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ML에 분 '오타니 로또' 광풍, 그 향배는?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1.17 09:23 / 조회 : 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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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오타니 쇼헤이.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는 오타니 쇼헤이(23)는 과연 어디로 갈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투수와 타자를 모두 계속하길 원한다면 지명타자(DH)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로 가는 것이 정말로 내셔널리그(NL)로 가는 것 보다 유리할까. 오타니를 영입하는 팀은 과연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절차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치열한 격전을 치렀던 월드시리즈가 막을 내린 뒤 2주가 지나면서 메이저리그의 오프시즌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금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는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의 행보다. 오타니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지난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에 집결한 단장들의 첫날 화젯거리가 온통 오타니에 집중됐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사실 지금 메이저리그는 올해 59홈런을 때려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장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이 트레이드 시장에는 나와 있는데 단장회의에서 첫날 스탠튼이 아니라 오타니가 더 큰 화제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오타니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오타니의 포스팅 과정이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기구(NPB)의 합의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더욱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오타니의 ML 진출과 관련, 전개되고 있는 상황들을 정리해 본다.

■‘마이너 계약’ 원하는 ‘메이저 스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30개 전 구단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초특급 선수지만 ML에서 뛰려면 MLB 노사협약에 따라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만 할 수 있다. ML 노사협약이 만 25세 미만의 해외선수들이 ML팀과 계약할 때는 마이너 계약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오타니는 아직 만 23세여서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이 조항은 과거 외국 출신의 어린 선수들이 사실상 완전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ML 팀들과 직접 협상을 통해 엄청난 거액 계약을 얻어내는 일이 빈번히 나오면서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된 후 손이 묶인 상태로 협상 끝에 계약한 미국선수들과 엄청난 연봉 차이가 생기는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만 25세 이상의 외국선수들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액수 제한 없는 계약을 얻을 수 있다. 오타니가 2년 뒤에 ML 진출에 나섰더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계약협상에 나설 수 있었으나 그가 당장 올해부터 빅리그 진출을 추진하면서 그는 계약에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우선 계약 자체가 마이너 계약이고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더라도 내년의 경우 54만5,000달러의 최저연봉을 받아야 하며 심지어는 계약금도 구단별 해외선수 보너스 한도에 묶여있어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한도가 353만달러 남짓한 정도다. 게다가 그는 첫 3년간은 구단이 정해주는 연봉을 받아야 하며 2020년에나 연봉조정 자격을 얻게 된다. 2년 뒤 아무런 제약 없이 진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손실이 엄청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 MLB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돈과 관계없이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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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를 품을 유력한 구단으로 꼽히는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과 이번 시즌후 계약만료로 10년만에팀을 떠난 조 지라디 양키스감독. /AFPBBNews=뉴스1


■로토열풍에 휩싸인 MLB?

큰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고 오타니가 조기 ML 진출을 선언하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때 아닌 ‘로토열풍’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오타니가 2년 뒤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더라면 총 2억달러 계약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마당인데 그런 선수를 지금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구단 입장에서 로토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횡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와 계약 협상권을 얻으려면 우선 최고 2,000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베팅해야 하지만 이는 ML 구단 입장에선 크게 부담스러운 액수도 아닐뿐더러 만약 오타니와 계약을 하지 못하면 낼 필요조차 없는 돈이니 사실상 밑져야 본전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하나도 빠짐없이 오타니라는 ‘로토’ 행운을 꿈꾸며 2,000만달러를 베팅하고 영입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오타니 포스팅 제동 걸리나

오타니는 NPB에서도 아직 FA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이기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만 MLB 진출이 가능한데 문제는 미일간의 기존 포스팅 규정이 지난 10월31일자로 만료됐다는 것이다. MLB와 NPB는 그동안 협상을 통해 기존의 포스팅 시스템을 1년 더 연장시키는 소위 ‘오타니 룰’에 합의했으나 마지막 순간 최종 승인권을 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LBPA는 이 제도를 통해 오타니 소속팀 니혼햄은 2,000만달러라는 짭짤한 포스팅 금액 수입을 올리는 반면 오타니는 해외선수 계약 상한규정에 묶여 계약금과 연봉이 크게 제한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선수 계약 상한규정은 당초 노사협상 과정에서 MLBPA가 주장해 포함시킨 것이기에 MLBPA는 아직 대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는 않고 있으며 끝까지 제동을 걸지도 불확실하다. 일단 이번 포스팅 시스템을 둘러싼 이견은 다음 달이 돼서야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오타니가 언제 포스팅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타니 행선지 후보는

