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이경 "내 꿈은 대체불가한 배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11.22 07:10 / 조회 : 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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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극본 권혜주·연출 하병훈)가 끝났다. 이이경(28)의 존재감은 퍽 묵직했다.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가 과거로 돌아가며 벌어지는 우여곡절, 좌충우돌을 유쾌하고도 따스하게 그린 이 작품에서 이이경은 1999년의 철없는 금수저 대학생 고독재가 됐다. 찰랑이는 긴 머리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끈 이 남자는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 연기로 제대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백부부'의 넘버원 신스틸러를 꼽는다면 단연 이이경이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아기와 나'(감독 손태겸·제작 KAFA FILIMS)에는 전혀 다른 이이경이 있다. 말년휴가를 나온 사이 아기만 덜렁 남겨두고 사라진 예비신부를 찾아 막막한 심정으로 그 자취를 찾아 헤매는 답 없는 청춘 도일이 그의 몫이다. 이이경은 기댈 곳 없이 방황하고 자책하는 젊은 청년의 안쓰러운 하루하루를 그렸다. 미소 한 번 지을 일 없는 얼굴은 그의 팍팍한 현재와 답답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흘깃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터지는 '고백부부' 속 긴 생머리와 제대 후 기댈 곳 없이 사회에 던져진 '아기와 나' 속 짧은 머리칼만큼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청년이 이이경을 통해 그려졌다. 이이경은 도일도 고독재도 아닌 이이경의 얼굴로 나타나 두 작품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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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아기와 나'는 이이경의 단독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촬영하게 됐나.

▶웹드라마 '야근왕 김보통' 등을 연출한 강민구라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손태겸 감독님 알아? 너를 염두에 두고 있대' 하는 거다. 몇 달 뒤 감독임을 만났다. 그 말씀을 진짜 하시는데 정말 신기했다. 대본을 읽었더니 원맨쇼라 할 만큼 비중이 컸다. 왜 나냐고 감독님께도 물었다. 감독님은 처음부터 그리 생각하셨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읽었는데 욕심이 났다.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게 싫어지는 거다. 그것이 계기가 돼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밀어붙였다.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나.

▶사실 당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영화 '커튼콜'을 함께 촬영해야 했다. 시간도 시간인데 머리 길이가 전혀 맞지 않았다. '아기와 나'에서는 군에서 갓 제대한 머리라야 했으니. 일단 예능 '진짜 사나이'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사고를 친 거다. 그러곤 3D 프린팅 가발을 맞춰서 '태양의 후예' '커튼콜' 현장에 갔다. 요새 가발이 스타일링까지 돼서 나오더라. 벗겨지지도 않고 티도 안 나서 그 모습으로 '태양의 후예'와 '커튼콜'을 찍었다. 가발을 벗고 '아기와 나'를 찍고. 머리뿐 아니라 이동 거리도 엄청났다.

-물리적인 문제보다 코미디 색채가 있는 '커튼콜'과 '아기와 나'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데 몰입하고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말도 안 되게 진행을 했다. 저도 혹여 '아기와 나'를 연기하는데 '커튼콜' 톤이 나오면 이야기해달라고 미리 이야기했을 정도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아기와 나'는 작은 규모고 같이 만들고 해석과 연기, 결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었다. 그 덕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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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배우 이이경 스틸컷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도일에게 어떻게 접근했나.

▶누군가 만날 때 만남부터와의 순간만을 기억할 것이다. 순영과 사랑하고 아이도 낳고 그 여자가 내 어머니와 사는데, 도일은 순영을 잘 안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순영이 집을 나가고 추적을 시작하면서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었구나' 하게 된다. 모든 게 난장판이 된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항상 받는데 했던 이야기가 '황해'의 하정우 선배 역이었다. 계속 뭔가에 쫓긴다. 자기는 아내를 찾으러 왔을 뿐인데 억울하게 몰리고 내내 쫓긴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 쫓기는 연기가 너무 해보고 싶었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연기적인 한풀이를 했다.

