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신하균이 말하는 도경수와 '7호실', 행복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1.10 13:49 / 조회 : 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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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신하균의 필모그라피는 들쭉날쭉하다. 흥행작도 있고, 작가 주의 영화도 있고, 깃털 같은 영화도 있다. 신하균이 찌질한 모습으로 나올 때 유독 흥행과 평가가 좋았다. 그럼에도 그는 늘 다른 시도를 했다. 신하균은 "그때 그때 관심 가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15일 개봉하는 '7호실'도 그렇다. '7호실'은 망해가는 DVD방 사장과 빚에 허덕이는 알바생이 DVD방 7호실에 각자의 비밀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신하균은 전세금 빼서 서울 압구정동에 DVD방을 차렸다가 파리만 날리는 현실에 좌절하는 중년 남성을 맡았다. 월세 내려 대리 운전하고 그러면서도 키스하는 커플 앞에서 침 뱉고, DVD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아내가 떠난 지도 오래다.

신하균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영화적 재미도 있기에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내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내 연기를 통해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7호실'은 지금 신하균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풍경일 터다. 그의 생각을 들었다.

-왜 '7호실'을 선택했나. 한동안 가볍거나 무겁거나 그런 작품에 출연해왔는데.

▶이런 이야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간 일부러 이런 영화를 안 한 건 아니다. 이런 영화가 만나기가 어렵다. 되게 반가웠다. 전형적이지 않고 블랙코미디라고 하지만 다양하게 장르가 섞여 있다.


-'7호실'은 제작비가 평균 제작비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출연료도 원래 받는 것보다 적게 받았는데, 그만큼 매력적이었나.

▶그럼요.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에 영화적인 재미도 있다. 연기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 이용승 감독님을 만나고 그런 확신이 더 들었다. 만나기 전에 감독님 전작인 '10분'을 봤다. 제목이 '10분'이라서 단편인 줄 알았다. 디테일이 좋더라. 사실적이고. 이번 '7호실'에서도 그런 게 잘 살아있다. 사실적인 연기를 주문했다.

이용승 감독은 현장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감정이 높으면 내려주고, 낮으면 올려줬다. 감독의 노련함에 굉장히 신뢰가 갔다.

-만족스럽나.

▶만족? 항상 아쉽다. 이번에는 현장이 재밌었다. 애드리브를 잘 안하는 편인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그걸 열어놨다. 과하지 않게 캐릭터 중심을 잘 잡아줬다. 예컨대 초반에 기도하는 장면에 귤을 까서 뿌리는 장면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귤을 한 번 가지고 가보실까요? 이런 식이었다.

특별히 다른 연기를 했다기 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맞게 충실하자는 생각이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애드리브는 어떤 것이 있었나.

▶싸울 때 특히 애드리브가 많았다. 커피를 담으면서 내가 중얼거리는 장면, 피자를 먹으면서 "마약 하면 기분이 어때?"라고 하는 장면 등등이 그랬다.

-미리 약속이 돼 있지 않는 한 애드리브는 상대가 잘 받아주지 않으면 어려운 법일 텐데.

▶도경수가 놀라울 정도로 잘 받아줬다. 그래서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도경수와는 어땠나. 아이돌이란 선입견은 없었나.

▶엑소라는 그룹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활약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 같이 작품을 하게 됐으니 출연작을 살펴봤다.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 선입견은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다. 주변에서 도경수가 잘한다, 성실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일단 눈이 너무 좋았다. 특별히 뭘 안 해도 눈이 주는 힘이 있다. 맑고. 도경수는 말이 별로 없다. 진중하고 성실하다. 같이 술을 마셔도 조용하다.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 작품을 하고 난 뒤에 엑소에서 활동하는 걸 찾아봤다.

-강아지와 연기도 애드리브였나.

▶시나리오부터 있었다. 훈련된 강아지가 오긴 했는데 연기를 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여러 번 다시 찍었다.

-'7호실'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족스럽다. 열려 있는 결말이고, 과연 그 뒤로 이 사람은 잘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보는 분들이 판단하도록 했다. 이 영화에 맞는 결말인 것 같다.

-DVD방의 추억은.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비디오방이었다. 공간 시간에 시간 때우려 가곤 했다. 혼자 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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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도 신인이고, 상대도 아이돌 출신이다. 본인 얼굴 클로즈업도 많고.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전반부는 사실상 홀로 이끄는데.

