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추임새] 韓日전 참패, '선수협' 책임은 과연 없나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1.25 09:00 / 조회 :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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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뉴스1



추임새는 판소리에서 듣는 이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가 넣는 탄성을 말합니다. 스포츠도 '흥'이 있어야 합니다.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사실'과 '바름'이 기반이 된 재미여야겠죠. 추임새라는 말은 '위로 끌어 올리면서 칭찬하다'는 뜻의 '추어주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누구나 이런 시각도 가질 수 있으며, 저런 시각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김우종의 추임새' 코너를 통해 스포츠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들을 진단하고 짚어보며 팬, 독자들 및 스포츠 인들과 즐거움은 물론 현안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주고자 합니다. '김우종의 추임새'를 감히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한일전 참패는 충격이었다. 양국 '야구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의 실력 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선동열 감독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결승전.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24세 이하(U-24) 야구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에 0-7로 완패했다. 이렇다 할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무기력한 팀 완봉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와일드카드 3장을 쓸 수도 있었지만 선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선 감독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뼈아픈 참패였다. 무엇보다 젊은 투수들의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선발 박세웅을 비롯해 심재민과 김윤동 김명신 김대현 등이 모두 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그나마 장필준만 배짱 있게 공을 뿌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자들 중에서는 김하성 정도만 제몫을 다했다. 구자욱은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실력의 차이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력을 키워야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당장 내년에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019년에는 프리미어12, 2020년에는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이 대회들을 바라보고 선발한 선수들이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전도 중요하지만 훈련, 즉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선수들과는 달리 어린 선수들은 무엇보다 좋은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혼자서 공부를 하는 데에는 다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교육의 기회마저 원천 차단되고 있다. 바로 선수협의 '비활동 기간 준수' 방침 때문이다. 현재 선수들은 매년 12월과 1월에 개인 훈련만 할 수 있다. 물론 이 기간 선수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 또 프로야구 선수들의 유일한 휴식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르침에 목말라 있는 저연차, 저연봉의 비주전급 선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12월과 1월이 기량 향상의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인 훈련만 해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르침을 받아야 실력도 훨씬 빨리 키울 수 있다. 결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목표는 좋은 실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해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선수협 이사회는 10개 구단의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주장은 대부분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주전급 선수들이 맡는다. 당연히 고액 연봉자들을 비롯해 주전급 선수들의 생각이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과거 서재응 전 선수협 회장은 "선수협 인원이 500명이 넘는데 개개인 한 명 한 명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선수협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선수들에게 편하고 좋은지를 판단해 다수결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 12월과 1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 차단되면서 실력 향상의 기회 역시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전직 감독은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며 "또 이 추운 날씨에 어디서 훈련을 하겠는가, 이 시기에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하는데 스프링 캠프 때에는 이미 늦는다"면서 선수협의 결정을 지적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실력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 야구가 튼튼해진다. 훈련을 받고 싶어 하는 1.5, 2군, 3군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수협이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12월과 1월에 마냥 쉬는 것보다 코치로부터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선수들도 많다. 그렇게 배우고 또 배워도 이 냉혹한 정글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훈련을 강제로 막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 또 그것이 과연 한국 야구가 강해지는 방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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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결승전 당시, 10회말 연장 승부치기 2사 2루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민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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