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클리블랜드에 드리워진 '와후추장의 저주'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10.13 08:21 / 조회 : 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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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2차전에서 2연승하고 기뻐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수들. 하지만 이후 3연패하며 도전을 마감해야했다. /AFPBBNews=뉴스1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2년 연속으로 시리즈를 3연패로 마감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3승1패로 앞서가며 6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뼈아픈 3연패를 당해 뜨거운 눈물을 뿌렸던 클리블랜드가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2승무패로 절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가 이후 전혀 상상도 못했던 3연패를 당해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신기록인 파죽의 22연승 기록을 수립하는 등 시즌 102승을 올린 팀이 마지막 3게임에서 1승을 거두지 못해 플레이오프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대 이변의 제물이 됐다.

또 다시 ‘와후 추장의 저주’(Curse of the Chief Wahoo)가 덮쳤다고 해야 할까. 클리블랜드는 이번 ALDS에서 전혀 클리블랜드같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클리블랜드 팀은 투타에서 모두 최고의 밸런스를 갖춘 팀으로 자타공인의 넘버 1 우승후보였다. 시즌 104승을 올린 LA 다저스보다도 완전한 팀이자 더 확실한 우승후보로 평가됐다. 올해 클리블랜드의 정규시즌 WAR(Wins Above Replacement)는 60.9로 역대 메이저리그 사상 13위였다. 이번 시즌뿐 아니라 역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것이다. 참고로 시즌 104승을 올린 다저스의 WAR는 49.0, 101승을 올린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52.6이었다.

하지만 이번 ALDS의 마지막 3경기에서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 막판 ‘지는 법을 몰랐던’ 그 클리블랜드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특히 올해 AL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에이스 코리 클루버는 두 번의 등판에서 전혀 클루버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후반기에 11승1패, 평균자책점 1.79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리며 생애 두 번째 AL 사이영상을 예약한 클루버는 이번 시리즈에서 두 경기에 등판, 총 6.1이닝동안 홈런 4방 포함, 10안타로 9실점해 평균자책점 12.7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345, WHIP은 2.0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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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몫을 다하지 못한 에이스 코리 클루버. /AFPBBNews=뉴스1


정규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과연 정규시즌의 클루버와 이번 시리즈의 클루버가 같은 투수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시즌 중에 다쳤던 허리부상이 재발한 상태로 던진 것이 아닌 가하는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지만 클루버는 이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 코리 클루버 2017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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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만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선수는 클루버 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클리블랜드 타자들 가운데 정규시즌과 완전히 딴판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너무 많았기에 어쩌면 클루버가 제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해 겨우 23살이지만 이미 클리블랜드의 간판선수이자 리그 최고의 스타 평가를 받고 있는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경우 이번 시리즈에서 타율 0.111(18타수 2안타)와 1홈런 4타점 6삼진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시리즈 2차전에서 엄청난 대 역전극의 발판을 놓은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쳤다.

올해 팀의 최고타자였던 호세 라미레스는 린도어보다 더 심했다. 시리즈에서 20타수 2안타로 타율 0.100, 타점 0에 그쳤고 삼진은 7개를 당했다. 라미레스의 시리즈 OPS는 0.282에 불과해 정규시즌 그가 기록한 OPS 0.957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클린업 트리오 가운데 그나마 가장 높았던 카를로스 산타나의 타율도 0.211(19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시리즈 2차전에서 발목을 다쳐 3, 4차전에 결장했다가 5차전에 4번타자로 복귀한 에드윈 엔카나시온은 7타수 무안타로 타율 0.000과 3삼진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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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주루과정서 발목부상을 당한 엔카나시온. /AFPBBNews=뉴스1

결국 최종 5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클리블랜드 타자 9명 가운데 5명은 1할대 이하 타율로 시리즈를 마쳤다. 제일 높았던 선수는 8번타자 포수 로베르토 페레스로 단타 3개로 타율 3할을 기록했고 타율 2할5푼을 넘긴 선수는 페레스와 제이 브루스 둘 밖에 없었다. 클리블랜드의 팀 타율은 0.171에 불과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혹시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이 집단적으로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지만 그것도 아니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시리즈에서 총 164타석 동안 무려 61차례나 삼진을 당해 삼진 비율이 37.2%에 달했는데 이는 정규시즌 18.5%보다 두 배나 치솟은 것이다.

특히 린도어와 라미레스, 엔카나시온 등 팀 주축타자들의 헛스윙 삼진 비율이 모두 30~40%를 오갔다. 무슨 이유에선지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이번 시리즈 내내 타석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듯 헛스윙을 남발했던 것이다. 타석에서 아예 공을 맞추지도 못했으니 불운이라기보다는 지나친 심적 부담감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타석에서만 부진했던 것이 아니었다. 거의 실수가 없는 철벽 그물망 수비까지도 흔들렸다. 4차전에 4개, 5차전에 3개 등 마지막 두 경기에서 실책만 7개를 쏟아낸 인디언스는 이로 인해 양키스에 비자책점으로 7점을 헌납한 것은 물론 마지막 3경기에서 득점 합계(5)보다 실책 수(7)가 더 많은 부끄러운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이번 역전패로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부터 1승만 거두면 승리하는 시리즈 결정전에서 6연패를 당하는 끔찍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범위를 지난 1999년부터로 확장시키면 클리블랜드는 마지막 20번의 시리즈 결정전에서 17패를 당했다. 이 정도라면 ‘와후 추장의 저주’란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클리블랜드는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타며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선 팀이었다. 9월 중순까지 22연승을 달린 것은 물론 그 이후에도 11승4패를 기록하는 등 33승4패의 맹렬한 스퍼트로 정규시즌을 마감했고 이번 시리즈 1차전에서 양키스를 4-0으로 영봉시킨 뒤 2차전에서선 5점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시리즈 2승무패로 절대 유리한 리드를 잡았다. 그런 팀이 다음 3게임에서 이번처럼 철저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탈락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 강한 팀이 꾸준하게 정상에 오르는 농구와 달리 야구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잘 보여준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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