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축구대표팀 감독, 영광의 자리 vs 독든 성배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23 06:29 / 조회 : 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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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거스 히딩크(왼쪽) 및 허정무(가운데) 전 대표팀 감독.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 대회를 이끌 신태용 현 대표팀 감독.



한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대표팀 감독직은 영광과 함께 오욕도 교차하는 자리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역사도 파란만장했다. 과연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떤 역사를 쓸까.

이달 초 한국 축구는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 한국의 시선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한다. 한국은 지난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본선 무대에서 세계 축구 강호들을 상대했다. 때로는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썼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최초로 원정 대회 본선서 승리(vs 토고 2-1 승)를 거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대회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로 허무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 본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세계 축구의 벽을 여실히 실감했다. 그러다 모든 게 2002 월드컵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본선 무대 첫 승(vs 폴란드전)을 넘어 이탈리아(16강), 스페인(8강)을 차례로 제압했다.

당시 한국을 이끌던 사령탑이 바로 네덜란드 국적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그는 '히동구'라는 한국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영웅이다. 그런 히딩크가 최근 한국 축구에 조력자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할 용의가 있다고 나섰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였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차범근 감독이 프랑스 월드컵 대회를 모두 마치기도 전에 전격 경질됐다. 네덜란드전에서 0-5 패배를 당한 뒤 중도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최종 예선에서 승승장구했던 차 감독도 본선에서 참패를 당하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일컬어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할까. 그 정도로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버티기도 어려운 자리였다. 최근 20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12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5개월에 불과하다.

히딩크 이후 2003년 한국은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아시아 2차 예선 몰디브와의 원정경기서 0-0으로 비긴 뒤 경질됐다. 이어 네덜란드 출신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정작 독일 대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팀을 16강에 올려놓지 못했다.

지난 2006년 7월부터는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핌 베어벡이 감독직에 올랐다. 그러나 베어벡 역시 2007 아시안컵 대회를 끝으로 그해 8월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어 국내 출신의 허정무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2010 남아공 대회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허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유일하게 월드컵 지역 예선부터 본선까지 임무를 완수한 사령탑으로 남아 있다.

이후 다시 국내 출신의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그는 3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1-2로 패배, 이른바 '베이루트 참사'로 경질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이어 전북 최강희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아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뒤 홍명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으나 본선 무대서 좌절했다. 2014년 9월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으나 올 6월,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겨놓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그는 역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996일) 팀을 이끈 대표팀 감독(2위 허정무 912일)으로 남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태용 감독은 과연 국가대표 수장직을 영광 속에 마무리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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