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의 WS행..효율투자로 구축한 두터움 덕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0.24 08:15 / 조회 : 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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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사진=뉴스1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가 맞붙는 제113회 월드시리즈가 우리시간으로 25일 아침 막을 올린다.

휴스턴은 지난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에 나갔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로 물러선 뒤 12년 만에, 이번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구단 역사상 첫 타이틀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시즌 50승대를 기록하는 등 구단 차원에서 바닥을 치며 뼈를 깎는 인내의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반등에 성공, 궁극적인 목표달성에 4승 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올 여름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휴스턴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기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다저스는 이번이 무려 19번째 월드시리즈다. 단 두 번째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휴스턴과는 비교될 수도 없다. 뉴욕 양키스(40회)와 샌프란시스코(뉴욕) 자이언츠(20회)에 이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 횟수론 공동 3위가 됐다.

하지만 다저스는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구단 역사상 가장 길었던 월드시리즈 가뭄을 거친 팀이다. 1988년 커크 깁슨의 마법 같았던 끝내기 홈런과 그에 못지않게 마법 같았던 오럴 허샤이저의 환상 투구를 앞세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4승1패로 꺾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이후 무려 29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게 됐다. 최소한 휴스턴은 2000년대에 월드시리즈에 올라가 봤지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나가는 것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988년생)가 태어난 이후 처음이어서 지금 LA 팬들은 펄펄 끓고 있다.

심지어는 LA 날씨까지 펄펄 끓고 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이 펼쳐지는 24일(현지시간) LA 기온은 섭씨 39도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와 있다. ‘가을 클래식’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역대 가장 뜨거운 날씨 속에서 펼쳐지는 월드시리즈 경기가 될 전망이다.

다저스는 거대 마켓 LA를 등에 업은 팀이다. 선수 페이롤 총액이 메이저리그 최고인 2억2,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과거 ‘돈의 제국’으로 불렸던 뉴욕 양키스와는 달리 이 팀은 돈을 앞세워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다저스 로스터를 살펴보면 물론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상당수지만 메이저리그 미니멈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고 그중 상당수는 주전급 핵심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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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1루수 코디 벨린저. 하지만 올연봉은 50만달러 전후에 불과하다. /AFPBBNews=뉴스1


NLCS 공동 MVP인 크리스 테일러와 슈퍼 루키 1루수 코디 벨린저, 올스타 숏스탑 코리 시거, NLCS 5차전에서 3홈런쇼를 펼쳤던 키케 에르난데스, 백업에서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오스틴 반스 등은 모두 주전급 선수들이지만 하나같이 올해 연봉이 50만달러 전후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철벽을 자랑하는 불펜 멤버 가운데도 연봉 200만달러가 넘는 선수는 마무리 캔리 잰슨 한 명 밖에 없다.(포스트시즌에 불펜에 합류한 마에다 겐타는 제외)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다저스를 만들어낸 설계자인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인 탬파베이 레이스를 메이저리그 강호로 재탄생시킨 경험을 살려 다저스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프리드먼은 탬파베이에서 직접 체득한 스몰마켓팀의 철학을 다저스 운영과정에 접목시키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막강한 재정적 파워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펼쳐가고 있다.

팀 구성에서 프리드먼 사장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돈으로 최고의 선수를 끌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재정한도 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효율적인 로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모든 포지션에서 몇 겹에 달하는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했다. 단순히 메이저리그 로스터뿐만이 아니라 마이너리그까지 포함, 시스템 전체에 걸쳐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로 인해 다저스는 NLCS에서 올스타 유격수 시거가 허리부상으로 로스터에서 제외됐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올 시즌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뛰었던 찰리 컬버슨를 로스터에 올렸고 그와 함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유틸리티맨 테일러가 번갈아 유격수로 나서며 시거의 빈자리를 거의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시거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선수의 빈자리를 이처럼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메워버리는 다저스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프리드먼은 지난 2014년 12월 디 고든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통해 에르난데스와 반스를 영입했다. 단 한 번의 트레이드로 월드시리즈 멤버 2명을 건진 것이다. 또 테일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트레이드로, 컬버슨은 저렴한 가격의 FA계약으로 확보했다. 컬버슨은 시거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지만 NLCS에서 그의 타율은 0.445에 달한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마이너리그 FA계약이 팀에 이런 결과를 안겨준 것은 결코 행운이 아니다. 이런 경우까지 대비해 구단 전체에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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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 에르난데스. 다저스 프리드먼 사장은 디 고든을 내주고 월드시리즈 멤버 에르난데스와 반스를 데려왔다. /AFPBBNews=뉴스1


다저스의 엄청난 두터움은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선발투수들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잉여자원인 마에다를 불펜으로 돌리자 불펜이 더욱 막강해지는 효과를 이뤄냈다.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이 탄탄해지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다르빗슈 유 같은 특급 투수를 수혈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다르빗슈의 가세는 포스트시즌에 에이스 커쇼의 심적 부담감을 한결 덜어주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는 프리드먼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의 냉철한 판단과 철저한 계산으로 설계됐고 뛰어난 필드 매니저인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엄청난 파워를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프리드먼이 돈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난 오픈시즌 그는 3루수 저스틴 터너와 클로저 잰슨, 2선발 리치 힐 등 3명을 총액 1억9,2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외부 FA가 아닌 자체 FA로 전력 보강이라기보다는 전력 유지 차원의 계약이지만 월드시리즈 목표 달성을 위해선 이들이 절대 필수적인 요소들이라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모두 FA시장에서 더 높은 오퍼가 있었음에도 다저스와 재계약을 선택해 다저스의 진로에 대해 선수들부터 확신을 갖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다저스가 아니라면 이들 3명을 모두 붙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에 ‘머니 파워’의 힘이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는데 이들은 모두 결정적 기여를 해냈다. 하지만 이들만 있었고 테일러와 컬버슨, 반스, 벨린저 등이 없었다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가뭄은 30년째로 가고 있었을 것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월드시리즈에 오른 팀의 성공 가운데 무엇을 가장 자랑스럽게 느끼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문이 이 팀에 묻어 있는지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프론트 오피스 스태프는 물론 프로 스카우팅 부서와 국제 스카우팀 부서, 선수 개발 부서, 코칭 스태프, 그리고 모든 마이너리그 스태프들이 이 로스터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기여한 것이 이 팀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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