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4)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7.11.22 16:00 / 조회 : 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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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루시' 스틸컷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의식이 머릿속에 위치한다고 느낀다. 눈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을 인간의 몸 밖으로, 즉 머리 밖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은 특수한 약물을 써서 자신의 의식이 자신의 몸 밖으로 나간 상태를 경험했다고 책에 쓰고 있다. 몸 오른쪽 약간 뒤편에서 자신을 보았다고 하면서 "이것은 대단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노벨물리학상(1965년)을 받은 최고지성체인 파인만이 그랬다고 하니 실제로 그랬던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겠다.


'채피'(Chappie, 2015)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감독 닐 블롬캠프 작품이다. 블롬캠프는 맷 데이먼과 조디 포스터가 나오는 '엘리시움'(Elysium, 2013)의 감독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복사하고 그 의식을 다시 로봇에 심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되면 로봇에 동력이 계속 공급되는 한 죽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속에서 살다가 인간의 몸이 아닌 쇠붙이 속에서 사는 인생이 과연 의미가 있고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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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채피' 스틸컷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우리가 외계인을 만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외계인은 매우 앞서가는 존재라는 것을 든다(마음의 미래, 2014). 예컨대 트랜스포머들이 온 앞서가는 문명에서는 의식을 로봇에 옮기는 것은 쉽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식만이 존재하는 상태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존재를 감지할 수가 없다. 집 앞마당을 기어 다니는 개미가 인터넷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듯이.

정보력과 그 분석력이 극한적으로 발달하면 의식이 특정한 장소에 존재할 필요도 없다. 뤽 베송이 감독하고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함께 출연한 프랑스 영화 '루시'(Lucy, 2014)가 그렇게 말한다. 카쿠는 이를 물리학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들이 지구 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만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유래하는지는 모른다. 즉,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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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트랜센던스' 스틸컷


조니 뎁이 나오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2014). 이 영화는 흥행에도 실패했고 평가도 별로 좋지 않지만 흥미 있는 주제를 다룬다. 뎁은 살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뎁의 아내 레베카 홀이 뎁의 의식을 양자컴퓨터에 업로드 하기로 한다. 업로드 된 의식이 인터넷에 접속되면 무한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 그 지식으로 뎁은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내기까지 한다.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에너지 형태의 존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의식이다. 얼마 전에 하버드의 물리학자들이 빛을 허공에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는데 이 현상을 이용하면 인간의 의식을 순수한 에너지 형태로 만들 수 있다(카쿠).

불치병에 걸린 백만장자 벤 킹슬리가 자신의 의식을 젊고 건강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몸에 옮겨 심는다는 '셀프/리스'(Self/less, 2015)와 코미디지만 아담 샌들러의 '코블러'(The Cobbler, 2014)도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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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


국내 영화로는 신예 백종열 감독과 '광해'(2012)의 중전 역 한효주의 '뷰티 인사이드'(2015)가 있다. 우진이라는 한 남자가 123명의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매우 인상적인 설정이다. 한 사람의 모습으로 여러 의식을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의식으로 여러 모습을 표현하는 경우는 이 영화가 처음인 것 같다. 당연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헛갈렸다. 이 영화는 폭스2000이 리메이크 하기로 결정되었다. 한효주 역할은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2011~2018)에서 '드래곤 마더' 칼리시(Daenerys Targaryen)인 에밀리아 클라크가 맡는다.

뷰티 인사이드. 우리는 흔히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그런데 내면인 우리의 의식은 모습이 없는데 어떻게 그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을까? 11월 9일자로 나간 '로마의 휴일과 마법의 공주 오드리 헵번'을 읽고 헵번이 내면과 바깥이 똑같이 아름다운 분이었다는 평도 있었고, '진짜 아름다움' 을 논하기에는 워낙 예쁘지 않으냐는 평도 있었다. 의식의 아름다움을 대개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영화배우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할리우드 판 뷰티 인사이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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