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아재 유부남 힙합그룹 에픽하이입니다"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10.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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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서른 여덟(타블로), 서른 일곱(DJ투컷), 서른 여섯(미쓰라) 아재 유부남 힙합그룹 에픽하이입니다."(타블로)

뭔가 연륜이 느껴지는, 그리고 센스가 넘치는 인사말이었다. 국내 최고 인기 힙합 그룹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DJ투컷)도 벌써 각자 가정을 꾸리는 아빠가 됐고, 누군가의 남편이 됐고, 나이 마흔을 앞둔 아재(아저씨)가 돼 있었다. 외모만 봤을 때는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였지만, 분명 이들 3명이 전한 이야기에서는 데뷔 때 전해졌던 패기가 아닌,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더욱 묻어나 있었다.


에픽하이를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 카페에서 만났다. 에픽하이는 인터뷰 전날인 지난 23일 오후 6시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9집 앨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을 발표했다. 에픽하이의 정규 앨범 발매는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이었다.

음악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건 이들이 음악에만 몰두할 수 없는 시점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타블로는 예쁜 딸 하루와 사랑스러운 아내 강혜정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있었고 DJ투컷도 아들과 아내가 삶의 큰 행복이다. 미쓰라 역시 유일하게 아이가 없지만 엄연한 가장이다.

에픽하이는 먼저 9집 앨범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반응에 덤덤하게 답했다.


"사실 1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기대를 전혀 안 했어요. 우리끼리도 차트 성적을 신경쓰지 말자고 했고 앨범이 나오면 전화기 꺼놓자고 했죠. 전 실제로 전화기를 매니저에 맡기고 차트를 안 봤는데 멤버들이 옆에서 보고 차트가 어떠한 지를 직접 중계를 하더라고요. 무슨 소용인가 하고 저도 결국 봤고 성적이 좋았네요. 너무 뜻밖의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타블로)

"솔직히 저는 성적에 대해 기대 많이 했어요. 하하. 기대보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해요."(DJ투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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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초호화 피쳐링 라인업으로도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예상했던 대로 앨범 수록곡이 대부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인 '연애소설'과 '빈차'는 대세 뮤지션인 아이유와 오혁이 나란히 피쳐링에 합류한 트랙.

앨범에는 이외에도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노땡큐', 'HERE COME THE REGRETS', '상실의 순기능', 'BLEED', 'TAPE 2002年 7月 28日', '어른 즈음에', '개화(開花)', '문배동 단골집' 등 총 11곡이 수록됐으며 크러쉬, 악동뮤지션 이수현, 넬 김종완, 송민호,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이하이 등이 힘을 보탰다.

에픽하이는 아이유와 오혁과 함께 작업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여러 에피소드도 전했다.

"사실 아이유는 예전부터 협업에 참여했으면 하는 곡들이 많았죠. 물론 우리끼리도 '아이유가 피쳐링을 해주겠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결국 제안이 무산된 경우 많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유가 저희에게 연락이 와서 '우리 노래 중에 '돈 헤이트 미'를 좋아해서 콘서트 게스트로 와서 노래 불러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우리야 땡큐죠' 하면서 불렀죠. 이를 틈타 저희는 아이유 팬들 앞에서 직접 피쳐링 제의를 할 수 있게 됐죠."(타블로)

"'빈차'는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보컬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했던 곡이었어요. 이후 오혁에게 가이드 음원 보냈는데 바로 답이 오더라고요. 사실 오혁이 평상시에는 연락이 전혀 안 되는 친구예요. 메시지를 보내면 일주일 이후에야 답이 올 정도죠. 그런데 이번 '빈차' 가이드 음원을 보냈을 때는 오혁이 곧바로 '이 곡은 너무 좋다. 바로 하겠다'라고 답을 주더라고요."(DJ투컷)

타블로는 이와 함께 성시경, 박정현, 김연우도 언급하며 "향후 협업을 하기로 했는데 서로 연락이 되지 않아 미뤄졌던 선배님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타블로는 대놓고 피쳐링 제안을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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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2003년 데뷔한 이래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에게 오래 함께 하며 느끼고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물어봤다.

"이제는 가족과도 같은 느낌이죠. 동반자로서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나중에 음악을 안 해도 함께 할 거니까요.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도 없고요."(DJ투컷)

"에픽하이는 3명이 같이 있을 때 잘 되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들처럼 유닛 활동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각자 떨어져 있을 떄 뭔가 (팀을 위해) '한 건'을 해낼 사람도 없고요.(웃음) 1집 수록곡 중에 '10년 뒤에'라는 곡이 있는데 10년 후 우리에게 편지 보내는 내용이었어요. 내용을 보면 우리 모두 아빠가 돼 있을 것이라는 글들이 담겨 있죠. 10년이 아닌, 14년이 지나서 저희는 실제로 아빠도 됐네요. 솔직히 이렇게 10년 이상 함께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루하루가 이제 우리에게 소중해서 뭔가 할 수 있게끔 응원해준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타블로)

인터뷰 내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미쓰라도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속내를 드러냈다.

"(타블로가) 에픽하이 활동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제가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제가 에픽하이 활동하면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미쓰라)

이를 들은 DJ투컷도 "사실 나는 고정 멤버가 아니라 객원 멤버였었다"며 "어느 날 타블로가 '너 그냥 진짜 에픽하이 멤버 할래?'라고 물어봤고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잘 나가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도 이제 선배 가수를 넘어 '아재 힙합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장착했다. 하지만, 에픽하이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팬들의 사랑을 뜨겁게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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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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