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했던 法..조영남 무죄 주장, 관행도 의도도 안통했다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7.10.18 17:37 / 조회 : 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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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 /사진=김창현 기자


예상했던 것보다 법원의 판결은 강경했다. 실형은 면했지만,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2)의 대작 의혹 및 사기 혐의는 모두 유죄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은 18일 오후 조영남의 사기 혐의 1심 선고 기일을 열고 조영남의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조영남과 함께 재판을 받은 피고인 장씨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영남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대작 화가 송모씨와 A씨가 고객들이 주문한 그림에 덧칠 작업 등을 한 것임에도 이와 같은 사정을 밝히지 않고 판매, 피해자 20명으로부터 총 1억 8035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으며 오랜 기간 법적 다툼을 해야 했다.

이번 재판은 과거 판례가 사실상 전무했던 탓에 미술계 전문가의 소견까지 증인 신청을 통해 쟁점을 따져보는 등 공판 과정이 간단하지 않았다. 게다가 검찰과 조영남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이번 재판이 향후 관련 동종 사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것임을 재판부는 인지하고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 춘천에서 재판이 시작돼 서울로 이송되고 재판부가 새롭게 재편되는 등 이래저래 절차상의 일정도 꼬이며 조영남을 지치게 한 측면도 없진 않았다. 여러모로 재판 당사자 입장에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법원 현장에는 여러 취재진과 조영남 측 지인들이 자리를 메우며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재판부 역시 선고에 앞서 이번 재판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비난을 넘어 형사 처벌 여부에 대한 문제로서 국내 미술계 관행과 현대미술 작품의 거래 실태 등을 충분히 경청하고 반영했다. 양측 입장에 대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바라보려 했고 내린 결론 역시 옳다는 확신을 갖고 내린 결정이지만 불변의 진리이거나 유일무이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판결이 향후 미술계 또는 예술계에서 일어날 작품 거래와 관련해 생길 문제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조영남의 여러 혐의에 대한 총 4가지 쟁점을 짚었다. 바로 ▶이 소송을 제기한 대작 화가 송씨가 과연 조영남의 조수였는지, ▶조영남의 범행이 국내 미술계 관행에 통용되는 행동이었는지, ▶조영남이 조수를 쓴 것에 대한 고지 의무가 있는지, ▶조영남이 미필적 고의에 의해 피해자들을 기만했는지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조영남의 이 4가지 쟁점과 관련,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송씨는 조영남이 직접 고용한 작가가 아니라 조영남의 작품을 대신 작업한 작가다"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뉴욕에서도 작품 활동을 20년 정도 했고 100회 이상 전시회를 연 화가로 사실상 회화 분야의 전문가이자 회화 전공자다. 회화를 지속적으로,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조영남보다 실력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조영남은 자신의 미술 제작 관여에 있어서 송씨에 대한 조수로서 지원이 거의 없었다. 작업실을 마련하긴 했지만 작품을 진두지휘하는 작가로서 작업실에 자주 방문하지 않았고 작품 완성 단계의 작품만 덧칠한 정도로만 작업에 참여했을 뿐이다. 도구 재료 역시 송씨의 자율적인 선호에 따라 구매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국내 미술계에서도 (조수를 쓰는 것에 대한) 통용 가능한 관행이 있고 이 역시 현대 미술계 추세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영남이 주장한 미술계 관행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관행에 맞는 작품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체적으로 해외 유명 작가와 관련 업계 작가들 모두 보조 인력을 정식으로 고용하고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며 직접 지휘 감독 하에 작품을 제작한다"고 짚었다.

한편 재판부는 이와 함께 작품 구매자들에 대한 조수 사용 고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작품과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하게 전달해야 한다. 조영남의 그림이 회화로서 성격이 있고 평소에도 언론 등을 통해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조수를 사용하는 것이 구매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라는 것 역시 알렸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건 구매자들을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이를 알렸다면 구매자들이 조영남의 그림을 사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에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조영남이 "의도적으로 조수의 존재를 감추면서 피해자를 속일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도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조영남이 회화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의 가격이 높아질 것을 알고 있었고 조영남이 언론 등을 통해 화가로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송씨의 존재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피해자들 역시 송씨의 존재를 몰랐으며 조영남 역시 피해자들이 송씨를 모른 채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 짐작했다"고 강조했다.

조영남은 그간의 공판 참석해 직접, 또는 변호인을 통해 "조수를 쓰는 것은 국내 미술계에서도 통용되는 관행이며 일일이 조수를 쓰는 것을 알릴 수가 없고 알릴 의무도 없다. 알리지 않은 것 역시 기만할 의도로 알리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조영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 "조영남이 자신을 수족처럼 부리는 조수로 키우고 조수의 노력과 노동으로서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로 무명 작가들로 하여금 자괴감을 갖게 했다. 피해자와 명시적 합의도 되지 않은 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책임 있는 자세와 반성이 부족하다"며 조영남의 혐의에 대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강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다행히 실형은 면했지만 조영남의 이번 사기 혐의가 유죄로 결론 내려짐에 따라 조영남의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조영남 측 변호인은 "즉각 항소장을 제출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짧게 밝혔다. 조영남은 이날 재판에 참석한 직후 취재진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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