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on Air] 겁 없는 선동열호, '도쿄돔 디버프'는 日 몫으로

도쿄돔(일본)=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11.18 16:33 / 조회 : 6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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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전 승리 후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KBO 제공


"오히려 일본 투수들이 벌벌 떠는 모양이더라."

선동열 감독은 긴장감이 이번 대회 가장 큰 적이라고 봤다. 도쿄돔 분위기에 짓눌려 자기 기량을 펼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선동열호의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은 겁이 없었다. '도쿄돔 디버프'는 오히려 일본 선수들을 괴롭혔다.

디버프(debuff)는 게임에서 나온 용어로,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하락시키는 효과를 뜻한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큰 경기서 위축된 나머지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다.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이 열리는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심장부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원정팀은 디버프를, 홈 일본은 상당한 어드벤티지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뚜껑을 열자 정반대였다. 일본은 대회 전부터 프리미어12 한일전 패배 설욕을 벼르고 있었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감독도 "한국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하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2009년 WBC와 2015년 프리미어12 때 도쿄돔서 2연패를 당한 일본이었기에 또 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한국은 압박감을 즐겼다. 승패 보다는 2018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경험 쌓기에 중점을 뒀다. 일부러 와일드카드도 선발하지 않았다. 김하성은 "일본 투수들 공이 그렇게 좋다던데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이정후 또한 "사람이 던지는 공인데 못 칠 공은 없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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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전 승리 후 기뻐하는 선수들.


실제로 경기는 완전히 예상 밖으로 흘렀다. 일본 투수에 꽁꽁 묶일 것만 같은 한국 타자들은 시원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선 감독은 3점을 승부처로 봤었다. 승부치기가 포함되긴 했으나 한국은 홈런 포함 10안타를 몰아쳐 7점이나 뽑았다. 이날 5출루로 맹활약한 박민우는 "공이 확실히 좋긴 좋더라. 그런데 칠 만 했다. 해볼 만하다. 꼭 다시 붙고 싶다"고 말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과 완벽한 홈 어드벤티지가 일본 선수들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다. 한일전이 끝난 뒤 선동열 감독은 "내 걱정이 무안했을 정도로 선수들이 잘했다"고 웃었다. "오히려 일본 선수들이 긴장한 모양이더라"고 덧붙였다. 한국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바로 지난 3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서 탈락했다. 홈 어드벤티지가 아니라 꼭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독이 됐던 것이다.

일본 4번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도 "부담감이 엄청났다"고 돌아봤다.

한국의 결승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대만전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이변이 없는 한 일본과 리매치가 확실시 된다. 1차전서 한국에 뜨거운 맛을 본 일본은 결승 선발 카드로 예상됐던 에이스 이마나카 쇼타를 2차전에 쓴다. 1차전서 분패한 한국 선수들은 모두 의욕에 넘쳐 있다. 선동열 감독은 물론 장현식, 임기영을 비롯해 선수단 전체가 "일본과 꼭 다시 붙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즐기는 한국과 이겨야 본전인 일본의 마지막 경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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