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채비' 감독 "신세경, 메시지 담긴 역할"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11.17 08:48
  • 글자크기조절
image
영화 '채비'의 조영준 감독/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고두심, 김성균 등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채비'는 관객몰이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퍼지는 감동으로 '토르3:라그나로크' '부라더' '미옥' '범죄도시' '침묵' 등 사이에서 11월 극장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조영준(37) 감독도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개봉한 '채비'는 엄마와 아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다. 일곱 살 같은 서른 살 아들 인규(김성균 분)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엄마 애순(고두심 분)은 어느 날 병에 걸려 죽을 채비를 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애순은 홀로 남을 아들이 자신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채비'는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의 삶이 담겼다. 단순하고,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억지로 만들어 내는 감동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조영준 감독의 연출이 배치한 희망, 위로의 메시지는 극 전개를 통해 잘 드러난다. 알면서도 가슴 울컥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알면서 뻔히 당하는 감동, 그것을 만든 조영준 감독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왜 '채비'였나.

▶ 사실 영화를 만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처음엔 단편을 생각했었고, 이후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제작지원까지 받았죠. 장편영화로 만들어 보려고 2013년에 시나리오를 썼죠. 그 후에 영화 제작하는데 있어서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었죠. 그러다 지난해 3월, 영화 제작하기로 결정이 됐어요. 그리고 지난 4월 크랭크인을 해 약 두 달 간 촬영을 했죠. 중간에 제작 문제로 하지 말아야 하나 생각을 했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흥행 여부를 떠나서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채비'를 꼭 해야 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장황한 제작 스토리였는데, 영화의 제작의도는 무엇인가.

▶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더 가져야 하고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대중의 의식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좋겠다 싶었어요. 저도 영화를 촬영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의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극중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인규 캐릭터는 감정 표현에 있어 코믹적인 요소가 많다. 자칫 비하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 경계선을 넘지 않으려 많이 고민한 느낌이 든다.

▶ 처음 쓴 시나리오에서도 그랬지만 많이 바꿨어요. 비하하거나 모욕감을 주지 않으려 고민도 많이 했고, 취재도 계속 했었죠. 영화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통합'이었어요. 취재를 하면서 만난 발달장애인 어머님들이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함께 산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만나고 대하면 전혀 불편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통합,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image
영화 '채비'의 조영준 감독/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인규의 캐릭터를 보면 굉장히 밝다. 이 부분이 오히려 감독이 말하는 현실, 공감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 저 또한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인규는 움직여야 하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애등급보다는 낮게 설정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인규를 통해 중증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도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장애의 중함, 높고 낮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도입부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이라 느껴진다. 힘들다는 것을 전하려는 메시지는 알겠지만, 조금 자극적이지 않은가.

▶ 그들과 그들의 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밝게 표현됐는데, 취재하면서 본 장애인이 있는 가족의 삶은 너무 힘이 들어요. 특히 평생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신이 죽은 뒤 홀로 남겨져야 할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시더라고요. 영화처럼 죽을 생각도 많이 하신다고 해요. 한 번 정도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요. 영화를 본 어머님들도 영화만큼만 되면 살기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실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타지적인 캐릭터가 있다. 혹시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 있는가.

▶ 경란(신세경), 박 계장(박철민)이 판타지적 캐릭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판타지가 가미된 캐릭터죠. 하지만 완전한 판타지는 아니에요. 먼저 경란은 제 아내를 보고 만든 역할이죠. 아내 이름도 경란이고, 예전에 유치원 선생님이었어요. 극중 경란처럼 착한데, 저한테는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하하. 아무튼 아내가 한 번은 폐지를 줍는 노인과 아들을 보고 딸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유아교육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공동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그렇게 한데요. 또 박 계장은 사실 되게 좋게 나오는데, 처음에는 외면을 하는 사람이었죠. 현실에 없을 지라도 좋은 사람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영화에 담은 거죠.

-이제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고두심, 김성균 그리고 유선은 어떻게 섭외를 하게 됐는가. 고두심의 경우 유선 덕분에 캐스팅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먼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선 씨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냥 딱 누나 역할로 잘 맞을 것 같았죠. 애순과 인규는 차근차근 하려고 했죠. 한 시사회를 갔다가 제작사 대표님과 유선 씨를 만났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시나리오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었죠. 그리고 시나리오를 전달 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고두심 선생님한테 출연을 부탁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두 분이 드라마를 함께 해서 이뤄진 일이었고, 이후에 고두심 선생님이 하시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죠. 성균 씨 역시 비슷하게 됐어요. 이 또한 유선 씨가 김성균 씨한테 시나리오를 전하면서 하게 됐죠. 모든 게 극적이었죠.

-고두심의 캐스팅은 예상치 못했던 것 같은데, 함께 하게 돼 누구보다 기뻤을 것 같다. 이번에 첫 호흡은 어땠는가.

▶ 정말 고두심 선생님이었죠. 연기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모든 것을 다 잘 해주셨어요. 스태프까지 다 챙겨주시고, 엄마 같았죠. 또 선생님이 저를 걱정 많이 해주셨어요. 본인은 연기하는 사람이라 괜찮지만 감독은 흥행도 중요하면서 되레 저를 생각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VIP 시사회 때 영화를 다 보시고는 눈물 흘리시면서 "흥행은 모르지만 사람들이 절대 손가락질 안 할 영화다. 사람들이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 할 거야"라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감사했어요.

image
영화 '채비'의 신세경(사진 왼쪽)과 김성균/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신세경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정말 궁금하다. 특별출연으로 분량은 적지만 알고 보면 영화의 메시지가 모두 담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 세경 씨는 할 줄 몰랐죠. 조감독이 세경 씨 매니저랑 친분이 있어서 한 번 제안해 보겠다고 했었죠. 저는 이걸 하겠냐고, 출연료도 못 주는데 하겠나 싶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도 조감독이 시나리오를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한참 후에 연락이 왔는데 출연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이유를 물었는데, 따뜻하게 읽었다면서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이어서 여배우로 하지 말아야 될 이유가 없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기쁘고 감사했죠. 시나리오 쓸 때는 몰랐는데, 세경 씨 역할이 희망과 위로 등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다 담겼더라고요.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 김성균. 그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번 영화를 통해 친분을 꽤 쌓은 듯 하다.

▶ 맞아요. 영화 시작 전 어색했다가 촬영 직전에 술자리를 갖고 친구가 됐죠. 서로 아이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거든요. 이제는 서로 허심탄회 하게 말하는 사이가 됐어요. 다음 작품도 함께 하기로 했고요.

image
영화 '채비'의 조영준 감독/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김성균과 함께 하게 될 작품은 무엇인가.

▶ 시나리오는 '채비'보다는 2년 먼저 써놓았어요. 1년 정도 멈춰놨었고, 버전업을 했어요. 카메라 액션 활극이고, 성균이는 하기로 했어요. 언제, 딱 제작 된다고는 아직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채비2'에 대한 문의도 있고요. 물론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만난 어머님들의 요청이었죠. '채비2'를 만든다고 확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저는 지금 저희 영화가 사회에 좋은 움직임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기자 프로필
이경호 | sky@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재미있는 방송-가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보는 언제 어디서나 받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