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헥터가 남긴 아쉬움..'도망가는 피칭으론 이길 수 없다'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7.10.26 11:35 / 조회 : 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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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헥터 노에시.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 0.471-3홈런-9타점'의 4번 타자와 '타율 6할-5홈런-12타점'의 5번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의 심정을 묻는다면 ‘도망가고 싶다’가 정답일 것이다.

25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KIA 선발 헥터는 감정에 충실하게 도망갔고 패전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충분히 경각심을 갖게 된 선수들인데다가 1회 처음 상대한 김재환의 경우 타격감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김재환은 첫 타석서 헥터의 5구째를 통타해 우익수쪽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비록 이명기의 혼신의 수비로 공수교체가 됐지만 발빠른 주자 박건우를 1루에 두고 김재환의 타구가 안타가 됐을 경우, 그리고 주자 두명을 두고 오재일을 만난다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헥터로선 아찔한 순간였다. 2회 선두타자로 만난 오재일 역시 배트가 부러지며 1루땅볼에 그쳤지만 150km에 육박하는 헥터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4회 1사후 다시 만난 두사람. 자신을 상대로 타격감 조율을 끝냈을 거포들을 상대로 헥터는 위축됐던 모양이다. 볼 8개로 너무 쉽게 두사람을 진루시켰다. 김재환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후 오재일에게도 거푸 볼넷 2개가 들어가자 김민식이 통역을 대동하고 마운드에 올라 헥터를 위로했다. 헥터의 표정은 느긋했지만 이후로도 거푸 볼만 2개 더 던졌다.

에이스의 도망가는 피칭은 야수들의 믿음을 훼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을 피해간 헥터를 보며 야수들은 초조함을 느꼈을 것이다. 후속 양의지가 친 먹힌 타구를 수비 잘하기로 소문난 안치홍이 병살플레이를 노리다 떨어트리는 실책을 범하며 1사 만루의 위기를 맞는다.

다시 이대진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헥터를 다독였지만 기세에서 이기고 들어간 두산타선까지 진정시킬순 없었다. 후속 박세혁은 비록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헥터로부터 12구나 끌어내는 끈질긴 승부를 벌여 진을 뺐고 오재원 역시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 타점을 올리고 만다.

헥터는 박건우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내준 5회 1사 1루 상황서 다시 두사람을 만난다. 헥터 역시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김재환에게 초구 몸쪽 낮은 볼을 제외하고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승부를 벌였지만 4구 147km 직구 승부에 김재환이 반응하며 투런홈런을 허용하고 만다. 헥터의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며 낮은 공 승부에 실패한 것이다. 오재일을 상대로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며 2구를 제외하고 모두 존을 통과하는 승부를 펼쳤으나 이미 헥터의 구질을 파악한 오재일은 4연속 파울볼을 만들며 헥터를 괴롭히다 역시 7구 147km 직구를 노려 홈런을 만들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 KIA의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22일을 쉰 뒤끝이라 타선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을테고 그런 경기감각의 공백은 수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팀 사기를 책임지는 선발 헥터의 도망가는 피칭 역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야구에서 도망가는 피칭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 사례가 얼마나 될까. 반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투수는 지금 자신이 선택한 것이 최선이라는 확신을 가져야한다”는 다저스의 전설적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의 말이 자못 시사적이다. 2차전 양팀 선발 양현종과 장원준에게선 거침없는 배짱투구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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