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웃이 사랑하는 NFL 필라델피아, 야구의 휴스턴 될까

[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입력 : 2017.11.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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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이글스./AFPBBNews=뉴스1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고공 비행이 NFL을 강타하고 있다. 17주로 치러지는 정규시즌에서 절반이 조금 넘은 9주차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이글스는 8승1패로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글스가 속한 NFC 동부지구는 8개 디비전 가운데 단연 ‘죽음의 조’로 불린다. 이글스를 비롯해 댈러스 카우보이스, 뉴욕 자이언츠, 워싱턴 레드스킨스까지 4팀이 모두 라이벌 관계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1960년에 창단된 막내 구단 카우보이스는 8번 슈퍼볼에 출전해 5번이나 우승을 차지, 6번으로 최다 우승의 영예를 안고 있는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여기에 자이언츠는 4번, 레드스킨스는 3번 슈퍼볼 우승의 짜릿함을 경험했지만 유독 이글스만 우승과 인연이 없다. NFL 챔피언십에서 3차례(1948년, 1949년, 1960년) 정상을 차지했지만 슈퍼볼에는 두 차례 진출해 두 번 모두 패배를 당했다.

◀ 꼴찌에서 선두로


2017 시즌을 출발하기 전 이글스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프리 시즌 때만 하더라도 이글스의 파워 랭킹은 중위권인 15위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7승9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은커녕 디비전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주차 캔자스시티 치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7-20으로 패배를 당했을 뿐 최근에는 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32개 팀 가운데 파워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디비전 우승을 차지한 카우보이스(5승3패)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2013년 이후 4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다. 레드스킨스는 4승4패에 그치고 있고, 지난 해 카우보이스를 두 번이나 제압하며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자이언츠는 1승7패의 참담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이글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유력하다.

◀ MVP 강력 후보 웬츠

풋볼에서는 쿼터백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글스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쿼터백 카슨 웬츠를 지명했다. 1992년 12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랄리에서 태어난 웬츠는 비명문 대학인 노스 다코타 스테이트를 졸업했다.

그의 루키 시즌 활약은 대단했다. 전 경기에 주전으로 출전해 379번 패스를 성공시켜 루키 쿼터백 중 1위에 올랐다. 또한 3,782야드를 기록해 역대 루키 중 4번째로 많은 패싱 야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11주차부터 5연패의 수렁에 빠져 팀을 플레이오프 진출로는 이끌지 못했다.

오프 시즌 동안 이글스는 와이드리시버 앨션 제프리와 토리 스미스를 영입, 기존의 잭 어츠(타이트엔드), 넬슨 애골러(와이드리시버) 등과 함께 막강 오펜스 전력을 구축했다. 올 시즌 4명의 선수가 합작한 터치다운은 17개나 된다. 덕분에 웬츠는 NFL 최다인 23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하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휴스턴 텍산스의 디션 왓슨(19개)과 치프스의 알렉스 스미스(18개), 시애틀 시혹스의 러셀 윌슨(17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와 카우보이스의 댁 프레스콧(이상 16개) 등을 따돌리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41개의 터치다운을 잡아낼 것으로 보여 가장 강력한 MVP로 거론되고 있다.

러싱 공격에서 30세의 노장 르가렛 블론트가 504야드, 2터치다운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이글스는 경기당 평균 31.4득점을 올려 로스앤젤레스 램스(32.9)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 디펜시브 라인의 질식 수비

상대 쿼터백이 패스를 하기 전 그라운드에 쓰러뜨리는 것을 의미하는 색(Sack)은 25개로 이글스의 순위는 리그 전체 공동 6위다. 브랜든 그래험(5개), 플렉처 콕스(4.5개), 비니 커리, 크리스 롱(이상 3개)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글스의 평균 실점은 19.9점으로 12위에 랭크 됐다. 특히 이글스의 강점은 상대 러싱 공격에 대한 방어다. 경기 당 평균 66.4야드로 단연 1위다. 최하위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135.7야드)의 49%에 불과하다. 249.4야드를 허용한 패싱 디펜스(25위)의 약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이글스의 경기당 득실 마진은 플러스 104. 283득점을 올리는 사이 실점은 179점에 그쳤다. 램스(108점)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또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10주 차를 바이 위크로 쉰다는 점이다. 부상이 잦은 NFL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고 한 주 휴식을 취하는 바이 위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후 11주차 경기는 라이벌 카우보이스와의 원정 대결이다. 마지막 17주차에서는 카우보이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최후의 일전을 치른다. 13주차 시혹스, 14주차 램스와의 원정 경기가 카우보이스와의 2연전과 함께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시드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대결이다.

◀ 마이크 트라웃 ‘이글스가 최고’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간판 스타 마이크 트라웃은 이글스의 광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시즌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이글스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이글스의 시즌 티켓을 소유하고 있는 트라웃은 올 시즌 개막 전 “카슨 웬츠가 마음 놓고 볼을 던질 수 있는 리시버들을 확보해 전력이 크게 보강됐다”며 “특히 장신 리시버 앨션 제프리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에 연고를 둔 팀이 마지막으로 정상에 오른 것은 2008년이다. 메이저리그 필리스가 팀 역사상 두 번째로 우승을 차지한 해다. NBA의 세븐티식서스는 줄리어스 어빙을 앞세워 1983년 팀 역사상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NHL의 플라이어스는 1975년에 팀 역사상 두 번째로 스탠리컵을 차지했다.

이제 필라델피아 팬들의 눈길은 이글스로 향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 연고를 둔 4대 메이저 스포츠 팀 중 가장 인기가 많지만 아직까지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한을 올 시즌에는 반드시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휴스턴가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이글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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