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스나이퍼들이 전쟁을 미화하는가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3)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7.11.14 10:00 / 조회 :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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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더블 타겟' 스틸컷


저격수(Sniper)는 전장에서 활약하는 프로의 정수이기 때문에 저격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적지 않다.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조준경이 달린 라이플로 정신을 집중해서 뭔가를 겨누고 있는 모습은 인명 살상을 준비하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이고 극적이다. 영화의 소재가 안 될 수가 없다.

마크 월버그가 저격수 밥 리 스웨거로 나오는 '더블 타겟'(Shooter, 2007)이 잘 알려진 스나이퍼 영화다. 2016년에 같은 제목의 TV시리즈로도 발전했는데 월버그가 제작했다. 1993년에 나온 '스나이퍼'는 파나마 반군 지도자 암살이 소재다. 별로 주목받지 못한 영화지만 2017년까지 무려 6개의 시퀄이 제작되었다.

저격수가 쏜 총알은 아주 먼 곳에서 날아오고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공포의 대상이다. 전투원들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다. 저격수의 실력은 얼마나 먼 곳에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가에 따라 가늠된다. 위키에 보면 세계기록은 2017년 신원 미상의 캐나다 저격수가 세운 것으로 나온다. 무려 3.5 km 거리에서 IS 대원 하나를 쏘았다. 2009년에 한 영국군 저격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운 2.4 km 기록을 훌쩍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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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스틸컷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도 소재가 저격수다. 스탈린그라드에서 5주 동안 ‘프로’ 저격수 11명을 포함, 독일군 225명을 저격한 전설적인 소련군 저격수 바실리 자이체프 이야기를 기초로 한 것이다. 영화에서 쥬드 로가 역시 전설적인 독일 저격수 에드 해리스의 상대역으로 나온다. 자이체프는 그 당시 성능의 라이플로 어떤 때는 1km 밖의 목표물을 저격했다고 한다. '통산' 400명을 저격했다고 하는 데 정작 본인은 76세까지 살았다. 본인의 마지막 희망에 따라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 묻혔다.

1942년 7월에서 다음 해 2월 초까지 전개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만 구소련, 독일 양측 각각 112만 명과 84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 전투에서. 전력이 열세이던 소련군에게 자이체프의 활약은 엄청난 사기진작의 효과를 가져다 주었고 자이체프는 일약 소련의 영웅이 되었다. 저격수의 원래 임무는 정찰이다. 그래서 저격수에게는 매복과 장시간 대기가 필수다. 이 때문에 저격수는 시가전에서도 크게 활약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같이 장기간 시가전이 벌어지는 경우 저격수들이 대거 투입된다.

역시 2차 대전에서 활약한 우크라이나계 소련군 여성 스나이퍼 파블리첸코(별명이 'Lady Death'다)는 소련 우표에도 등장했을 정도의 유명인물이다. 파블리첸코는 적군 저격수 36명을 포함해서 모두 309명을 저격했다. 전후에 루즈벨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도 방문했다. 당시 소련군은 약 2000명의 여군 저격수를 양성했는데 그 중 500명만 살아남았다. 파블리첸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합작영화인 세바스토폴 전투(Battle for Sevastopol, 2015)에서 기려졌다.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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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스틸컷


2014년에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가 개봉되었다.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실제 인물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다. 원래 크리스 프랫도 물망에 올랐다. 미 해군 특수부대 실(SEAL) 대원이었던 카일은 이라크전쟁에서 255명을 저격한 것으로 알려지고 그 중 160명은 미 국방부가 공식 확인했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했다. 원래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스필버그는 예산상의 문제로 하차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카일은 역설적이게도 2013년에 고향의 한 사격장에서 정신장애를 앓던 전 해병대원에게 살해되었다.

이 영화는 2014년도 두 번째 고수익을 올린 영화가 되었다(2억 5000만 달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최고 흥행작이다. 전쟁영화 중에서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이전 기록은 내가 최고로 꼽는 스필버그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가 보유했다. 거기서는 종루에서 성경 구절을 외우면서 스프링필드 M1903을 쏘는 왼손잡이 잭슨 하사(배리 페퍼 분)가 저격수로 나온다.

언제 일본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더니 중국영화가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중 '스페셜포스: 특수부대 전랑'(Wolf Warrior, 2015)라는 것이 눈에 띄어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여기서도 주인공이 초 일급 저격수다. 벽에 난 작은 흠에 총알을 굴절시켜 보이지 않는 목표물을 저격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놀랐던 것은 여성장교가 특수부대의 최고 지휘관으로 등장한다는 사실과 중국군이 최첨단 전자전을 수행하는 군대라는 것이다. 아무리 영화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때,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세뇌되듯이 들은 '인해전술' 이미지의 중국군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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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암살' 스틸컷


국내에서는 최동훈 감독의 천만관객 영화 '암살'(2015)에서 전지현이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할로 나온다. 영화에서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과 함께 가장 화제가 된 캐릭터다. 안옥윤의 실존 모티브 인물은 독립운동계의 어머니 남자현(1872~1933) 지사라고 한다. 1919년에 강우규(1859~1920) 지사의 폭탄공격을 받은 적도 있는 사이토 마코토 조선총독을 암살하려 했던 여성이다.

영화 속의 스나이퍼들은 전쟁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윤리문제와 그 참상을 다분히 흑백 동화로 표출하는 미화된 영웅들이다. 이는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제기한 문제였다. 그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영화가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과거의 평범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쟁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임으로써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의 소재를 저격수로 하고 미남미녀 스타를 캐스팅한다고 해서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쟁은 어떤 방법으로도 미화될 수 없는 것이다.

김 화 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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