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동네북' 미네소타의 PS진출 '신데렐라 스토리'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9.26 08:27 / 조회 : 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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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의 '거포 2루수' 브라이언 도저. /AFPBBNews=뉴스1


미네소타 트윈스가 아메리칸리그(AL) 2번째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지난 2010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 무대 문턱에 서 있다.

미네소타는 지난 주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 4연전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시즌 82승74패를 기록, 6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AL 와일드카드 3위인 LA 에인절스(77승78패)와의 격차를 4.5게임차로 벌려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뒀다. 에인절스가 지난주 AL 1, 2위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6연전에서 1승5패로 무너진 사이에 미네소타는 팽팽하던 레이스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

미네소타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본 적이 없던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100패 이상을 기록한 뒤 바로 다음 시즌에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사상 최초의 팀이 되는 기록이다. 미네소타의 지난해 성적은 59승103패였다. ‘동네북’ 신세였던 팀이 1년 만에 플레이오프 팀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같은 미네소타의 빈등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가장 낙관적인 미네소타 팬이라도 올 시즌의 목표를 ‘지난해보다 향상되는 것’ 이상으로 잡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전 예상에서 ESPN의 전문가 35명과 팬그래프닷컴의 전문가 53명 등 총 88명 가운데 미네소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점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평가는 올해 70승을 넘기면 성공이라는 것이었고 플레이오프 진출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미네소타가 시즌 초반 호조의 출발을 보이며 AL 중부지구 선두로 나섰을 때 대부분 전문가들이나 팬들은 시간이 가면 곧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초반 성적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클리블랜드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미네소타를 가볍게 추월한 뒤엔 미네소타는 아예 모두의 관심 대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 팀이 실로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아예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반전 스토리 중 하나다. 물론 단판승부인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만 놓고 최고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논하기엔 다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위치에 있으리라고 예측한 사람조차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네소타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실로 엄청난 스토리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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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빈 산타나. /AFPBBNews=뉴스1


도대체 미네소타는 어떻게 난데없이 1년 만에 ‘103패 동네북’에서 ‘포스트시즌 신데렐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올 시즌 시작 전 미네소타의 로스터에서 팀의 주축을 이룬 핵심 선수는 지난해 42홈런을 때린 2루수 브라이언 도저(29)와 지난 6년 만에 4번째 팀에 자리 잡은 저니맨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34), 그리고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다고 생각된 지난 2009년 AL MVP 조 마우어(33) 등이었고 나머지 포지션에선 대부분 만 25세의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메워주는 팀이었다. 미네소타가 2년 연속 꼴찌를 면하려면 3명의 핵심 베테랑은 모두 자기 몫을 해주고 나머지 젊은 선수들도 일취월장의 급성장을 보여주는 길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현실로 이뤄진 것이었다.

우선 3명의 베테랑은 각자 위치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산타나는 올해 16승8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며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마우어는 4년 만에 다시 타율 3할(0.308)대로 복귀하며 역시 2013년 이후 자신의 최고 WAR(3.1)을 기록했다. 도저는 지난해의 신들렸던 모습(42홈런, 99타점, OPS 0.886)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올해 성적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현재까지 32홈런, 87타점, OPS 0.827의 준수한 성적으로 지난해의 놀라운 성적이 잠깐 반짝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급성장이 가세된 것이 미네소타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만 23세의 우완선발투수 호세 베리오스와 역시 23세의 센터필더 바이런 벅스턴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됐던 선수들로(벅스턴 전체 2번, 베리오스 32번) 오래전부터 미네소타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까진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그해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됐던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와 전체 18번 지명된 코리 시거(LA 다저스), 19번 마이클 와카(세인트루이스) 등이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더딘 성장세는 미네소타 팬들에게 아쉬움이 큰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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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베리오스./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들은 올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루키시즌이었던 지난해 3승7패, 평균자책점 8.02를 기록하며 -1.7이라는 WAR를 기록, 이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최악의 투수 랭킹 8위에 올랐던 베리오스는 올해 완전히 달라진 투수로 변신했다.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피홈런 비율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삼진 대 볼넷 비율은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시즌 13승8패, 3.93으로 기록하며 팀내 다승 2위로 올라섰다.

벅스턴의 변신도 주목할 만 하다. 수년전만 해도 메이저리그 전체 넘버 1 유망주로 꼽혔던 벅스턴이지만 그의 첫 2년간(2015, 2016) 빅리그 성적은 초라했다. 간신히 2할선을 넘어선 타율에 삼진도 너무 많아 출루율이 3할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들어 타석에서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아직 시즌 16홈런에 27도루를 기록하며 WAR를 2.6까지 끌어올려 스타덤으로 올라서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특히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평가되는 전광석화 스피드를 지닌 선수로 센터필더로서 웬만한 타구는 거의 어려움 없이 잡아내며 여러 수비지표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평가되고 있다.

또 다른 외야수 에디 로사리오 역시 올해 눈부신 성장을 보인 영건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전 2년간 이미 단단한 빅리그 외야수로 재능을 보여줬던 로사리오는 올 시즌 출루율 0.327에 장타율 0.504로 OPS 0.831을 기록하며 26홈런, 75타점, 타율 0.287을 기록, 스타급 선수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올해 28홈런과 77타점을 기록한 3루수 미겔 사노(24)도 눈부신 성장을 보인 선수로 꼽히지만 그는 다리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출전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네소타의 신데렐라 시즌은 포스트시즌에서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자정 종소리를 듣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키스와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는 단판승부이니만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29승2패로 말 그대로 ‘지는 법을 모르는’ 무적함대 클리블랜드를 미네소타가 디비전시리즈에서 잡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실 올해 AL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5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네소타를 제외한 4강은 역대 최고급으로 분류될 만큼 막강해 보인다. 특히 클리블랜드, 휴스턴, 보스턴 등 3강은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손색없는 전력을 갖춘 팀들이다. 이들과 미네소타와는 전력 차이는 너무 커서 언뜻 보면 미네소타는 마치 고래들 싸움에 끼어든 새우 같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 내내 고래들과 싸우며 살아남은 이 끈질긴 새우의 생명력을 과소평가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판승부인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미네소타와 만나게 될 양키스로선 미네소타를 상대로 마지막 아웃을 잡기 전까진 클리블랜드와 만날 생각을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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