ESPN은 메이저리그 단장회의에 참석한 각팀 단장과 부단장, 스카우트 등 40명을 상대로 과연 내년 시즌 오타니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7.5표씩을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고 텍사스 레인저스가 5표로 3위에 올랐다. 이어 4위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오타니의 소속팀인 니혼햄이 꼽혀 오타니가 결국은 일본에 잔류할 것으로 생각하는 의견도 적지않음을 드러냈다. 이밖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등이 1표씩을 얻었다.

오타니의 포스팅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계약 협상과정까지 간다면 다른 계약과 달리 오퍼의 많고 적음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다. 어차피 마이너 계약이고 각 팀이 줄 수 있는 계약금 최고액도 역시 이미 결정된 상황이기에 돈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는 팀이 그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다저스와 양키스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은 것은 이 두 팀이 재정적 능력보다는 이 두 팀이 모두 최고의 빅마켓 팀으로 큰 규모의 일본 커뮤니티를 품고 있어 일본국민과 선수들과도 매우 친숙한 팀인데다 또 양팀의 전력이 당장 내년부터 월드시리즈를 노려볼 수준이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팀의 해외선수 보너스 한도를 보면 양키스는 300만달러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반면 다저스는 30만달러가 제시할 수 있는 상한선인 것으로 알려져 오퍼에선 양키스가 유리하겠지만 이 정도 액수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기에 예측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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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인 다르빗슈 유를 통해 친숙한 텍사스도 유력 후보팀중 하나다. . /AFPBBNews=뉴스1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팀이 텍사스로 텍사스는 5년전 오타니의 니혼햄 선배인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다크호스 후보론 시애틀이 꼽힌다. 일본기업 닌텐도가 구단을 매각하긴 했으나 아직도 시애틀은 일본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시애틀의 제리 디포토 단장은 15일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는 만 24살의 유망주 티아고 비에라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하면서 화이트삭스로부터 50만달러의 인터내셔널 보너스 금액을 얻었다.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를 내주면서 해외선수 계약에 필요한 자금 한도를 늘린 것은 오직 오타니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시애틀은 이번 트레이드로 오타니에게 줄 수 있는 계약금 한도를 157만7천500달러로 늘렸다. 물론 그것이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상당히 기대되는 유망주까지 내줄 만큼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투수냐, 타자냐…AL이냐, NL이냐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할 생각이 있다면 DH(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AL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선발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은 DH로 나서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DH가 없는 NL에선 외야수나 1루수로 뛰면서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데 이 경우 수비 도중 부상의 위험성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커 힘들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타니가 AL팀에서 DH로 나서려면 그 팀의 다른 DH 경쟁자보다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야 하는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타니가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뛰어난 타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도 아닌데 빅리그에 오자마자 타격만을 전문으로 하는 DH 후보 경쟁자보다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장담하긴 힘들다. 무엇보다도 ML 관계자들 가운데서는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오타니가 선발투수이자 풀타임 DH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면 당연히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그것이 말만큼 쉬울 리가 없다.

상대적으로 NL에선 오타니의 강점이 훨씬 더 부각될 수 있다. 오타니를 따로 수비수로 쓰지 않고 선발투수로 등판한 날에만 타석에 들어선다고 해도 타격에서 비교대상이 상대 투수들이기에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등판하지 않는 날엔 경기 막판 고비에서 대타요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벤치에 또 한 명의 뛰어난 대타요원이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NL팀의 경우 투타 겸용의 오타니가 있다면 25인 로스터에 26명을 데리고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AL팀은 오타니를 지명타자로 쓸 경우 원래 지명타자였던 선수는 벤치에 앉아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오타니가 ML에 오면 투수와 타자 중 어느 쪽에 집중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선발투수로 뛰면서 대타로 나서는 것이다. 오타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의 부담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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