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로마서 8:37', 성역을 향한 성역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11.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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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로마서 8:37' 포스터


극장가에서 흥행에 빛을 본 것은 아니지만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로마서 8:37'(로마서 8장37절)입니다. 성역을 향한 성역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9일 개봉한 '로마서 8:37'은 성경의 로마서에 나오는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를 소재로 합니다. 죄에 대한 이야기죠.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도사 기섭(이현호 분)이 자신이 동경하는 형이자 목사인 요섭(서동갑 분)을 돕기 위해 교회 간사로 들어간 후, 요섭이 과거 여신도를 성폭행한 죄를 범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앙에 의심을 하게 되고, 회개와 기도를 하게 됩니다.

'로마서 8:37'은 기독교 영화입니다. 연출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이 직접 밝히기도 했죠. 그리고 기독교를 비판한 영화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 영화를 통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자신의 죄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연출자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영화는 성역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합니다. 성역이라는 지정된 영역 안에서 죄를 지어도 각자의 이해타산으로 있는 일도 없는 것처럼, 증인과 증거 타령만 하는 이들로 인해서 축소되고 은폐됩니다. 영화 속 교회 내 비리는 거짓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태도가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성역에 있다고 자위하는 이들은 사실 죄인이라는 것, 그들을 동경하는 신도들 또한 신이 아닌 인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하지, 목사를 따르고 떠받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로마서 8:37'은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짚습니다.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도, 신이 아닌 목사에게 신앙의 잣대를 들이밀었다고 회개하는 것도 바로 '그릇된 신앙'에 대해 꼬집는 것이지요.

성역은 말 그대로 성역이 되어야 합니다. '로마서 8:37'은 갖은 비리로 얼룩진 교회 내부를 잘 묘사했습니다. 영화에 나온 에피소드나 맹목적으로 자신의 믿음만 옳다고 생각하는 신도들. 이런 것들이 사라진다면 기독교의 성역이 정말 성역이 될 수 있다고 되묻습니다. 영화를 두고 반발하는 기독교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진정한 성역을 향해 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로마서 8:37'은 자신만이 성역에 있다는 믿음도 죄라고 합니다. 성역에 대해 쉽게 언급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날카롭게 파고든 '로마서 8:37'은 성역을 향한 성역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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