급 원투펀치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까진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스탠튼의 다저스행이 충분히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오타니 이야기를 빼면 특별히 핫한 뉴스가 없는 올해 스토브리그에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6번째로 한 시즌 59홈런을 때려내며 NL MVP로 선정된 스탠튼이 이미 우승후보인 다저스에 갈 경우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클 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우선 마이애미가 이번 오프시즌 중에 스탠튼을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새로 마이애미를 인수하는 구단주 그룹은 구단 페이롤 감축을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스탠튼과 2루수 디 고든, 3루수 마틴 프라도 등 고액 연봉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2억9천5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이 남아있는 스탠튼을 트레이드하지 않고는 그 어떤 조치도 의미가 없기에 스탠튼의 트레이드는 피할 수 없는 결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스탠튼의 트레이드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년간 거의 3억달러가 남아있는 그의 잔여계약이 너무 매머드 급이이서 그런 계약을 떠안을 여력이 있는 팀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특히 그를 데려가는 팀은 당장 2~3년이 아니라 장장 10년에 걸쳐 팀의 장기적인 플랜에 그의 계약을 맞춰 넣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이라도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더욱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스탠튼이 풀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허락이 없는 한 그 어떤 트레이드도 불가능하다. 모든 트레이드 협상이 완료됐다고 해도 스탠튼이 거부하면 헛수고일 뿐이다.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마이애미에 스탠튼 트레이드 오퍼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움직임이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아직 스탠튼이 어떤 팀과의 트레이드를 거부했다는 소식은 없다.


마이애미는 최근 스탠튼으로부터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구단 리스트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 어떤 팀이 포함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저스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스탠튼의 트레이드를 위해 나선 팀들은 대부분 스탠튼이 다저스로 가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스탠튼은 다저스행 트레이드가 완전히 가능성이 사라지기 전에는 다른 팀으로 가는 트레이드를 승인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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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사실 스탠튼이 다저스행을 원하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약 15마일(24km) 거리에 위치한 셔먼 옥스에서 태어나 다저스 팬으로 자라난 LA 토박이 출신이다. 더구나 다저스는 올해 1승이 모자라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친 팀으로 당장이라도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전력이다. 어렸을 때 팬이었던 고향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치켜들 찬스가 있는데 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저스 역시 스탠튼을 잡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냥 스탠튼이 중심타선에 포진한 모습을 상상해보면 된다. 더구나 다저스는 스탠튼의 어마어마한 계약을 떠안아도 거뜬히 ‘소화’시킬 능력이 있는 몇 안 되는 구단 중 하나다. 또 다저스의 로스터는 외야에 스탠튼의 자리를 만들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다저스가 스탠튼을 데려오기로 결심한다면 스탠튼의 다저스행은 결국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이애미가 결국 스탠튼을 내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저스가 나선다면 결국 스탠튼의 다저스행은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필연적으로 보여도 이런 대형 트레이드는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모로시 기자는 다저스와 마이애미가 이미 스탠튼 트레이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아직까지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다저스 역시 이번 오프시즌에 구단 페이롤을 사치세를 부담하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내리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 입장에선 스탠튼의 계약을 떠맡을 힘은 있지만 그래도 추가부담을 보태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문제는 스탠튼같은 선수를 붙잡을 기회가 그리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는 다저스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한편 마이애미 입장에서는 스탠튼을 내보내면서 과연 그 대가를 어느 수준으로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구단 페이롤 감축이 주 목적인 트레이드지만 그래도 리그 MVP인 홈런왕을 내주는데 연봉 덜어내기 외엔 받는 것이 없는 트레이드라면 마이애미도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여러 명의 특급 유망주나 메이저리거들을 대가로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마이애미가 협상에서 불리한 점은 협상 파트너들이 스탠튼을 꼭 트레이드시켜야 하는 마이애미의 처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협상과정에서 유망주를 내주는 대신 스탠튼 잔여계약에 대해 부분적인 연봉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연 어떤 레벨의 유망주 몇 명을 받고 얼마까지 연봉부담을 감수해야할지 등은 매우 힘들 결정이 될 것이다. 어쩌면 직접적인 연봉 부담 대신 상대방의 고액연봉선수를 떠안는 쪽으로 갈수도 있다. 예를 들면 다저스에서 트레이드 대가로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스콧 캐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등 고액 연봉이 남은 선수들을 받는 것 등이다.

또 하나 결정적으로 마이애미에게 불리한 시나리오는 스탠튼이 트레이드 파트너를 다저스 한 팀으로 제한하는 경우다. 이 경우 마이애미는 사실상 손이 묶이면서 협상에서 사실상 다저스에 끌려가 전혀 만족할 수 없는 거래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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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반대로 스탠튼이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을 다저스와 함께 협상 가능 리스트에 올려준다면 이들 간의 경쟁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마이애미 입장에선 다저스뿐 아니라 가능한 많은 팀이 스탠튼 영입전에 뛰어들어 경쟁상황이 만들어져야만 어느 정도 제값을 받고 그를 내보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할 문제는 스탠튼이 트레이드로 인해 입을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다. 마이애미가 속한 플로리다 주는 텍사스 주와 함께 주 정부 소득세가 없는 대표적인 주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주 소득세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다. 연소득 100만달러가 넘는 경우 소득세율이 13.3%에 달한다. 스탠튼의 경우 다음 10년간 평균연봉 3천만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면 대략 주 소득세로만 10년간 무려 4천만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탠튼의 계약이 워낙 엄청나기엔 평소엔 문제가 되지 않는 주 소득세까지 이슈가 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만약 이 많은 관문을 통과해 스탠튼의 다저스행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면 다저스는 그야말로 공포의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된다. 올해 이 둘의 홈런수를 합치면 98개가 된다. 특히 올해 신인으로 뒤늦게 빅리그에 올라와 132경기에서 39홈런을 친 벨린저는 162경기 시즌으로 환산하면 48개 홈런을 친 셈이니 이를 스탠튼의 59개와 합치면 무려 107개가 된다. 2명의 팀메이트가 한 시즌에 100홈런 이상을 합작한 경우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5번 밖에 없었고<도표> 최고 기록은 1961년 뉴욕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이 합작한 115홈런이다. 물론 스탠튼과 벨린저가 내년에도 올해처럼 홈런을 때려낼 것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MLB 시즌 100홈런 합작 팀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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