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 '아이캔스피크', 위안부 고발? 공무원 풍자도 있다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9.23 07:50 / 조회 : 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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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에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전하는 코드가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 풍자입니다.

지난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갖은 민원으로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할머니 옥분(나문히 분)과 이에 절차와 원칙에 맞선 구청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영어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상극인 주인공들의 좌충우돌 만남을, 후반부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룹니다.

이 위안부 소재를 다룬 것은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데요, 바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공무원에 대한 풍자를 이용해 잘 전달됩니다. 희화화 된 부분도 있지만 공감하고,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극중 민재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일은 열심히 하지만, 좀처럼 창의적인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업무만 처리합니다. 어떤 일이 생기면 골머리 아파하고,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핑계로 피하려 합니다. 물론 원칙과 절차를 따지면서 가만히 있습니다.

이런 공무원들의 태도에 재개발로 인해 생활 터전을 내놔야 하는 시장 상인들은 고충의 연속입니다. 건설사로부터 협박을 받는 속사정도 공무원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법에 따라 이미 끝난 일" 또는 "어쩔 수 없다"면서 구청 밖을 나가지 않으려 합니다. 옥분이 그렇게 많은 민원을 넣으면서 결정적인 증거들까지 제공해 전해줬는데 말이죠. 이런 걸 보면서 속 터지는 관객들도 있을 겁니다.

여기에 양팀장(박철민 분), 종현(이지훈 분)은 옥분이 구청에 등장하면 피하기 바쁩니다. 그러다 옥분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는데요. 그저 현장엔 가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만 하고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하는 부분은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무사안일, 그리고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옥분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청문회에 증인으로 설 때 서류의 미비로 난관에 부딪힐 때 이 공무원들은 그저 손을 놓고 있습니다. 다행히 민재가 나서 절차대로 일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더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어찌나 공무원들은 가만히 있는지, 속이 탑니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에는 손 안 대려는 일부 공무원들의 모습을 꼬집은 것이라 더욱 그러했습니다. 훗날을 위해, 대중의 관심이 쏠려 있으니 허겁지겁 일처리를 해가는 모습도 '보여주기식 행정'의 일환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이런 공무원들의 모습이 코미디적인 요소로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이 웃음도 이미 한 두 번 쯤은 겪었거나, 보도를 통해 접했던 소식을 떠올려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나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이 문제에 무관심 한 사람들에게도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무사안일과 절차만 운운하는 공무원에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풍자로 더 와닿습니다. 이 영화의 절묘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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