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구해줘'PD "사이비 종교만? 한국사회 이야기"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 연출 김성수 PD 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7.09.19 16:31 / 조회 : 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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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OCN


케이블채널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연출 김성수, 제작 히든 시퀀스)는 일명 '고구마 드라마'다. '고구마 드라마'는 드라마 시청자들 사이에서 답답한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일컫는다.


지난달 5일 첫 방송된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인 구선원에 사로잡인 임상미(서예지 분)을 구하는 촌놈 4인방(옥택연, 우도환, 이다윗, 하회정 분)의 여정을 다룬 작품. 임상미를 구출할 경우'구해줘'는 막을 내려야 한다. 이에 임상미는 구해질 듯 구해지지 않았고 드라마는 '고구마'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여타 '고구마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구해줘'는 이를 답답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펼쳤다는 것. 그 답답함 자체도 사랑받았던 '구해줘'는 이제 종영을 2회만 남겨두고 있다. 시청자들은 '고구마'의 반대말인 '사이다' 결말을 바라고 있다. '구해줘' 연출 김성수 PD는 이제 사이다만 남았다고 웃음 지었다.

"이제 사이다만 남았어요. 마지막 부에 다 해결한다기보다는 '구해줘'를 좋아했던 시청자라면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해줘'의 원작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다. 이에 시청자들은 웹툰 속 결말을 토대로 드라마의 엔딩을 짐작하고 있다. 연출을 하는 데 있어 균형 감각을 지키려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김 PD는 사이비 종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을 못 봤어요. 원작자를 만났지만 안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정이도) 작가님은 글을 써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봤을 것이고 저는 균형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지 않았어요. 드라마 끝나고 나서 봐야죠. 원작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져올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원작에서의 약간의 단선적인 이야기인 '사이비 종교에 빠진 친구를 구한다'에서 좀 더 나가고 싶었어요. 살을 붙이고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확장시켜보자는 것이었죠. 원작에서는 배경이 청주였지만 무지군이라는 가상 도시 그려놓고 이게 한국 사회의 집약체라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단순하게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같이 얘기해보자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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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PD/사진제공=CJ E&M


드라마의 히로인 서예지는 '구해줘'의 중심축이다. 드라마는 서예지가 연기하는 임상미의 안위로 장장 16부를 끌어나가는 힘을 얻었다. 김 PD는 서예지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예지 씨는 우리 작품 하기 전부터 많이 노력했어요. 2달 정도 '상미화' 돼 살았죠.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캐릭터 몰입해서 지내서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 안타깝고 걱정스러웠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만들면서 그런 것이 효과가 발휘되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고맙고 애썼다고 생각해요."

임상미가 구선원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신도들 앞에서 '새하늘님의 언어'를 하는 장면은 서예지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지점이었다. 이 장면은 김 PD에게 고민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줬다.

"편집이 많이 됐어요. 예지 씨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방언이라는 걸 아는 사람과 기독교를 믿으면서 방언을 경험한 사람들은 '저런 연기도 하네'라고 볼 수 있는데 방언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뭐 하는 짓이야'라고 할 수 있는 장면 같아서 편집할 때 얼마만큼 살릴까 고민했어요.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이 정도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표현한 것인데 배우는 더 많이 노력해서 아쉬울 수 있어요. 다음날 아침에 반응을 봤는데 잘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예지 씨가 고생 많이 한 것이었고 실제도 방언이 쉽지 않은데 연기는 더 쉽지 않아요. 진짜 많이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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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OCN


서예지의 완벽한 방언 장면에 많은 시청자들이 NG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만큼 대사량과 복합적인 감정으로 난이도가 높았던 장면이었던 것. 김 PD는 서예지가 단 한 번도 NG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예지의 연기력에 현장에 있던 김 PD는 물론 스태프 모두 놀랐다.

"대본에는 방언을 한다는 정도였어요. 방언 때문에 그것을 도와줄 선생님 붙여주려고 했는데 예지 씨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NG 많이 났을 거라고 하는데 NG가 한 번도 안 났고 첫 테이크를 썼어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놀랐어요. 리허설 때 (방언을) 안 하고 슛 들어갔을 때 했는데 '뭐지?' 하면서 충격받았어요. 저도 예지 씨가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해서 어떤 식으로 할지 모르고 있어서 놀랐어요. 그 장면은 방언을 하는 것을 떠나 영부 앞에서 자기를 위장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고 엄마 앞에서 할 수밖에 없는 슬픈 장면이에요. 복합적인 감정으로 연기해야 했는데 정말 잘했어요."

