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용승 감독 "신하균과 도경수 '7호실' 설정은?"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1.17 11:05 / 조회 : 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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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감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용승 감독(37)은 주목 받는 신예였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0분'을 선보였다. 수많은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스타탄생을 예감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상업영화 데뷔작 '7호실'을 지난 15일 드디어 선보였다.

더 크고, 더 장르적인 이야기를 할 법도 했다. 통상 독립영화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상업영화로 오는 감독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를 선호하곤 한다. 안전한 전략이다.

이용승 감독은 달랐다. 그는 망해가는 DVD방을 택했다. '7호실'은 서울 압구정동에서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사장과 아르바이생이 각각 비밀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약자를 애써 위로하지도, 착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지를, 극적으로 담았다. '7호실'은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동시에 출사표인 것도 같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영화 공부 시작이 또래보다 늦었는데.

▶25살 때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 뒤 단국대 대학원을 갔고. 중학교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도 연극반을 했다. 대학에 들어갔다가 일주일만에 자퇴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뭘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수능을 다시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 뒤 영상작가교육원에 다녔다.

-'10분'부터 '7호실'까지 4년이 걸렸는데.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지 몰랐다. 제작사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단국대 시절 교수님이었다.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물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뒤로 영화 준비 작업이었다.

-왜 '7호실'이었나. 통상 상업영화로 데뷔하는 독립영화 출신 감독들은 재능을 드러 내려 강렬한 장르 영화를 하곤 하는데.

▶자영업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0분'이 언론고시 준비하는 30대 이야기였으니 '7호실'로 40대와 20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장르를 섞어보고 싶었고. '10분'은 너무 리얼리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더라. 내 바람과는 달리 다큐멘터리로 여겨 정작 그 또래 사람들이 괴로워하더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풀고 싶었다.

-왜 망해가는 DVD방인가.

▶'10분'에서 사무직을 다뤘으니 이번에는 자영업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과거에 DVD방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사장님이 대리운전을 하셨다. 관상을 볼 줄 안다고도 하셨고. 당시 DVD방에 '7호실'처럼 생수통도 있었고. 그 때 그 사장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LA영화제를 갔었는데 할리우드란 명칭이 인상 깊더라. 그래서 할리우드DVD방에서 벌어지는 할리우드 영화 같은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점이었다.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알바생 이야기가 더해졌다.

-왜 압구정동에 있는 DVD방이었나. 한 때는 서울 강남의 대명사였다가 이제는 상권이 쪼그라든 곳을 담고 싶었나.

▶당시 알바했던 DVD방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태양은 없다' 속 압구정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화려했던 그 때와 다르다. 그 모습을 담고 싶었다.

-한정된 공간을 영화 속에 계속 담기란 쉽지 않다. 사건도 단조롭게 느껴지기 쉽고. '7호실'은 DVD방이란 한정된 공간을 다루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신원컷과 공간 쪼개기 등으로 미로처럼 그렸는데.

▶'10분'과 단편 작업 등을 통해서 한정된 공간에서 찍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단조롭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씬을 잘게 쪼개고, DVD방의 각 방들을 활용하고, 다시 DVD방 복도와 비상통로 등을 이용해 공간이 주는 입체감을 담으려 했다. 그래야 인물의 연기가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 공간이 주는 패턴, 이를 때면 7호실과 사장 역을 맡은 신하균이 자는 방, 창고 등등이 명확하면 배우들의 연기가 더 생생하게 전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원신원컷이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각 공간의 색깔도 다르다. 인물의 색도 다르고. 영화 전체의 톤도 일정하되 마지막으로 달려갈 수록 노을빛이 되고. 색 설계를 어떻게 했나.

▶전체적인 통일성을 주면서 부분부분 장르적인 느낌을 주도록 했다. 예컨대 DVD방을 인수하려는 교감 선생님이 등장할 때는 붉은 색이 돌도록 했다. 신하균이 맡은 사장인 두식은 엘로우로, 도경수가 맡은 태정은 블루로, 조선족 알바생인 한욱은 화이트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색을 사건에 따라 다시 섞었다. 두식이 타는 차 색이 화이트다. 그 차에 한욱의 시체를 담기에 같이 있다는 느낌을 주려 했다. 각 사건의 주인공에 따라 인물의 옷과 공간의 색들이 섞이도록 배합했다.

-조선족인 알바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는 것을 놓고 최근 한국영화에서 조선족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과 연결지어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7호실'은 사회의 가장 약자를 조선족 알바로 묘사한 것이라 그런 문제들과는 다르긴 하다. 다만 영화 속에서 윤리적인 결말이 나지 않았기에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7호실'은 주변부 사람들이 겪는 할리우드적인 사건을 담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인물 중 하나가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선족 아주머니 같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성실한 알바생이고 우리 사회 제일 밑에 계층으로 여겨지고. 또한 장르적으로 시체가 유기 되도 연고가 적은 조선적이어야 신고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윤리적인 결말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썼던 것 중에는 신하균이 잡혀가는 것도 있고. 마지막에 차가 전복되서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시체가 보일락 말락하는 결말도 있었다. 영화 안에서 사회적인 처벌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잡혀가는 걸 보여주지 않아야 태정(도경수)이 마약을 버리는 것의 여운과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비교될 수도 있고. 그래서 신하균이 마지막에 얼마나 눈물을 흘릴지도 계속 고민했다. 후회하는 것인지, 악어의 눈물처럼 보일지,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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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감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보통 사회 주변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 이런 인물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과거를 구구절절하게 플래시백으로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7호실'은 그런 게 없다. 그게 다른 지점이기도 하고. 왜 그렇게 했나.