-전역을 앞두고 군대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불안해하는 대목은 특히 공감했을 것 같다.

▶군대를 전역 앞둔 남자라면 다 똑같이 느낄 것이다. 저는 체대가 맞지 않았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빨리 군대에 갔다. 전역할 때가 오니 거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저희 부대에선 A4 용지에 이름을 적고 연상되는 것을 자유롭게 적어보는 걸 했다. '마인드맵'이라고 불렀다. 전역할 때가 오니 저도 많이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몇 장을 써도 결론이 안 난다. 나에 대해 좀 더 알 수는 있어도 그 막막함은 똑같다. 해소할 길이 없더라. 도일이도 비슷했을 것이다. 의욕은 넘치고 나는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사회가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 그런 기분. 멘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방황기가 있었던 이이경과 극중 도일이 비슷하다지만 극중 인물과 성향은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다.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반영해 주신 부분이 있다. 저도 도일도 체대를 나왔고,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는 사이라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극중에 넣어 주셨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아기와 나' 현장이 편안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셋팅된 느낌이랄까. 그 중에도 디테일을 살리려 애썼다. 디테일한 애드리브를 좋아한다. 예전에 '해적'을 유해진 선배와 찍으며 느낀 게 있다. 현장에 미리 가서 친숙해지고 사물을 이용하려고도 한다.

-유해진과 찍으며 어떤 일이 있었기에.

▶선배님이 해적 배를 타게 된 산적 역이셨는데, 해진 선배님은 그냥 현장에 와서 막 돌아다니신다. 어디 식당에서 흙 묻은 생강을 가져오시더니 아그작 아그작 드시면서 '옛날엔 멀미날 때 생강을 입에 물었대' 하시더라. 산 사람이니까 멀미가 나지 않겠어 하시며 접근하시더라. 선배님 대본을 본 적이 있는데 A4로 된 대본 뒷장 빼곡히 메모가 있다. 다른 배우들 감정까지 다 쓰여 있더라. 느낀 바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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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최근 종영한 '고백부부'에선 장발의 코믹 캐릭터 고독재로 활약했다. 완전히 망가지더라.

▶기왕 하기로 한 것 어설프게 안 하겠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고독재 역할에 다른 배우가 생각나는 게 싫었다. 독재를 보면 나만 생각나게 하고 싶었고, 그 순간엔 목표가 그거였다. '고백부부'는 잘 끝낸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하니 지금 고민이 생긴다. 그리고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은 지금부터 하려 한다.

-장발 때문에 별명이 장문복이었다. 에피소드는 없었나.

▶장문복씨의 특별 출연이 추진됐는데 결국 여러 사정으로 불발됐다. 아깝다. 재미있었을 텐데. 긴 머리는 가발인데, 목 디스크가 올 뻔 했다. 불편하기도 하더라. 밥을 먹으면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야 하지 않나. 여자들이 그러는 게 예쁜 척이 아니란 걸 정말 잘 알았다. 목에 힘을 주고 다니려니 힘들고, 머리카락이 시야도 가리고, 입에도 달라붙고…. 여성들의 고충을 너무 잘 알게 됐다.

-배우 이이경의 꿈은 뭔가. 2018년의 목표가 있다면.

▶내 꿈은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배우는 캐릭터를 바꿔가며 맡아야 하는데 이이경이 나온다고 하면 '구멍 없어' '연기 잘해'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 대체 불가한 배우, 그것 하나면 좋겠다 생각한다.

우리 나이로 서른살이 되면서 '올해는 다른 모습 보여주자'고 했는데 그걸 고독재로 이렇게 보여드릴 줄은 몰랐다. 다들 좋아라 해주셔서 다행이다. 그 안에 이경이도 커가는 중이다. 배우로서 자리잡을, 안정적인 2018년을 기대한다. 배우로서 연기적인 것이든 배역으로든 자리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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