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vs 갑질 피해?..조덕제가 밝힌 주장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0.18 09:18 / 조회 : 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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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 인근에서 조덕제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성추행이냐, 갑질 피해냐.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조덕제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인근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조덕제는 지난 13일 강제 추행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 B씨의 몸을 더듬고 찰과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조덕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조덕제에게 양형을 결정했다.

조덕제는 그간 성추행 배우 A로 불렸지만 성추행 관련 공판으로 출연 예정이었던 드라마 등에서 하차했다. 그가 사건이 불거지고 2년 여 만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핵심은 그가 영화 촬영을 하면서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배우의 속옷에 손을 집어 넣는 등 성추행을 했냐는 것이다. 조덕제는 해당 장면 영상을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가 다 봤다며 어느 장면에서 그런 게 나오냐고 항변했다. 또 감독이 짐승처럼 거칠게 연기하라며 자신이 일일이 이야기해줘야 하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조덕제가 대법원에 상고를 했기에, 성추행 여부는 법원에서 계속 다투게 됐다.

주목할 점은 그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인지, 갑질의 피해자인지 여부다.

조덕제에 따르면, 상대 여배우는 문제의 장면 촬영이 끝난 직후 A감독에게 불쾌함을 토로했다. 그 장면은 남편이 아내의 바람을 의심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이성을 잃고 부부 강간을 하는 내용이다.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콘티에는 등산복 바지를 찢는 것이었으나, 현장에서 더 찢기 쉽도록 상의로 바뀌었다. A감독이 등산복 상의가 찢기 어려웠기에 여배우에게 티셔츠로 갈아입도록 했다는 것.

조덕제는 "촬영 끝나고 쉬고 있는데 감독이 불러서 여배우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배우가 브래지어가 개인 소유인 데 찢어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는 것과 연기를 그렇게 거칠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했다는 게 조덕제의 주장이다. 조덕제는 그 과정에서 성추행이나, 속옷에 손을 넣었다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덕제는 "아무리 조단역이고 상대가 주인공이지만 감독이 있는 앞에서 연기를 지적하자 불쾌했다"며 "그래서 언성이 높아졌다"고 털어놨다.

다음부터가 성추행 논란 뒤에 가려진 이야기다. 조덕제는 당일 새벽4시까지 다음 촬영을 기다렸다고 했다. A감독과 여배우는 술을 마셨다고 했다. 조덕제는 새벽4시에 남은 한 장면 촬영은 못 찍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조덕제는 다음 날 A감독이 점심을 먹자면서 여배우를 잘 달랬다고 해서 그런가보다라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다시 조덕제는 현장 총괄 피디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여배우가 연락이 안되는 데 아마 그 사건 때문인 것 같으니 네가 미안하다고 문자라도 보내서 설득해달라고 했다는 것. 조덕제는 이튿날도 그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저예산 영화에 여주인공 빠지면 큰일 나니 "기분이 상했다면 풀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조덕제는 그로부터 이틀 뒤 총괄 피디에게 영화에서 하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고 말했다. 감독과 피디, 제작사 대표를 만났더니 그 때 처음 여배우 가슴을 만지고 팬티에 손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조덕제는 "촬영하는 거 다 보고 있지 않았냐"고 되물었다고 했다.

이후 여배우를 만나 오해를 풀려는 자리에서 그녀가 사실 관계를 따져 물었다고 주장했다. 조연 배우로 주연 배우의 마음을 풀게 하려 무릎을 꿇으려 했다고 했다. 조덕제는 나중에 알고보니 여배우가 그 날 대화를 녹취하고, 문자를 보낸 걸 다 성추행을 인정한 자료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여배우의 주장대로라면 조덕제는 성추행 가해자다. 그가 영화에서 바로 하차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반면 조덕제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주연배우 및 제작자, 감독에게 잘못도 없이 하차를 통보 받은 피해자다.

조덕제는 "(여배우는)갑질이라기 보다는 (성추행을 주장해)관철해야 할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출을 꺼려했기에 그 장면을 사용하지 않기를 원했다는 것. 또 조덕제는 "제작사와 감독은 어떻게든 여배우를 달래려 사실관계를 확인 안 하고 하차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여성민우회 등 '남배우A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는 조덕제가 유죄 판결을 받은 지난 13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대책위는 "그동안 예술분야나 영화계에서 발생해왔던 성폭력, 성폭력을 묵인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대책위는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 해당 사건 여배우가 참석할지도 주목된다. 자칫 신상이 공개돼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배우 측은 조덕제의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재판부에서 죄 없는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뜻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과연 조덕제는 성추행 가해자인가, 갑질의 피해자인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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