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로버츠의 선택, 왜 류현진 아닌 맥카시였나?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0.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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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서 블론세이브를 범한 '철벽불펜'의 대명사 켄리 잰슨./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가 LA 2연전을 1승1패로 마치고 무대를 휴스턴으로 옮겨 주말 3연전에 들어간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고기온 기록인 화씨 103도(섭씨 39.4도)의 폭염 속에서 펼쳐진 1차전과 그보다는 기온이 다소 내려갔지만 여전히 화씨 93도(섭씨 33.9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펼쳐진 2차전은 모두 기온만큼이나 뜨거웠던 격전이 펼쳐졌다. 특히 양팀 합쳐 월드시리즈 신기록인 8개의 홈런을 쏟아낸 2차전은 ‘미친 게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숨 막히는 격전의 연속이었다.


다저스와 휴스턴은 이 두 경기에서 양팀 모두 왜 그들이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입증했고 이번 시리즈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 1, 2차전에서 나온 돌아볼 만한 장면들과 주목할 사안들을 짚어봤다.

■‘각본대로’ 1차전, ‘아무도 몰라’ 2차전

시리즈 1차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각본대로 진행된 경기였다. 양팀 선발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달라스 카이클은 모두 뛰어난 투구를 했고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가다 다저스가 홈런 2방으로 승기를 잡은 뒤 철벽불펜을 가동, 휴스턴 타선을 봉쇄하고 승리했다. 경기 소요시간은 단 2시간28분.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짧은 기록이었다.


반면 2차전은 정반대였다. 초반엔 어느 정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듯 했지만 막판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난공불락 같았던 다저스 불펜이 8회 이후에만 홈런 4방을 내주며 허물어졌다. 그럼에도 휴스턴은 마지막 승리를 얻는 순간까지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정말 야구는 모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 경기였다.

■1승1패…양팀 모두 불만 없다?

다저스는 홈에서 1승1패, 휴스턴은 적지에서 1승1패이니 당연히 휴스턴보다는 다저스가 아쉬운 결과다. 더구나 다저스는 2차전에서 7회까지 3-1로 앞서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한 경기를 패하며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빼앗긴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크게 보면 양팀 모두에게 1승1패는 공평한 결과로 보여진다. 다저스 입장에선 비록 홈 2연전이었지만 달라스 카이클과 저스틴 벌랜더라는 휴스턴의 걸출한 ‘원투펀치’ 투톱 에이스를 상대로 1승1패를 거둔 것이기에 조금 아쉬워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비록 벌랜더를 상대로 6회까지 단 2안타로 눌렸지만 그 2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뽑아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처음으로 벌랜더를 상대로 리드를 잡은 팀이 되면서 벌랜더의 ‘난공불락’ 이미지에 약간이나마 흠집을 낸 것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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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서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허무는 눈부신 퍼포먼스를 보여준 커쇼. 홈에서 1승1패한 다저스의 위안이다. /AFPBBNews=뉴스1


또 앞선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완전히 잊게 해준 눈부신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도 고무적이다. 비록 적진에서 다음 3경기를 치르지만 그 3경기 모두 선발 매치업에서 우세가 예상돼 다저스로선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휴스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적지에서 1승1패라면 큰 불만이 있을 수 없는데 더구나 1차전을 패한 뒤 메이저리그 최강의 철벽불펜을 상대로 7회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고 목표를 달성했으니 대만족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포스트시즌 28이닝 무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다저스 불펜을 상대로 8회 이후에만 홈런 4방 포함, 9안타로 6점을 뽑아낸 것은 남은 경기에서 엄청난 사기진작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6전 전승을 기록한 홈구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2차전은 요가 베라의 이 말을 다시 한 번 기억나게 한 격전이었고 양팀이 왜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두 팀인지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다저스는 5회말 2사 후 그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고 노히터 투구를 하던 벌랜더를 상대로 작 피더슨이 솔로홈런을 터뜨려 1-1 동점을 만든 뒤 6회말엔 2사 후 코리 시거가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려 3-1 리드를 잡았다. 벌랜더에 완벽하게 압도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추격권을 유지하다 홈런 2방으로 전세를 뒤집는 저력이 인상적이었다. 다저스의 철벽 불펜을 감안하면 시리즈 2연승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휴스턴 역시 무서운 저력의 팀이었다. 7회말 다저스가 1사 3루의 쐐기득점 찬스를 잡았을 때 구원투수 윌 해리스가 피더슨과 오스틴 반스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어 8회초 선두 알렉스 브레그먼이 다저스 셋업맨 브랜든 모로를 상대로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카를로스 코레아가 다저스 철벽 마무리 켄리 잰슨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뽑아 한 점차로 따라붙고 이어 9회초엔 마윈 곤잘레스가 잰슨을 두들겨 동점 솔로홈런을 뽑아내면서 저울추는 휴스턴 쪽으로 기울어졌다. 다저스의 ‘철벽 불펜’이 깨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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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연장10회초 터진 알투베(우측)와 코레아의 랑데부 홈런은 승부의 추를 휴스턴쪽으로 돌려놓았다.