▶그런 캐릭터가 더 매랙적이라고 생각했다. 첫 장면부터 신하균이 DVD방 앞에서 키스하는 커플을 보고 침을 뱉지 않나. 대리운전하면서 고급 선글라스를 훔쳐오기도 하고. 그 장면들을 편집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인물이 영화 속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두식(신하균)이 도태된 소년 같이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도경수가 맡은 태정 캐릭터가 음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고 설정한 이유는.

▶우선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20대 청년인데 꿈이 있길 바랐다. 마침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지하철에 유달리 기타를 들고 다니는 청년들을 많이 봤다. 그러다가 도경수가 캐스팅이 되면서 자기 옷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약을 숨기는 설정을 넣은 까닭은.

▶마약과 시체가 '7호실'에 할리우드 영화 같은 장르적인 설정이다. 그러면서 태정은 알바를 하면서 또 빚을 갚기 위해 알바를 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약을 배달하다가 입건되는 사람들 기사도 많이 봤고.

-DVD방 곳곳에 과거 두식이 전 처와 했던 야채가게 개업 수건이 놓여있다. 조선족 알바생 한욱이 죽을 때 꼭 쥐고 있던 수건도 그렇고.

▶개업수건을 보면 짠한 마음이 있다. 집에 있기 마련인 이 가게들은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란 생각도 들고. 시나리오 쓸 때부터 한욱이 쥐고 있는 수건은 있었다. 그걸 미술 감독님이 곳곳에 잘 배치해줬다.

-'7호실'은 영화 속에 냄새를 형상화한 장치들이 많은데. 향도 그렇고 페브리즈도 그렇고 커피콩도 그렇고.

▶눅눅한 느낌을 시각화하고 싶었다. DVD방의 섹스 냄새, 시체 냄새, 이런 것들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했는데. 그 코미디의 상당부분을 신하균 도경수 호흡이 차지하고 있고.

▶이런 영화일수록 웃음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신하균은 필모그라피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들쭉날쭉하다. 다양한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신하균이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누나 역을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의 여자친구로 출연한 황정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경수는 내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보단 그 친구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타투를 새긴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노력할 순 없다"는 걸로 결정한 것도 도경수고. 의견을 많이 내고 굉장히 좋다. 예컨대 태정이라면 이런 옷을 입을 것이라든지, 이 친구가 사는 옥탑방이 어디 쪽이고 그럼 DVD방으로 오는 동선은 이럴 것이라든지.

그런 둘에게 상황을 주고 맡기곤 했다. 자 오늘은 DVD방에서 피자를 시켜 먹습니다, 라고 하면 둘이 그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도경수와 작업은 어땠나.

▶도경수는 얼굴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다. 또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럽다. 움직이는 자세에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이 얼굴에도 흐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도경수가 시체를 케리어에 담고 지하철에 옮기는 장면은 8분 동안 찍었다. 영화에는 10초 정도 담기지만. 그 8분 동안 컷 없이 계속 찍는데 고단한 삶의 흐름을 몸으로 담아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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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감독/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개를 넣은 부분도 인상 깊던데. 중간중간과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하고.

▶압구정동에 상주하는 다양한 군상을 넣고 싶었다. 자영업자와 손님, 건물 관리인 등등. 그 중에 하나가 그곳에 사는 유기견이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곳곳에 포진한다. 사건 뒤에 "15분이면 된다"며 오는 커플도 의상부터 남다르고.

▶끔찍한 사고 뒤에 오는 이상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 황당하도록.

-형사로 등장하는 전석호 캐릭터도 남다르다. 바바리에 장갑, 마치 고전 느와르 속 형사 같은데.

▶일단 다른 영화에서 늘 보는 항공점퍼 입은 형사가 아니길 바랐다. 만화적인 인물이고, 진짜 뜬구름 같은 형사이길 바랐다. 그게 '7호실' 답다고 생각했다.

-왜 교감 선생님으로 에필로그를 장식했나.

▶권위 있고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이 DVD방을 인수해 멀티방을 차리는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 원래 이 에필로그를 엔딩으로 하려 했다. 반대가 심했다. 주인공들이 아니고 왜 다른 인물로 엔딩을 장식하느냐는 의문들이었다. 그러다가 예고편을 보면서 아, 이 영화는 닫으려는 사람과 열려는 사람의 이전투구인데 이렇게 엔딩을 장식하면 안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에필로그로 만들었다.

-왜 주인공 이름을 두식과 태정으로 했나.

▶두식은 머리에 밥 생각 밖에 없는 사람, 태정은 정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사람. 이런 인물들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음악이 장르와 다른데. 다른 옷을 입은 느낌인데.

▶음악은 정말 잘 모른다. 지금까지 음악이 아예 없는 영화를 해서 그런 것 같다. '10분'도 그랬고. 음악이 감정을 너무 쉽게 설명하는 것도 같았고. 이제 음악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4년보다는 빨리 만들어질까.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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