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인생술집'을 보면 불편하신가요?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11.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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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방송은 영화와 다르다. 방송은 그냥 거실이나 방에서 편하게 누워서 보면 되지만, 영화는 영화관까지 직접 찾아가는 수고와 영화 관람료를 지불하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런 차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TV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누구나 시청 가능한 환경에서 전파를 타기 때문에, 내용이 대중적이어야 한다. 반면 영화는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대중적으로 맞출 필요가 없다. 그렇다보니 방송 프로그램은 어느 한쪽만을 위한 극단적인 내용을 담을 수 없을뿐더러,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고 잔인해서도 안 되며, 미성년자를 배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은 어쩔 수 없이 제한받는 것들이 많다. 규제 내용이 시기별로 다르긴 하지만, 배꼽이 보이는 의상도 안 되고, 피어싱 제한이 있기도 했으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행위들은 금지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방송에서 술을 마신다. 그것도 아예 제목까지 내걸고서 말이다. 바로 tvN ‘인생술집’ 이야기다. 신동엽, 김희철, 유세윤, 유라, 네 명의 MC와 함께 매주 게스트들이 등장해서 술을 마신다. 스튜디오는 술집 콘셉트이며, MC들은 술집 사장님이자 종업원이다. 물론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술집 콘셉트는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스튜디오 세트의 분위기만 그랬을 뿐이다. 하지만, ‘인생술집’은 다르다. 게스트들이 직접 술과 안주를 고르고, 직접 술을 마신다. 그런데도 방송금지나 경고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지금까지 순탄하게 방송이 되고 있다. 이게 단순히 규제가 완화되어서 그런 걸까? 물론 19금 콘텐츠로 제한을 해놓았기 때문에 규제에서 좀 자유로울 수도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용이다.


처음 방송 시작할 때만 해도 '술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술보다 사람에 취한다’는 콘셉트로 사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방송된 지 수개월 동안 그 의도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인생술집’은 제목처럼 ‘인생’이 녹아있다. 술집 콘셉트의 분위기에서 그저 웃고 떠들며 농담 따먹기(?)만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란 말이다. 게스트와 MC들은 진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지만, 취중진담을 선보인다. 취중진담이라고 해서 잘못된 주사나 소소한 농담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진솔한 토크가 주류를 이룬다. 사는 얘기, 일 얘기, 가족 얘기, 친구 얘기 등 진짜로 사람 사는 얘기가 나온다.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화려해서 우리네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술자리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들은 보통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일까? 희한하게도 술 마시지 않고 맨정신(?)으로 진행하는 토크쇼들이 오히려 더 희희낙락하는 분위기로 느껴지고, 그에 반해 ‘인생술집’은 좀 더 진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까지는 취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때로는 주량이 약한 게스트도 있고, 술버릇이 좀 안 좋은 게스트가 출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제작진이 편집하느라 고생(?)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선 여간해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듯하다. 이미 이곳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인생술집’의 분위기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임을 말이다. 19금 토크쇼에, 진짜 술자리를 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것,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인생술집’ 토크쇼의 새로운 장을 펼치겠다 기대되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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