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1.2%'만 선택 받는 영광의 자리, 명예의 전당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입력 : 2017.11.25 10:20 / 조회 : 10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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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자리'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의 기량이 출중하다고 해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역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클레이튼 커쇼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투수로는 드물게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고,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하며 탁월한 성적을 올릴 경우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하지만 아무나 멤버가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2017년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은퇴한 선수는 대략 1만7,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는 고작 220명으로 1.2%에 불과하다.

◆ 75%를 넘겨라

명예의 전당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442명이 투표를 했다. 그 중 75%에 해당되는 332표 이상을 얻은 제프 배그웰, 팀 레인스, 이반 로드리게스가 야구의 발생지로 명예의 전당이 있는 쿠퍼스 타운에 입성했다.

‘지옥의 종소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트레버 호프먼은 통산 601세이브로 마리아노 리베라 다음으로 많은 세이브를 따냈지만 두 번째였던 지난해 투표에서 74%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딱 5표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괴수’로 잘 알려진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통산 타율 0.318에 449홈런, 1496타점을 올렸지만 15표가 부족했다. 투표율은 71.7%.

올 시즌 새롭게 추가된 후보군 중에서는 역대 최고의 스위치 히터 중 하나인 치퍼 존스, 612홈런으로 이 부문 역대 8위에 올라 있는 짐 토미, 24년간 활약하며 11차례나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움켜쥐었던 오마르 비스켈 등이 첫 해에 명예의 전당 헌액을 노리고 있다.

◆ 예외 조항

현역 생활 최소 10년과 은퇴 5년 뒤부터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도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경우는 3차례 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타자 루 게릭은 현역에서 은퇴한 1939년에 바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다. 그 이유는 바로 루 게릭 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했기 때문이었다. 운동신경 세포만 선책적으로 사멸되는 질환인 이 병은 척수구운동 신경세포의 변성을 일으켜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하다.

1972년에는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사망한 바로 그 해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애디 조스는 현역 생활을 9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사망으로 1978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 역대 최다 득표

지난 2015년 투표에서 켄 그리피 주니어는 99.32%를 얻어 역대 최고 득표자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종전 기록인 톰 시버가 1992년에 얻은 98.84%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

5714개로 탈삼진 1위인 놀란 라이언(98.79%),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의 보유자 칼 립켄 주니어(98.53%), 12차례나 타격왕을 차지하며 4191안타를 기록한 타이 콥(98.23%), 타율 3할, 3000안타, 300홈런을 모두 돌파한 조지 브렛(98.19%) 등은 98%대의 득표를 기록했다.

투표 자격을 얻은 기자는 최대 10명에게 투표를 할 수 있기에 만장일치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2014년 ‘제구력의 마술가’ 그렉 매덕스는 97.19%를 얻어 톰 그래빈(91.94%), 프랭크 토마스(83.71%)와 함께 명예의 전당의 새로운 멤버가 됐다. 당시 매덕스에게 투표를 하지 않은 몇몇 안 되는 사람들 중 LA 다저스를 담당하고 있는 켄 거닉 기자는 “약물 시대에 뛴 모든 선수에게는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

이처럼 각자 주관이 뚜렷한 기자들의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만장일치는커녕 켄 그리피 주니어가 가지고 있는 역대 최고 득표율은 깨지지 않을 공산이 매우 크다.

◆ 국적을 뛰어넘은 멤버

메이저리그는 1945년 재키 로빈슨에 의해 인종 장벽의 거대한 벽이 허물어졌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선수들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후안 마리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투수로 활약한 마리찰은 243승,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통산 471경기에 출전해 완투한 경기는 무려 244차례나 됐다. 마리찰은 3년 차였던 1983년 83.69%를 획득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함께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하고 있는 베네주엘라 출신의 명예의 전당 멤버 1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루이스 아파리코였다. 2,677안타에 도루왕 9차례, 올스타에 10차례 선정됐던 아파리코는 후보 자격을 얻은 지 6년차였던 1984년 84.62%를 얻었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태어난 파나마 출신으로는 1991년 투표 자격을 얻자마자 90.52%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로드 카루가 최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전설적인 2루수였던 그는 3,053안타에 0.393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18번이나 뽑혔다.

같은 해 캐나다 출신인 퍼거슨 젠킨스도 3번째 도전 만에 75.4%를 얻어 힘겹게 관문을 통과했다. 시카고 컵스의 투수였던 젠킨스는 284승을 따냈는데, 그 중 20승 이상을 7차례나 기록했다. 젠킨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3,00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투수들 중 유일하게 1,000개 이하의 볼넷을 허용했다.

신시내티 레즈에서 1루수로 뛰었던 토니 페레스는 2000년 투표에서 9번째 도전 끝에 77.15%를 얻어 쿠바 출신 최초의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다. 1970년대 ‘빅 레드 머신’의 핵심 멤버였던 페레스는 2,732안타, 379홈런, 1,652타점을 올리며 신시내티 레즈의 우승을 2차례 이끌었다.

한편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노모 히데오가 2014년 투표 자격을 얻었지만 단 6표를 받았다. 5% 미만을 받을 경우에는 즉각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올 해는 마쓰이 히데키가 이름을 올렸지만 5% 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히데키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타율 0.282, 175홈런, 760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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