임상미를 구하는 촌놈 4인방의 대장 한상환을 연기한 옥택연은 드라마를 통해 아이돌그룹 2PM 멤버가 아닌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김 PD는 누구보다 옥택연의 연기와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본 인물이다.

"옥택연 씨는 처음 작업했지만 진짜 똑똑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분석을 정말 잘했죠. 택연 씨와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이 얘기했는데, 정말 캐릭터 분석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고 순발력도 좋았어요. 대본이 나오고도 현장에서 바뀌는 경우가 많았어요. 경찰서에서 법을 얘기하는 신이 있었는데, 아침에 대사를 수정했어요. 법대생이니까 꼭 해야 하는 신인데 이걸 사투리로 해야 하니까 어려웠죠. 그럴 때마다 빠르게 캐치해서 하는 것을 보고 이 친구는 감각이 뛰어나서 잘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구해줘'로 만개한 옥택연은 아쉽게도 드라마 종영 전인 지난 4일 조용히 현역으로 입대했다. 앞서 미국 영주권자인 데다 허리 디스크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던 택연은 영주권을 포기하고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받아가며 현역 입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김 PD는 옥택연이 제대 후 더욱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추후 다른 작품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말은 그가 얼마나 옥택연이라는 배우를 신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군대에 갔지만 군대 갔다 와서 깊이가 생기면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사람이 너무 좋고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힘든 연기를 하는 상황이 많은 현장이었는데 택연 씨가 나오면 다들 즐거워했죠. 현장에서 분위기를 만들다가도 슛 들어오면 집중해서 하는 게 좋았어요. 택연 씨가 제대하면 또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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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PD/사진제공=CJ E&M


우도환, 이다윗, 하회정은 김 PD가 작품을 통해 재발견한 배우들이다. 한상환(옥택연 분)을 중심으로 촌놈 4인방을 구축한 세 사람은 각자의 매력으로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 PD는 쉼 없이 이들의 장점을 열거할 정도로 애정 가득했다.

"우도환은 작품을 한 번도 본 적 없고 오디션장에서 봤던 게 전부였는데 정말 애정이 많아요. 제 아들 같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촬영하면서 놀라웠던 게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 친구가 다른 작품을 하면 얼마만큼 커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도환이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다윗은 천재예요. 그 친구는 어떤 캐릭터, 대사, 상황을 줘도 거의 90% 이상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연기 재능을 가지고 있는 배우예요. 저는 '스플릿'이라는 영화를 보고 놀라서 이다윗과 작업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는데 작업하면서도 정말 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았어요. 하회정은 한 번도 매체 연기가 해보지 않은 배우예요. 대사 감각이 너무 좋은 배우인데 사투리를 하려다 보니 본인의 감각을 100% 살리진 못했어요. 우리 드라마 이후에 다른 드라마 만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한 배우입니다."

향후 전개에서 '사이다'를 자신한 김 PD는 그동안 본의 아니게 '고구마'를 선사했던 시청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어느 드라마보다 보기 불편했던 작품이기에 사랑은 더욱 크게 다가왔던 터였다.

"저희는 이 드라마를 기획하며 만들 때 이 드라마에 대해서 이렇게 호감을 가져주실지 몰랐어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많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불편하고 보기 힘들어도 봐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외면했던 현실을 드라마를 통해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구마를 드리게 된 상황이 있었는데 뜨거운 반응을 보여줘서 너무 감사해요. 힘든 드라마인데도 좋아해준 분들에게 한 분씩 찾아가서 밥을 한 끼 사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김 PD는 영화 '야수', '무명인' 등을 통해 영화 감독으로 활동, '구해줘'가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첫 드라마가 됐다. 남다른 영상미와 완성도로 브라운관에 안착한 김 PD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더 좋은 기회가 온다면 영화,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계속 무너뜨릴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매체를 떠나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할 생각이 있어요. 이제 좀 익숙해질 만하니까 끝났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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