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벼랑 끝 죽지만 말자고"..'수상한 가수' 닭발 정환의 속내

tvN '수상한 가수' 닭발로 출연한 엠투엠 출신 정환 4연승 맹활약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7.09.23 16:23 / 조회 : 1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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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스타들이 무명 가수의 복제 가수로 '빙의'해 무대를 꾸미는 tvN 음악 예능 프로그램 '진짜는 따로 있다-수상한 가수'(연출 민철기). 실력은 탁월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숨은 보석'들을 발견하겠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

보컬 그룹 엠투엠 출신 정환(29·최정환)은 이런 의도에 가장 적합한 출연자 중 한 명이었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최근 '수상한 가수'를 통해 다시 기회를 얻었다.

'닭발'이란 가명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정환은 뛰어난 가창력을 앞세워 프로그램 최초 4연승의 쾌거를 거뒀다. 비록 명예졸업(5연승) 목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었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있었다.

'수상한 가수'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난 그는 "'수상한 가수'는 가수의 끈을 놓으려던 순간 마지막 기회 같았다"며 "그냥 잊힐 수 있었던 나를 좀 더 기억에 남게끔 도와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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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한동안 마이크를 내려놓고 경기 수원에서 닭발 집을 운영하던 그에게 '수상한 가수'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과 '정실장'으로 유명한 매니저 정태검 대표의 적극적인 러브콜은 큰 용기가 됐다고 했다.

"정 대표님이랑 인연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수상한 가수'를 소개해 주더라고요. 다른 건 부담스러웠지만 이건 왠지 나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복면 가왕'처럼 노래 부르는 모습이나 표정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결과가 좋다면 긍정적인 반응도 얻을 수 있고요."

'수상한 가수' 출연 이후 다시 주목을 받게 됐지만 너무 큰 기대는 걸지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국방의 의무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충역 판정을 받은 그는 오는 28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예정이다.

"벼랑 끝에 떨어져 죽지만 말자 올라와만 있자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어요. 어차피 잘 돼도 군에 가야 하니까, 맘 편하게 추억이나 만들자는 심정이었죠. 이대로 그냥 2년이 지나면 절대적으로 회생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정말 감사했어요. 그냥 놓아선 안 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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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상한 가수' 방송 화면


정환의 목소리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데는 복제 가수로 무대에 올랐던 방송인 홍석천의 역할도 컸다. 홍석천은 정환을 대신해 혼신을 다한 멋진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정환도 "(홍)석천이 형을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처음엔 엄청 의아했어요. 제가 권혁수 씨랑 닮았단 얘길 자주 들어서, 권혁수 씨가 복제 가수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엥? 석천이 형? 이건 무슨 조합이지'였어요. 그런데 처음 합주할 때 몇 마디 나눠보고 맞춰보니까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2연승을 안겨준 SG워너비의 '살다가' 무대는 두 사람의 시너지가 정점을 찍었던 무대로 꼽힌다. "석천이 형이 합주하는 걸 보시다가 우셨던 기억이 나요. 힘들었을 때 너무 많이 들었던 노래래요. 그때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됐고, 서로 마음의 문을 확 열었던 것 같아요."

'살다가' 무대도 인상 깊었지만, 마지막 촬영 당시 불렀던 싸이의 '예술이야'도 그에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환은 "무대 전부터 눈물이 나더라"며 "석천이 형이 '진짜 마지막이다'며 포옹을 해주는데 울컥해서 정말 간신히 노래했다. 여러 감정이 올라오면서 카메라 앞에 못 서 있고 벽 보고 15분간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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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정환은 지난 2005년 보컬 그룹 엠투엠 멤버로 데뷔해 '제2의 SG워너비'로 불릴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원유 유출, 천안함 사건 등 뜻하지 변수들이 겹쳐 변변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꾸준히 앨범을 냈지만 불운이 겹쳤다.

이후 엠투엠 멤버였던 정진우와 함께 팀을 떠나 제이투엠을 결성, 재기를 노렸으나 정진우의 억대 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허탈하게 무너졌다.

정환은 "그땐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도 했다"며 "더는 희망을 찾을 수 없어 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가수를 그만해야겠단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한때 같은 꿈을 갖고 힘든 역경을 거쳐온 동료였기에 정진우가 더욱 원망스럽진 않았을까.

"안타깝죠. 조심스럽긴 한데, 심적으로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욕만 할 순 없어요. 누구보다 힘들었던 걸 아니까요. 방법적으로 잘못된 건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함께 고생했던 시간이 워낙 길어서 추억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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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투엠 시절 정진우(왼쪽)와 정환 /사진=스타뉴스


그는 엠투엠보다 제이투엠 시절에 대한 미련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처음 시작할 때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하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워요. 그땐 대구, 부산 등 여기저기 결혼식을 다니면서 축가도 부르고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어요. 힘든 시절 워낙 회사에 돈이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야 한다고 해서 갔던 기억이 나요. 좀 절망적이더라고요. 아. 여기까지 왔구나 뼈저리게 느꼈죠."

정환은 이제 책임져야 할 식구도 생겼다. 그는 지난 2014년 SBS '달콤한 나의 도시'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미모의 영어 강사 캐시와 내년 중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8일 혼인신고를 마친 상황이다. 훈련소 입소까지 앞두고 그가 닭발 집을 개업할 당시 남아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닭발 집을 하려 할 때는 조금의 고민도 없었다"며 "가수를 포기하고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더 이상 난 가수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스스로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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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상하 가수' 방송 화면


다행히 그는 '수상한 가수'를 통해 잠시 내려놓았던 마이크를 들었고, 가수로서 희망을 다시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모든 걸 놓으려던 순간에 주위 형님들이 놓지 못하게 만들어주셨죠. 은인이 많아요. 석천이 형도, 태검이 형도, 민철기PD님도 제게 다 은인입니다. 이들이 없었으면 전 그냥 닭발 사장님인거죠. '수상한 가수'를 만나면서 다시 '난 될 수도 있겠다'는 조금의 희망을 갖게 됐어요."

정환은 곧 미리 녹음해둔 신곡을 차례로 발매할 예정이다. 28일 훈련소 입소로 생길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첫 곡으로 22일 오후 6시 싱글 '끝도 없이 사랑해'를 발표한다. 히트 작곡가 안영민의 작품으로 정환은 작사에 직접 참여했다.

"제 아내를 위한 고백송이에요. 대한민국에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바치는 축가에요. 전 국민에게 오래도록 불리는 축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앨범을 내고 다시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참 반가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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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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