▶특별히 부담은 없었다. 음, 원신원컷이 많았다. 장소가 협소해서 그걸 잘 활용하기 위해 현장에서 카메라 무빙이 화려했다. 그래서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NG가 나면 똑 같은 호흡으로 처음부터 다시 하기가 쉽지 않으니깐.

홀로 이끌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잘 모르겠다. '7호실'은 좁은 세트장에서 촬영회차가 많지 않아 빨리 찍어야 했다. 그래서 빨리 세트에서 나가고 싶다란 마음은 있었다.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는데.

▶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제가 자라온 환경도 그랬고, 제 주변에 지금도 많은 일들이고.

-필모그라피를 보면 찌질한 연기를 할 때 반응이 더 좋았는데. 다양한 걸 하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배우든 마찬가지겠지만, 20년 정도 연기를 했으니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걸 나누기도 할 법 한데.

▶찌질한 연기를 했을 때 반응이 더 좋았다. 그래도 다양한 이야기, 전형적이지 않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잘 안 만들어진다.

감사한 게 내가 어릴 적에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영화들을 할 수 있었다. 언젠가 더 이상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 출연작은 잘 보나.

▶못 본다. 쑥스럽다.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초반에 진중하고 사회적인 장르 작품을 많이 했고, 침체기가 있었다가 TV드라마로 다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뒤에는 큰 상업영화보다는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을 하는데.

▶큰 의도나 방향성이 있는 건 아니다. 그 때 그 때 재밌고 관심 있는 걸 한다. 최근에 좀 더 관심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반가워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만나고 싶다.

이쪽 일을 시작한 것부터 그랬다. 특별한 꿈이 없었다. 인서울에 4년제 대학 가는 게 가장 큰 성공이고, 월급 잘 받는 안정적인 직장 가는 게 목표였다. 별 목적 없이 공부했다. 그러다가 진로를 선택하려는 데 불현듯 재미있게 살고 싶더라.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게 뭐지, 아 영화를 좋아했지, 이렇게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부러운 게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난 그런 성격이 아니니깐. 내 생각, 내 세계관을 남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게 가장 크게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관심 있는 문제, 생각들을 내가 영화로나 글로 만드는 재주는 없으니깐 연기를 통해서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행복하다. 시작부터 그랬으니깐.

-그런 의도는 좋지만 최근 작품들은 그다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흥행에 목마르진 않나.

▶목마르다. 그런데 흥행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르다. 천만, 800만, 500만이 흥행이라기 보다는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는 안 보게 하는 게 흥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영화가 천만이 넘는 게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이 골라 볼 수 있어야 한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위해 독립영화 출연도 가능하단 뜻인가.

▶영화적인 신선함과 사회적인 의미가 두루 있어야 한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돈은 아니지만 어떤 결과물로 만들어져서 어떤 식으로 관객에게 잘 전달될 지는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는 건 '7호실' 제작이 명필름이란 것도 선택의 큰 이유 중 하나였단 뜻인가.

▶물론이다. 상당히 큰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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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998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거의 20년 정도 연기를 했는데. 달라진 게 있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긴장을 안으로 많이 하는 편이다. 그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모르는 분들 앞에서 처음 만나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잘 못 연기를 할 수도 있으니깐. 다만 옛날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옛날보다 긴장하지 않는 척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도 몸이 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네티즌 사이에서 연기를 잘해서 하균신이라고 불리는데.

▶성이 신가라 그렇다. 감사하긴 한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연기에는 답이 없다. 안전하게 가려고 하면 더 안 나오더라. 매번 더 나아지는 걸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책임이기도 하고.

-다음 개봉할 영화는 '바람, 바람,바람'이다. 제주도에서 바람 피는 사람 이야기다. '7호실'에선 원 없이 욕을 해서 좋았다고 했다. 못하는 걸 연기로 표현하는 쾌감이 있나.

▶'바람,바람,바람'은 이병헌 감독님의 영화를 원래 좋아해서 했다. 연기로 대리만족을 하냐면 그렇다.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으니깐.

-'7호실'에서 누나로 나오는 황정민은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누나로 나왔는데.

▶너무 반가웠다. 연기를 다시 같이 해본 게 그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도 매일 술 먹나.

▶조금씩 매일 먹는다. 잠을 잘 못 자니깐.

-불안한가.

▶불안한 마음이 있다. 7월에 '바람, 바람, 바람' 끝나고 계속 촬영을 안 하고 있으니.

-언제 행복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가 한 영화를 기억해주는 분들을 만났을 때다. 영화란 게 단지 2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보기까지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니깐.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굉장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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