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라그나로크' 소문난 잔치와 요란한 빈수레(ft.헐크)

[리뷰] 토르: 라그나로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0.24 12:45 / 조회 :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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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라그나로크'(이하 토르3)는 올해 마블의 기대작이다. 2018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징검다리다. 개봉 전부터 역대 '토르'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기대한다는 말들과 로튼 토마토 신선지수가 98%라는 설레발이 가득했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토르3' 부제인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황혼을 뜻하는 용어. 최후의 전쟁으로 오딘을 비롯한 북유럽 신들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일컫는다. '토르' 시리즈 3탄에 이 거창한 부제를 붙인 건, 그만큼 강렬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경쾌하다. 토르는 과거 오딘이 무찌른 뒤 숨어지내던 어둠의 세력과 맞붙는다. 유쾌하고 발랄하다.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는 듯 하다. 악을 무찌르고 아스가르드로 복귀한 토르는 오딘 인양 행세하는 로키를 보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토르2'에서 로키가 유폐시킨 오딘은 지구 어딘가에 버려진 상태. 토르는 로키를 데리고 아버지 오딘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쿠키에서 예고됐듯 토르와 닥터 스트레인지가 만난다.

마침내 오딘을 만난 토르와 로키. 어딘지 기가 빠진 오딘은 자신이 너무 흉포해서 버렸던 첫째 딸 헬라의 복귀를 예고하고 사라진다. 곧장 등장한 헬라. 헬라는 아스가르드를 침공하고 토르와 로키는 차원 너머 쓰레기 행성으로 떨어진다.


토르는 쓰레기 행성에서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기 위해 검투사로 나선다. 그 곳의 검투사 챔피언은 알고 보니 '어벤져스2'에서 실종됐던 헐크. 치고받던 두 사람은 그 행성에서 만난 전직 발키리와 힘을 모아 헬라의 위협에 처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는 모험에 나선다.

과연 토르는 헬라를 무찌르고 라그나로크를 막아낼 수 있을까.

'토르: 라그나로크'는 숨 가쁘다. 쉴 틈 없이 빠르고 빠르게 전개된다. 마지막 결론과 마지막까지 던지는 떡밥까지, 앞서 공개했던 떡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전개를 쏟아내는 유머와 음악으로 마취시킨다. 매 장면마다 빠지지 않는 유머, 매 장면마다 튕겨 나오는 음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2편이나 봤던 전개들이다.

마블은 이 성공한 전략을 '토르3'에 그대로 차용한 듯 하다. 토르의 무적 망치 묠니르까지 부서지는 절대절명의 상황, 천둥의 신에서 천둥의 군주 정도로 격하된 처지, 죽음으로 내몰린 아스가르드 백성들, 죽음의 신이라는 헬라 등등 사뭇 진지할 법한 이야기들은 결코 심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웃고 빠르고 경쾌하게 마지막까지 흘러간다.

토르와 헐크의 콤비, 토르와 로키의 콤비는 액션과 코미디에 드라마까지 엮어 이래도 안 재밌어? 이래도 안 웃겨? 라고 과시라도 하는 것 같다. 재밌고 웃기지만 마블 영화들을 빠지지 않고 본 관객이라면, 유행곡들을 반복해서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좋지만 똑같은 노래를 계속 듣는 느낌.

마블은 '토르3'에서 사상 최악의 여성 빌런 헬라가 등장한다고 일찌감치 예고해 기대를 키웠다. 헬라를 케이트 블란쳇이 맡아 더욱 관심이 컸다. 마침내 등장한 헬라. 기대 이하다. 폭군이라기 하기엔 위압감이 적고, 절대 악당이라고 하기엔 약하다. 차라리 연민정이 더 셀 것 같다.

'토르3'는 그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뿌린 많은 떡밥들을 수거한다. 그리고 새로운 떡밥을 뿌린다. 마블 팬들이라면 이 떡밥들이 나오는 순간 반색할 테다. 그렇지만 슬슬 마블 영화들에 피로도가 쌓인다는 걸 느끼게 될 것 같다. 거창하게 뿌리지만 소소하게 주워 담는 일들의 반복이다.

'토르3'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시대를 마무리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브릿지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 친절하게 "토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알려준다. 연속극 다운 예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미니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주말 드라마가 되고 있다. '토르3'는 최종회를 앞둔 주말 드라마의 몇 회 분량이다. 익숙하고 재밌고 뻔하고 예상된다.

10월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쿠키는 두 개다. 끝나자마자 하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하나. 두 번째 쿠키는 안 봐도 하등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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