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非공인' 에이전트들, FA 거품만 부추긴다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11.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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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


경기가 끝나도 스포츠 이야기는 계속된다. 뉴미디어 시대에는 기사도 24시간 쏟아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스포츠와 관련해선 어디선가 의미 있고 재미 있는 일들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 경기장에 불이 꺼지고, 언론이 노트북과 카메라를 덮은 후에 일어나는 이야기들. '한동훈의 연장전'을 통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첫 이야기는 국내 프로야구 비공인 에이전트에 관한 것이다.

'자칭' 에이전트들이 프로야구 판을 흔들고 있다.


현행 KBO 규약은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인 에이전트는 2018년 2월부터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공인받지 않은 에이전트들이 벌써부터 활개를 친다.

가뜩이나 과열된 FA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몸값 거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50억 원이 FA 대어의 척도였다. 김주찬 이택근이 50억 원을 받을 때만 해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느새 기준은 2배로 뛰었다. 최대어로 꼽히는 스타 플레이어는 100억 원부터 시작하는 분위기다. 에이전트도 편승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도 하나, 둘 나오면서 KBO리그에 스며들었다.

정식 절차 없이 에이전트를 자처해 기능이 변질됐다. 몸값 올리기에만 혈안이 됐다. 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여기저기 간을 보며 야구계를 흐린다. 우선 협상 기간도 사라지고 자격 없는 에이전트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FA 시장은 완전히 어지러워졌다.


오버페이가 도를 넘었다. 적정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형성되기 마련이다. 꼭 잡고자 하는 팀이 조금 더 얹어주는 수준이었다. 팀에 반드시 필요하고 우승권에 올려놓을 선수라면 출혈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몸값 올리기에 구단도 두 손 들기 일보 직전이다.

물론 에이전트는 선수가 한 푼이라도 더 받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들이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자격도 없다는 점, 초대형 선수들만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다. 돈이 되지 않는 선수는 뒷전이다. 23일 현재 강민호 황재균 문규현 권오준 등이 FA 계약을 마쳤다. 4년 80억 원에 삼성과 계약한 강민호, kt와 4년 88억 원에 도장 찍은 황재균 모두 에이전트가 있다. 손아섭도 현재 협상 시 에이전트를 대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야구단 재정으로 감당하기 힘든 액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를 협상의 미끼로 사용한다. A구단과 만나서는 B구단이 얼마를 제시했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다. A구단과 B구단은 이 정보가 맞는지 알 길이 없다. 그 사이에서 몸값은 떨어지지 않고 정체 상태다. 덥썩 물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다른 선수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의 구단은 재정적으로 모그룹에 의존한다. FA를 영입할 때 그룹 자금이 들어간다. 야구단 능력 밖의 거액이기 때문이다. 선수단 연봉에 들어갈 예산도 한정돼 있다. 누군가에게 큰 돈이 들어가면 나머지 연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선수협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에이전트 제도를 관철시켰으나 시작부터 아이러니다.

KBO 관계자는 "구단이 애초에 협상 테이블서 에이전트를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KBO는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규약 상 마땅히 제재할 조항은 없다"며 "다만 구단 측에서 정식으로 요청을 한다면 조사를 해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암암리에 활동하는 비공인 에이전트를 KBO가 직접 가로막기는 힘들다. 구단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또 특급 선수에 한해서는 을의 위치인 구단이 그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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