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대장 김창수' 스포를 알아야 감동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10.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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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장 김창수' 스틸컷


조진웅 주연의 '대장 김창수'는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왕비의 시해범이라고 자처한 일본 낭인을 죽여 감옥에 가게 된 혈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사형수가 되어 감옥소에 간 청년은 제 한 몸 부지하는 데 급급한 감옥소 안 사람들과 선을 긋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은 그는 감옥소 사람들과 어울리고 한글을 가르치며 또한 스스로 성장합니다. 영화는 이런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청년 김창수가 대장 김창수로 거듭나는 과정. 그리고 어찌할 도리 없는 마지막을 향해 갑니다. 바로 그가 백범 김구라는 사실입니다.

김창수란 독립운동가이며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1876~1949)의 아명이며, 영화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범 김구의 청년기를 김창수란 이름으로 다뤘습니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김창수의 경우는 '김창수=김구' 자체가 결말이니 제작 단계부터 꽤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설명할 백범 김구의 이름을 빠뜨릴 수 없는 노릇이었고, 지난 달 언론시사회를 기점으로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의 영화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창수가 곧 김구'라는 스포일러는 영화를 만들게 된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젊은 시기 그의 행적을 알리고 싶다는 뜻으로 이원태 감독은 오랜 시간 '대장 김창수'를 준비했고, 영화는 그 선한 의도에 충실히 부합합니다. 존경받는 실존 인물에 대한 경의, 그 분께 그리고 역사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조심스러움도 가득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이라면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 그의 행적을 되짚으며 성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다 싶을 만큼요.

그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실존 인물을 잘 묘사하기 위해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상상력을 덧입힌 '대장 김창수' 자체의 힘이 주인공인 실존 인물 자체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조진웅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인간 군상들 속에 성장하는 김창수의 모습을 그리려 합니다.

짜임새가 조금 아쉽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어디선가 본 듯한 사건이 나열된 느낌이랄까요. 영화 속 김창수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그가 곧 백범 김구라는 역사적 사실, 영화 최대의 스포일러 자체입니다. 알고 봐도 묵직하게 가슴을 치는 실화의 힘이라 달리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대장 김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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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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