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BIFF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약속 지키길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0.16 17:37 / 조회 : 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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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뒤 영화인들과 소주를 마시며 현안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사진=이기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5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10월4일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찾았다.

문 후보와 박 후보 행보는 사뭇 달랐다.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자 배우인 문성근,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과 함께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랐다. 뒤이어 등장한 박 후보는 10여명의 경호원과 같이 레드카펫을 걸었다. 영화인들과 경호원. 차이는 분명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박근혜 후보를 향한 관객들의 환성이 훨씬 더 컸다. 그 해 대선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문재인 후보는 개막식이 끝나고 바로 떠나지 않았다. 미포의 한 횟집에서 영화인들과 만나 한국영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는 문성근, 차승재를 비롯해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정지영 감독, 이준익 감독,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이준동 파인하우스 대표 등 영화인 2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후보는 영화인들과 소주잔을 돌리며 "현재 한국영화 점유율이 높아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영화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우가 열악한 스태프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류나 K-팝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산업이 미래성장 산업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동석했던 영화인들 중 누구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자리를 주도했을 만큼, 문 후보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탓인지, 온갖 일에 휘말렸다. 누구는 국정원 사이버 공작에 시달렸다. 누구는 문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엄혹한 시절을 견뎌야 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다이빙벨' 상영을 하루 앞두고 기자와 만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문화부 차관이 '다이빙벨' 상영을 할 경우 영화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뒤 부산영화제는 국가 지원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 연이은 감사에 이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등이 고발됐다. 이런 여파로 영화제를 시작부터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났다. 훗날 밝혀지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문화 블랙리스트 타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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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5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객들과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뒤 영화의 전당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부산영화제는 부산시민, 대한민국 모두, 영화인 모두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제영화제다"면서 "근래에 와서 정치적인 영향 탓에 부산영화제가 많이 위축됐다고 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가) 과거 위상을 되찾고 더 권위 있는 영화제로 나가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더해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영화인들의 부산영화제 보이콧도,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사퇴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살리기 위해, 이번 폐막을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영화인들 마음 모여서, 과거 위상을 되찾고 더 권위 있는 영화제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따뜻하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사무국과 갈등으로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화융성위원장을 한 탓인지,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계 보이콧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명예회복을 명분으로 하기에 철회가 쉽지 않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꼬인 실타래를 차분히 풀어가야 한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앞으로도 문화 정책의 기조가 돼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 정책이 요동치면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아직 영진위원장도 5개월째 공석이다. 김세훈 전 위원장이 문화 블랙리스트 책임을 지고 대선 하루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이래 5개월째 대행 체재다. 한국영화 산업을 뒷받침할 선장이 없는 상태다. 몇 달째 하마평만 무성하다.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을 단숨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 큰 목소리만 쫓는다면 보복의 되돌이표가 반복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으면서 하나씩 정상화해야 한다. 원래 무너지는 건 순간이지만 쌓는 건 오래 걸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영화제가)과거 위상을 되찾고 더 권위 있는 영화제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했다. "부산영화제가 빨리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정부, 부산시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인들의 자율과 독립을 맡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간단한 게 늘 어려운 법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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