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점차'에도 비디오 판독 신청, 냉정했던 '두산 벤치'

대구=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9.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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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뉴스1





14점 차로 앞선 상황이었지만 두산 벤치는 냉정했다.


두산 베어스는 17일 오후 2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팀 간 16차전)에서 21-8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두산은 78승3무55패를 올리며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아울러 지난 5월 3일 삼성전 이후 대구서 7연승을 질주했다. 반면 삼성은 시즌 80번째 패배(52승5무)를 당했다.

이날 두산은 1회초 김재환의 만루 홈런으로 4점을 선취한 뒤 2회에만 대거 10점을 뽑으며 14-0까지 달아났다. 거기다 두산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사실상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지만 두산 벤치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삼성의 2회말 공격. 선두타자 이원석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배영섭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와 2구째는 모두 볼. 3구째. 배영섭이 받아친 타구가 좌측 외야를 향해 라인드라이브로 뻗어나갔다. 공은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홈런으로 확인한 배영섭은 그라운드를 돈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때,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비디오 판독 신청을 한 것이다. 담장을 넘은 것은 분명했으나, 관건은 '폴대 바깥쪽으로 타구가 지나갔느냐 아니면 안쪽으로 떨어졌느냐'였다. 바깥쪽이면 파울, 안쪽으로 지나쳤다면 홈런이었다.

비디오 판독은 꽤 길게 이뤄졌다. 순간, 라이온즈파크 홈팬들이 운집한 3루쪽 삼성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나왔다. 한 관중은 "14점 차에 무슨 비디오 판독 신청을 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나머지 관중들이 고성이 나온 쪽을 쳐다보기도. 또 다른 관중도 "점수 차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굳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냈다.

삼성 팬들 입장과는 달리 두산 벤치의 입장은 달랐다. 1점이라도 철저하게 다뤄야 했다. 더욱이 최근 한국 야구는 10점 차도 안심 못하는 '투고타저' 흐름이 지배하고 있다. 결국 두산 벤치의 선택이 옳았다. 비디오 판독 결과, 파울 폴대 바깥쪽으로 공이 향했던 것이다. 다시 배영섭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반전이 일어났다. 4구와 5구째 모두 파울을 때려낸 배영섭. 그가 6구째 속구(143km)를 받아쳐, 이번엔 좌측 폴대를 직접 때리는 확실한 홈런을 쳐낸 것. 14-0에서 한 점을 만회한 삼성. 비록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나, 배영섭과 삼성 팬들은 이 순간만큼은 두산의 비디오 판독 신청으로 인한 분노 섞인 서운함(?)을 확실하게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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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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