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타고투저가 너무나 껄끄러운 투수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10.21 10:30 / 조회 : 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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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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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서 NC 에이스 해커가 조기 강판됐다.


포스트시즌에서 연일 난타전이다. 에이스급 투수들이 총출동하는 단기전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그만큼 타자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막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껄끄럽다.

플레이오프 3경기서 59점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20점에 가깝다. 어느 순간 한 쪽으로 훅 넘어가버리는 양상이다. 박진감과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리그를 지배한 타고투저의 경향이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타자들이 순간 순간에 맞는 대처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다 해내고 있으니 투수들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투수들이 못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다득점은 종종 나온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군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대개 시리즈에서 한 두 경기 나올까 말까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너나 할 것 없이 투수들이 수모를 당하고 있다. 두산의 강력한 원투펀치 니퍼트와 장원준은 모두 6실점했다. 준플레이오프 MVP인 해커는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7실점(6자책)으로 물러났다.


먼저 타자들이 실투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일이 없다. 홈런이 쏟아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니퍼트가 스크럭스에게 만루홈런을 맞았을 때 소위 '행잉' 슬라이더가 한 복판으로 밀려 들어갔다. 김재환이 이재학을 상대로 동점 3점 홈런을 친 공은 패스트볼이 한복판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왔다. 민병헌, 최주환의 만루 홈런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장타는 실투를 때려 나오는 게 맞지만 이렇게 실투를 죄다 때려내는 것도 드문 장면이다. 타격감이 한창 날이 선 상태인 것이다.

상, 하위타선의 구분도 없어졌다. 3차전 2회 빅이닝의 발판은 사실 허경민이 놨다. 허경민은 무사 1, 2루서 의도적으로 1, 2루 사이로 타구를 보냈다. 빠져서 안타가 됐는데 잡혔더라도 병살은 면했다. 상위타순으로 연결하면 된다는 자기 임무를 정확히 수행한 것이다. 하위타순에서 주자가 쌓여 상위타순으로 넘어가면서 빅이닝이 됐다. 투수는 쉬어갈 순간이 없어졌다. 비교적 약한 타자들도 정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와 매이닝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체력 소모도 빠르고 오래 버티지 못한다.

포스트시즌에는 힘 있는 투수들이 올라온다. 페넌트레이스처럼 경기가 넘어갔다고 패전처리를 올리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득점이 쏟아지는 이유는 타자들이 잘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KIA의 두 투수, 헥터와 양현종이 나왔을 땐 과연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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