기세가 오른 휴스턴은 10회초 이번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MVP 후보 호세 알투베가 홈런포를 가동한 데 이어 코레야까지 랑데부홈런으로 호응하며 충격적인 역전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다저스도 한 방에 쓰러질 팀은 아니었다. 10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솔로홈런에 이어 2사 후 볼넷과 폭투로 만든 주자 2루에서 키케 에르난데스의 극적인 투아웃 동점타가 터지며 승부를 11회로 연장시켰다.

하지만 휴스턴은 연장 11회초 조지 스프링어의 투런홈런이 터지며 다시 2점차 리드를 되찾았고 다저스는 11회말 찰리 컬버슨의 홈런으로 1점차로 추격했지만 끝내 2회 연속 ‘투아웃 미러클’에는 이르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의 이해 못할 투수 용병술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시즌 내내 선발투수를 그리 오래 쓰지 않고 불펜에 공을 넘겼기에 2차전에서 선발 리치 힐이 4이닝동안 3안타로 1실점으로 호투했고 투구수도 60개에 불과했음에도 그를 교체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저스 불펜은 다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다저스가 3-1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로버츠 감독의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힐을 초반에 내린 것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예상을 깨고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가면서 다저스는 불펜이 완전히 고갈됐고 결국 연장 11회초 후반기 실전 등판경험이 거의 없는 브랜든 맥카시를 내보냈다가 바로 2점을 내줘 승부가 기울었다.

물론 힐을 계속 던지게 했다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리라는 단정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불펜 고갈사태를 예방할 수는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불펜을 그만큼 강력하게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만약 선발이 힐이 아니라 커쇼였다면 분명히 계속 던지게 했을 것이다. 결국 힐에 대해선 커쇼만큼 확실한 믿음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또 다른 이상한 투수운용은 3-1 리드를 잡은 7회초에 로스 스트리플링을 등판시킨 것이다. 스트리플링은 다저스 불펜의 롱맨 역할을 맡은 선수로 보통 이런 경우에 나오는 투수는 아니다. 그가 나오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로버츠 감독은 바로 브랜든 모로를 투입, 불을 꺼야 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스트리플링을 소모시킨 것이 결국 연장 11회초 맥카시 외엔 내보낼 투수가 없는 사태를 유발했다.

맥카시는 부상으로 사실상 후반기를 전혀 뛰지 못한 선수로 그런 선수에게 월드시리즈 연장에서 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절대 다저스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물론 11회에 스트리플링이 나왔다고 결과가 나았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실전 감각 떨어진 녹슨 투수보다는 믿을 수 있었다.

잰슨에게 6아웃 세이브를 부탁한 것에선 로버츠 감독에 자신이 자랑하는 불펜에 대해서도 잰슨을 제외하면 그리 큰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리드를 지키기 위해 8회부터 클로저를 올리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전날 등판한 선수에게 또 다시 2이닝 세이브란 지나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점이 아닌 2점차 리드 상황이었기에 더 그렇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과론일 뿐이다. 잰슨이 9회 곤잘레스에 홈런을 맞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로버츠 감독의 경기운영을 칭찬하고 있을지 모른다. 역시 야구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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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은 류현진 대신 부상으로 후반기에 전혀 뛰지못한 맥카시를 선택했다./AFPBBNews=뉴스1


■왜 류현진이 아니라 맥카시?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투수 한 명을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맥카시를 선택했다. 불펜 롱맨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지만 이미 스트리플링이 있는데 왜 굳이 후반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한 맥카시를 뽑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다저스 불펜투수 8명 중 왼손투수가 2명(토니 왓슨, 토니 싱그라니) 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류현진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물론 류현진이 어깨수술 경력 때문에 불펜에 적합하지 않은 투수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지만 그래도 다저스가 거의 30년 만에 나간 월드시리즈고 많아야 두 경기 정도로 등판이 예상되는데 못 던질 이유가 없었다.

시즌 후반기에 11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3.17의 호성적을 올린 류현진을 제쳐두고 7월 이후 약 4개월간 실전에서 6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인 맥카시를 기용한 것은 사실 이해하기가 힘들다. 류현진이 시즌 중간 코칭스태프의 불펜행 제안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불펜 등판의 어려움을 나열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많은 다저스 팬들은 후반기 내내 던지는 모습을 본 적도 거의 없는 맥카시가 11회초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불길한 느낌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맥카시가 아니라 류현진이 나섰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류현진은 후반기 내내 경기에 나서 꾸준하게 던졌던 선수라는 점에서 다저스팬 입장에서 맥카시보다는 덜 불안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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