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컵 On Air] 韓 첫 PGA 대회, 희망을 봤다

[기자수첩]

제주=심혜진 기자 / 입력 : 2017.10.23 06:00 / 조회 : 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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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CJ컵 @나인브릿지./사진=뉴스1



누구나 처음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한국서 처음으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 나잇브리지(이하 CJ컵)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나흘 동안 세계 선수들의 장타쇼에 환호했고, 그들의 매너에 또 감탄했다. 세계 유명 선수들은 팬들의 환호에 미소로 답했고, 사인 요청에는 일일이 응답했다. 이제는 한국 팬들이 보다 성숙한 자세로 선수들을 맞이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최대 변수는 '바람'과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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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CJ컵 @ 나인브릿지' 최종라운드 10번홀 앞 깃발이 강풍에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스1



◆ 제주의 '돌풍'.. '한라산 브레이크'마저 집어삼키다

제주도의 바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경기 전 최대 변수로 꼽히던 '마운드 브레이크' 일명 '한라산 브레이크'는 온데 간데 없었다. 취재진들이 집중적으로 선수들에게 묻는 질문이 바로 '한라산 브레이크'였다. 이를 경험해봤나,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등이었다.

하지만 바람만이 선수들, 취재진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래도 1라운드는 잠잠했다. 화창한 날씨 속에 무려 50명의 선수들이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 스코어가 20언더파 이내로 예상될 정도였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풍속이 시속 30㎞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수시로 풍향과 풍속이 바뀌는 변화무쌍한 바람이었다. 첫 날 9언더파를 몰아친 토마스 역시 바람에 고전했다. 2라운드에서는 2오버파를 칠 정도였다. 7언더파를 몰아친 노승열 포함 단 21명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티샷을 하는 곳과 퍼팅을 하는 그린에서의 바람이 모두 달랐다. 그나마 2언더파로 자존심을 챙긴 토마스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최종라운드에 열렸던 22일은 더욱 거센 바람이 불었다.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제주도에 강풍 주의보와 풍랑경보, 어선 출항 금지 등이 발령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덮쳤다. 우승은 바람을 견뎌낸 토마스였다. 이븐파를 기록하며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7승째를 거뒀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믹스트존에서 선수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제이슨 데이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바람이었다"며 "골프 인생 중 가장 힘든 한 주였다"고 꼽았고, 우승자 토마스는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우승 스코어는 1라운드 토마스의 스코어 그대로였다. 세계 최고 선수들마저 고개를 젓게 만든 제주 바람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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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샷을 감상하는 갤러리들./사진=뉴스1



◆ '찰칵', '찰칵'.. "노 카메라 플리즈, 땡큐."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바람 다음으로 자주 나온 단어가 바로 갤러리다. 그것도 카메라.

한국 골프팬들의 골프 사랑은 뜨겁다. 연습라운드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1라운드에 약 5500명, 2라운드 6000명, 3라운드 1만명과 최종라운드에는 1만 3500명으로 총 3만 5000명이 대회장을 방문했다. PGA 측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국에서 PGA 투어 대회를 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점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카메라, '셔터 소리'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휴대전화에 촬영음이 의무화돼 있다. 지난 2004년 정부가 몰래카메라 방지를 위해 휴대폰 카메라 촬영 시 60~68데시벨(dB) 셔터음이 발생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이 됐다. '찰칵' 소리에 리듬이 깨지면서 티샷이 러프로 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1라운드 첫 홀에서부터 토마스가 '노 카메라'를 외쳤을까.

2라운드가 끝난 후 한국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카메라 소리, 조금만 신경써달라"는 당부를 거듭 내놨다. 그러자 3, 4라운드에서는 많이 줄었다. 자원봉사자들의 강력한 제지도 한몫을 했다.

셔터 소리뿐만이 아니다. 곳곳 흡연을 하는 갤러리들도 눈에 띄었다. 흡연 부스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이번 대회는 앞으로 10년 동안 개최된다. 갤러리들의 기본 에티켓이 중요하다. 한국 갤러리들의 관람 수준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첫 해부터 뜨거운 명승부가 펼쳐지며 스타트가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희망을 봤다. 향후 10년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해 PGA를 대표하는 하나의 대회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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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갤러리./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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