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남한산성'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참여한 까닭은?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10.07 09:00 / 조회 :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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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과 류이치 사카모토/사진제공=CJ E&M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 추석 극장가를 강타했습니다. 나흘만에 200만명을 동원했죠. 알려졌다시피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됐던 왕과 신하, 그리고 백성들의 이야기죠.

패배의 역사입니다. 치욕스런 역사죠. 그런 역사를 정공법으로 다룬 영화가 흥행몰이 중이니, 참 흥행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남한산성'은 참여한 사람들이 상당히 화려합니다. 황동혁 감독은 '마이 파더'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배우들은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박희순 고수 등 그야말로 기라성입니다. 촬영은 '달콤한 인생' '밀정' 등의 김지용 촬영감독이고, 의상은 '아가씨' 조상경 의상감독입니다. 미술은 '상의원' 채경선 미술감독, 분장은 조태희 분장감독이니 이 정도면 어벤져스급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있습니다. 음악감독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함께 했습니다.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 그 류이치 사카모토입니다. 황동혁 감독은 '남한산성'을 준비하면 참조했던 영화들로 '마지막 황제'와 '레버넌트'를 꼽았습니다. '마지막 황제'는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황동혁 감독은 몰락하는 왕조 분위기에다 청나라 이야기라 '마지막 황제'를 참고삼아 봤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이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찧는 삼배구고두례로 향하는 영화라면, '마지막 황제'는 삼배구고두례로 시작하는 영화이니 그런 점도 남달랐을 법합니다.

'레버넌트'는 황 감독이 워낙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좋아해서 봤다고 합니다. 얼어붙은 땅, 흰색과 검은색으로 물든 산과 강, 그 속의 사람들, 빛, 어둠, 입김 등등을 참고했을 터입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황제'와 '레버넌트' 두 영화의 음악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 입니다. 그리하여 황 감독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한산성' 음악감독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당장 전화해서 같이 하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연락처를 수소문하는 것도 일이니깐요. '남한산성' 프로듀서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전시 이메일 주소를 고생 끝에 알아내서 메일을 보냈답니다. 메일을 보냈다고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답이 빨리 왔답니다. 황동혁 감독 말로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평소 한국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답니다. '대장금' 팬일 만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고 하구요. 또 할리우드에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동북아시아 역사를 다룬 영화를 하고 싶었답니다. '남한산성'이 여러 가지로 그 조건에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에이, 천하의 류이치 사카모토가 하겠어"라고 지레 포기했다면 '남한산성'은 지금과는 다른 음악이었을 것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남한산성'의 만남은 히사이시 조와 '웰컴 투 동막골'의 만남을 연상시킵니다. 히사이시 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랜 파트너로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에겐 전설의 반열에 있는 음악감독입니다.

'웰컴 투 동막골'로 데뷔하는 신인인 박광현 감독이 그 히사이시 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새파란 신인이 영화음악 전설을 자신의 데뷔작에 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입니다. 당시 프로듀서는 그 꿈을 비웃지 않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주소를 확인해서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히사이시 조가 마침 한국영화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오케이라고 화답을 했습니다. 두드렸기에 열렸습니다.

어쩌면 이게 한국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무모할지라도 두드리는 힘. 한편으론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매력적인 대중예술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황동혁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작업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메일로 계속 소통했답니다. 중간중간 작업 결과를 알 수 있는 여느 한국 음악감독과 달리, 류이치 사카모토는 모든 촬영분을 받아보고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정서도 다릅니다. 이견이 없을 수 없었겠죠.

그런데 그런 다름이 지금의 '남한산성'에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예컨대 '남한산성'의 북문전투에 깔린 음악은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습니다. 더 안타깝고, 더 비참하게, 감정을 몰고 갈 수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그 장면의 음악을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가장 슬프게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슬픔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가 달랐답니다. 그리고 그 다름이 '남한산성'의 강요하지 않은 슬픔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남한산성'의 처연하되 흐느끼지 않고, 비장하되 장엄하지 않은 음악이 완성됐습니다. '남한산성'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어떤 영화들이 떠오른다면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도 일조했을 것입니다.

'남한산성'은 보고 듣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과 '남한산성' 속 상황이 겹치니 더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이 영화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하다면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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